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빈집 구하기
귀촌을 선택한 사람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
집 구하기다.
집 구하는 앱 서비스인 다방과 직방은 고사하고
인터넷에 정보가 거의 없다.
다방과 직방 서비스 출시 이후 위기를 느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출시한 '한방'이라는 유사 서비스도 있다
그러나 지방 공인중개사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고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기 때문에
한방 서비스는 매물도 극히 적고 정보도 아주 부족해서 유명무실하다.
따라서
집에 대한 정보가 모여있는 플랫폼이 농촌과 도시는 다른 것이다.
온라인에 정보가 없다면 공인중개사를 찾아가야 했다.
처음 사회에 나온 24살 청년에게 오프라인으로 발품 파는 일은
낯설고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해병대를 전역한 건장한 청년인 나는
용기를 내어 담배연기 자욱한 공인중개사(사실 복덕방에 가까웠다. 하나같이 부동산 업무 보다는 바둑에 열중들이셨다) 에 들어갈 수 있었다.
퇴짜 맞았다.
막상 부여 정착을 결심하긴 했지만, 모아둔 돈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월세는 저렴하게, 방은 많은 곳을 찾다보니
그런 곳 없다며 서너 군데에서 퇴짜를 맞았다.
(정착을 꿈꾸고 공인중개사를 돌아다닌 여성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나마 내게 맞힌 퇴짜는 양반이었다. 주로 나이가 많으신 남자 어르신이 많은데, 태도에는 나이 어린 사람을 애송이 취급하듯 여성을 하대하는 태도가 기저에 깔려있다...)
우연히 만난 친절한 공인중개사도 적절한 집을 구해주진 못했다.
여러 군데 상담을 하면서 임대 정보가 인터넷 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도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달을 연구하고 발품을 판 결과
집 구하기에 가장 유효하고 효율적인 데이터는 지역소식지에 있다.
지역소식지는 가끔 버스 같은 곳에서 눈에 띄었던 교차로, 자유로 신문 같은 것이다.
특히 교차로는 중소규모 지역에 특화되어있다.
여기서 중요한 팁이 있다.
지역마다 잘 나가는(?) 소식지가 있다.
예를들어 충남 부여군의 경우 [백제 교차로]가 있지만, 그 곳에 부여의 부동산 매물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충남 부여군은 [부여사거리]라는 소식지가 1주일에 한 번씩 발행하는데
부동산 매물에 대해서는 독점적인 지역주간지다.
이에 반해 이웃 동네 충남 논산시의 경우 교차로에서 매물을 많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을 구하든, 앞으로 정착을 위해서든
정착하려는 지역의 정보가 어디에 모이는지를 잘 파악해야할 필요가 있다.
(공인중개사나 식당들이 어디에 유료광고를 하는지 물어보면 가장 빠르게 메인 소식지를 파악할 수 있다. )
좋은 방법이 하나 더 있다.(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지역의 정보통인 '이장'님을 만나는 것이다.
동네마다 '리' 단위로 나누어져있고
예를 들어 여행자숙소 마당은 동남 5리 인 것 처럼 같은 리에서도 나눠진다.
나눠진 리마다 즉, 동남 1리, 동남 2리, 동남 3리 등등... 이장님들이 다 따로있다.
물론 케바케(Case by Case)가 조금 있지만
대체로 동네의 빈집정보와 대소사를 잘 파악하고 계신다.
어떤 집이 누구네 것인데 돌아가신 이후로 자녀들이 가끔 와서 관리한다던지
누구네가 이사를 가려고 마음먹고 있다던지
공인중개사에 내놓은 건물이 사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말 살고 싶은 동네라면 이장님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장님을 어떻게 찾아야할 지 모르겠다면 마을회관을 찾아가면 된다.
마을회관엔 마을대소사를 주로 챙기는 어머님들이나 이장님 부인이 있을 확률이 높고
이 동네에 살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대체로 반겨준다.
이장님보다 마을회관에 계시는 어머님들이 더욱 유효한 정보를 줄때도 있다.
만약 마을회관을 찾을 수 없거나 사람이 없다면
주민센터로 가서 이장님을 찾아도 된다.
마을을 관리하는 이장님은 지역 시·군청에서 맡은 역할이 있기 때문에
'마을 일'이라면 개인정보보호와 관계없이 연락처를 받을 수 있다.
위와 같은 지역 꿀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나는 공인중개사를 비롯해 이곳 저곳 발품을 팔다
한 지인에게 현 집주인을 소개받게 되었다.
당시 집의 모습은 이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