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의 소중함

<2020년 4월호>

by 성해인

요즘 나는 혼자 집에만 틀어박혀 ‘오대수’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원래 친구도 많이 없거니와 겨울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잘됐지 싶어, 거실에 누워 뒹굴거리다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 조금만 기다려라…. 조금만 기다려라… ”


코로나의 여파가 세긴 센가 보다. 학교도 쉬고, 동네 가게들도 문을 닫고, 거리는 텅텅 비었다. 뉴스가 시끄러울수록 이 도시는 너무나도 조용하다. 스무 살 백수가 되면 “집에서 좀 나가” 잔소리를 들을 줄 알았건만 집에만 있으라며 재난문자가 되려 으름장을 늘어놓는다.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괴롭다.


집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진 나는 어느새 혼자 노는 법을 터득했다. 커피 한 잔을 타 소파에 앉아 책 읽는 척도 좀 해보고, 방구석 클럽을 개장하여 과일접시를 흔들며 디제이 흉내도 낸다. 이거 나름 재밌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기엔 아깝다며 효자 아들 노릇을 해보겠다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분리수거도 한다. 그래도 아직 해가 중천이다. 빨래라도 개야지, 하고 나간 베란다엔 벚꽃잎이 풍만하다.


맞다, 봄이었지. 꽃샘추위가 언제 가셨는지 벌써 벚꽃 그늘이 가득하다. 우리 집 창문이 이렇게 두꺼웠나 싶어 그 창틀 사이로 간간히 스며드는 봄내음을 맡자니 여러 생각이 흐른다. 고작 저 꽃 한 송이가 뭐라고, 그렇게 많은 의미를 가졌을까. 고작 봄이 뭐라고, 그렇게 많은 시를 낳았을까. 애써 외면해보려 하지만 더없이 스며드는 벚꽃 향이 밉기만 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벚꽃 엔딩이 차트에 없는 봄은 처음이다.


일상이 그렇게 소중한 줄 몰랐다. 소중함이 일상이 되어버린 순간, 어느샌가부터 일상을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으면 안 된다고 다짐해왔건만 왜 익숙함의 소중함은 지키지 못하였을까. 주위를 곰곰이 둘러보면 소중한 것들이 참 많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굴러왔는지 기억조차 안나지만 그들은 내 삶의 일부가 되어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이 고마움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적당히 낯선 하루 속에서 기존의 것들에 대한 새로움을 느끼며 그 새로움을 행복이라 부르고 싶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 하나에, 재밌는 책 한 권에, 누군가의 작은 호의에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욕심은 굴레와도 같아, 무언가를 당연히 여기기 시작하게 되면 나도 모르는 새에 못난 어른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내 일상과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하자. 익숙함, 감사함, 욕심 이런 것과는 별개로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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