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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e in 노르웨이 Jun 04. 2020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북유럽 인테리어 하기 어려운 이유.

벽식구조 아파트 구조가 주는 한계들.

여러 해 동안 생각했다. 왜일까.. 서울에 거주할 당시, 아무리 구현하려고 해도 북유럽 감성 인테리어는 서울 아파트에서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적는 이유는 북유럽 인테리어가 정답인데 왜 한국은 오류일까 라는 접근이 아니다. 무엇이 차이를 두고 이 차이가 가져오는 것들은 무엇들이 있을까 좀 더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고 싶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를 읽고, 찾아본 결과 아마도 아파트 건축구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팩트보다는 정말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98.5%가 벽식 구조로 지어졌다고 한다. 간략히 말하자면, 벽이 아파트의 기둥 역할을 해주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벽이 무거운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져 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벽.. 이것은 우리들에게 아주 큰 피해와 인테리어 디자인의 한계로도 평생을 우리를 약 올려 오고 있었다. (아파트 건축구조 자세한 내용 이곳 클릭)


그럼 왜 우리의 콘크리트 벽 때문에 북유럽 인테리어 표현이 어려운 것일까.


노르웨이에서 살다 보니 느낀 건,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스스로 라이프 패턴에 맞춘다. 예를 들어 오슬로에 위치한  침실 1개 거실1개 주방1개의 23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내가 아이가 두명이 생겼다고 하자. 큰 침실을 쪼개 방을 두 개로 만들고. 주방을 거실로 가져와 주방에 침실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그럼 벌써 1 베드룸이 3 베드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파트 벽식구조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누구도 기둥 역할을 하는 콘크리트 벽을 허물고, 전체적으로 동선을 새로 짜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비내력벽(무게를 지탱하지 않는 벽), 콘크리트 마감이 아닌 벽이 주는 장점은, 사람들이 쉽게 벽을 허물고 (설치하고), 벽에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걸고, 언제든지 맘에 안 들면 페인트를 칠해서 집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게 해 준다. 한국같이 벽지에 때 안 묻게 잘 관리한다는 개념은 이곳에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벽은 막 쓰는 것이다.


*사진: frama
북유럽에선 흔히 보는 게 벽걸이용 가구이다. 공간이 더 넓어 보일 뿐만 아니라, 동선의 확보도 된다.*사진: finn


아마 이러한 벽에서부터 온 자유로움이, 북유럽 인테리어의 가장 큰 감성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이들은 오래된 빈티지 아이템 혹은 가구 그리고 적절하게 트렌드 감성을 잘 반영한 소품으로 매 시즌마다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는 거에 익숙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패션 트렌드에 민감하듯이, 이들은 인테리어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다. 아래 사진은 내가 팔로우하는 인테리어 블로거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같은 공간이며, 위 사진은 이번 봄이고 두 번째는 작년 겨울쯤이었던 것 같다. 어느새 벽 색도 파랑에서 라일락색으로 새 단장했다. 분위기가 확 달라 보인다. 사진출처 thusthefuss


봄의 화사함이 너무나도 잘 나타난다.
겨울의 따스함, 울 소파로 극대화했다.

벽에서부터 오는 자유로움으로 이들은 언제든지 집을 용도에 맞춰 바꿔가면서 그에 맞는 가구와 소품을 처분하고 또 사고하며 인테리어 디자인에 순환을 만든다. 그렇다 보니 이곳의 중고거래 사이트를 봐도, 디자이너 가구를 싼값에 파는 경우를 많이 볼 수가 있다. 레노베이션을 하고 보니 스타일이 맞지가 않아서 판다는 게 수두룩하다.


뭐든지 발전이 있으려면, 순환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에서 볼 수 있는 콘크리트 벽은 우리에게 순환이라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 보인다. 모든 것이 같은 곳에 있으니, 가구도 바뀌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은 인테리어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생각의 순환도 머물러 있게 할까 봐 나는 그게 가장 큰 걱정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계의 그림자 속에서, 남들과 다르게 생각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벽이 벽 이상으로 무서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막 쓸 수 있는 벽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각자의 개성과 필요에 의해 결정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주어지는 게 가장 시급해 보인다.


사실 북유럽 감성이건 뭐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게 아닐까.





아래는 위에서 말한 몇 가지 사항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들을 좀 더 추가해 보았다.

하나의 방을 두 개로 나눈 경우. 천정 몰딩을 보면, 원래는 한 개의 방이었던걸 알 수 있다.*사진: finn



원래는 컸던 침실을 벽으로 나눠서 침대 뒤면에는 작은 화장실을 추가해 공사한 듯하다.*사진: finn




따로 있던 주방을 거실로 옮긴 듯하다. 아마 침실을 하나 더 늘리기 위해 공사한 게 아닌가 싶다. *사진: finn




이곳도 거실을 주방으로 개조했다.*사진: finn



*위에 사용된 사진들은 제 사진이 아닙니다.  이사진들은 노르웨이 부동산 싸이트 finn에서 가져온 사져온 사진들 입니다. :)



노르웨이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자 인스타그램 열었습니다. 블로그 글보다 저 자주 올릴 테니 팔로우해주세요:)


노르웨이 디자인 관련 계정 @hae.norwaydesign

개인 작업 계정 @hae.studio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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