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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일막걸리 Oct 02. 2024

가을은 축제의 계절

해일막걸리의 첫 축제라

꾸물거리며 퇴장을 미루던 더위가 가시고 어느새 추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다시 찾아온 가을은 여전히 반갑습니다. 이맘때엔 날씨가 워낙 좋아 방방곡곡 축제가 많이 열리는데요, 관악구에서도 다양한 축제가 연달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중 6회 차를 맞이한 관악청년축제에 해일막걸리도 참여했습니다. 이번 축제의 콘셉트는 '별 걸 다하는 축제'였는데요, 해일막걸리가 준비해 간 '별 것'은 알록달록 담금주 만들기였습니다.


축제가 시작되기 한참 전, 담당자님이 해일막걸리에 방문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해일막걸리는 아직 정규 운영 시간이 없고 체험이 진행되는 때에만 문을 열어서 자칫하면 담당자님들을 뵙지 못할 뻔했는데요. 때마침 체험 준비를 위해 일찍 출근하던 날이어서 매장이 열려 있었답니다. 운 좋은 시작이었죠. 


그 자리에서 축제 섭외와 기획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해일막걸리는 이름처럼 막걸리를 빚는 곳이지만, 축제 부스에서 막걸리를 빚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었어요. 만약 축제가 예정된 9월 말까지 더위가 이어진다면 고두밥이 쉬어 버릴지도 모르고, 손 씻을 곳이 없는 야외라 비닐장갑을 쓰게 되면 쓰레기도 많이 나올 테고, 생수며 발효통이며 챙겨가야 할 재료의 양과 무게도 만만찮았습니다.


체험 시간이 짧은 건 아쉽겠지만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담금주 만들기였어요. 여름에 도시 농업 행사에서 담금주 부스를 담당했었거든요. 그때 샘플로 담았던 담금주가 무척 맛있었어서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던 참이었어요. 이번엔 과일 종류도 늘리고, 허브 종류도 더 늘려서요! 원하는 재료를 골라 담금주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무사히 진행이 확정되었고, 저는 재료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알록달록이라는 이름에 맞게 딸기와 살구, 그리고 블루베리를 구매했어요. 과일의 색이 술에 우러나다 보니, 달달하면서도 여러 가지 색을 낼 수 있는 종류로 골랐습니다. 그리고 상큼함을 추가해 줄 레몬도 잔뜩 샀어요. 초록색 허브도 바질부터 딜, 애플민트, 스피아민트, 로즈마리, 타임, 레몬밤, 말린 장미까지 준비했답니다. 이 중에 하나는 분명 취향에 맞을 거라는 마음으로요.


미리 샘플용 담금주도 만들어 봤어요. 축제 당일에는 술 색이 더 진해졌답니다.


체험 전날에는 공장장의 마음가짐으로 레몬을 씻어 썰고, 유리병도 깨끗이 헹구어 두었습니다. 허브들도 세척해 종류별로 통에 담고요. 꼼꼼히 준비물을 확인하며 새로 산 웨건에 차곡차곡 실었습니다. 나름 큰 웨건을 샀다고 생각했는데도 재료가 넘쳐서 보조 가방까지 동원했답니다. 사실 부스를 좀 더 돋보이게 꾸밀 장식도 챙기고 싶었는데,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어서 포기했었거든요. 그 아쉬움은 꽉 찬 웨건을 보는 순간 모두 달아났습니다. 장식까지는 무리다! 재료 자체가 장식이 될... 것 같다!


축제가 종료되자마자 매주해막 모임이 있어서 아침 일찍 출근해 준비를 마치고, 웨건을 끌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축제 전날까지 조금 쌀쌀한 것 같더니, 막상 축제일이 되니까 직사광선이 아주 뜨겁더라고요. 행사 장소인 도림천(별빛내린천)까지 가기 위한 내리막길이 엄청난 고난이었습니다. 제 몸만 한 웨건을 땀을 뻘뻘 흘리며 끌고 있자니, 지나가시던 분들이 하나둘씩 도와주셔서 무척 감사했습니다. 지금 다시 떠올려도 여전히 고맙고 또 쑥스럽네요. 하천가의 행사장으로 가는 경사로는 경사가 더 심해서 결국 축제 스태프 분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때 같이 웨건을 잡아주시지 않았다면 분명 웨건은 자기 혼자 달려 나가 강에 빠져버리고 말았을 거예요.



야외 부스는 비록 간이로 마련된 공간이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한 감성을 주고 싶어서 준비한 재료를 모두 소분해 작은 그릇에 담았습니다. 비밀을 하나 말씀드리면 재료에 꽂아 놓은 이름표는 처음 만들었던 해막의 명함이에요. 크기가 딱이죠?


축제 시작이 오후 1시였는데, 처음에만 해도 지나가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서 준비한 수량을 다 팔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수요 예측이 영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점차 오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빠르게 재료가 소진되었습니다. 대기줄이 정말 길게 생겼는데, 부스를 혼자 운영하다 보니 햇빛 아래 오래 대기하시는 분들까지 신경을 못써드려서 죄송했어요. 심지어 시작 3시간이 지났을 쯤에는 그 많던 설탕이 다 떨어져서 잠시 진행을 중단하고 근처 마트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엄청 넉넉하게 재료를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체험 중 바닥에 흘리는 재료도 많고 계산한 양보다 더 넣으시는 분들도 계시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완전히 제 불찰이에요. 나중에 가니 재료를 소분할 시간도 없어져서 그릇을 모두 치우고 재료 통 그대로 탁자에 올려놓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상상하지 못했는데!


결국 준비한 유리병이 모두 나가버려서 예상보다 이르게 부스를 마감해야 했어요. 대기하시다가 돌아가신 분들도 꽤 많으셔서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자리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자꾸만 더러워지는 자리에 손님분들이 앉으셔야 했던 것도 죄송했고요. 이래저래 후련함 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은 행사였습니다. 과연 즐거운 경험이 되셨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행사 속도에 얼마나 정신이 없었던지, 나중에 정산할 때 보니 원인을 알 수 없는 로스도 났더라고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항상 이런 행사에는 도우미 역할로 참여했었는데, 혼자서 부스를 이끌어 가니 부족한 경험이 티가 났던 것 같습니다. 찾아오신 분들께 해일막걸리에서 나왔다고 말도 못 했는걸요! 다음에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더 잘 해내고 싶네요. 그래도 혹시 그때 담금주를 만들어 가셨다면, 그 덕분에 해일막걸리를 검색하다 이 글까지 보게 되셨다면, 담금주를 이용해 과하주를 빚으시는 것도 강력하게 추천드려요. 정말, 정말 맛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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