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거주공간에는 없는 한국아파트의 장점들
이곳에, 노르웨이 오슬로에 살다 보니 한국에서의 좋은 점이 오슬로 집에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아파트 생활은 단점도 많았지만, 좋은 점도 분명히 많이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의 청결에 대한 기준은 이곳보다 훨씬 높고 그에 따라오는 디테일 또한 그 어느 나라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유럽의 집, 혹은 노르웨이의 집이 한국 집에서 배워야 할 점을 간략하게 소개해보기로 했다.
1. 현관 중문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대문과 중문 사이의 공간의 한옥에서의 툇마루 같은 공간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한옥은 우리가 마음가짐을 하고 집안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닌 듯하다. 대문을 열고 들어와 더러운 신발을 높이가 낮은 공간에 두며 마음을 가다듬고, 집안으로 들어올 때는 집 밖에서의 먼지를 털고 또다시 중문을 들어오는 그 개념 말이다. 북유럽에도 현관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중문의 개념은 딱히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중문은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도 있긴 하지만 중문으로 인해 집안으로 들어오는 먼지는 확실히 줄 거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의 현관에는 한국과의 약간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신발장 + 중문의 개념이지만. 이곳에선 신발장에 옷방에 있어야 할 것 같은 큰 장롱이나 붙박이 옷장이 있는걸 흔히 볼 수가 있다. 마치 방안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옷장이 현관에 있는걸 흔히 볼 수가 있다. 들어오자마자 옷을 걸칠 수 있기 때문에 옷이 여러 군데로 흩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에 이점은 참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출입구에 물건이 많다보니 중문을 따로 달면 답답해 보이고, 오래된 아파트(흔히 100년도 넘은 아파트)에 그런 중문을 달수 있는 위치가 따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렇겠지만. 새 아파트 조차 중문이 없는 걸 보면, 큰 아쉬움이 따를 뿐이다.
2. 뒷 베란다
한국에서 모든 아파트에 뒷베란다가 있는 건 아니지만 30평대 이상 아파트에선 대부분 있었던 것 같다. 뒷베란다는 어떻게 보면, 주방장 밑에 부주방장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겨울엔 뒷베란다에 남은 국이나, 엄마의 보물단지 매실청도 뒷베란다, 양파와 같은 바람이 잘 들어야 하는 야채도 이곳에 서식한다. 내 사촌언니네 뒷베란다엔 생선을 구울 수 있는 미니주방도 있다. 어떻게 보면 두 번째 주방과도 같은 개념의 이곳, 북유럽에선 이런 곳이 있는 집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곳에선 막혀있지 않은 트인 공간은 발코니 혹은 Winter Garden 정도로 밖에 보지 못한 것 같다.
북유럽에서의 공간의 포커스는 앉아서 쉬고, 읽고 자연을 즐기고 모닥불을 멍 때리며 보는, 모닥불 옆에서 책 읽을 위해 몇백만 원대를 훌쩍 넘는 라운지체어를 거침없이 구매한다. (한국에선 모닥불 멍 때리고 있으면 엄마한테 등짝 맞고 그 시간에 마늘이나 까라고 한다..ㅎ) 우리나라에서 뒷베란다가 있는 이유는 아마도 주방의 실용성 효율성을 극대화한 생산성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면, 북유럽에서 주방은 손님맞이 용이다. 실용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미가 중요한 것이다 (북유럽에선 몇 년에 한 번씩 주방을 레노베이션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우리나라 같이 주방에서 뭘 그렇게 많은 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공간이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뒷베란다를 쓰고 자란 나로선, 그 편리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들에겐 발코니로 뒷배란다 & 베란다 역할을 할수도 있을것같다. 하지만 이곳또한 멍때리고 담요를 덮고 커피를 마시는 곳이기엔 우리나라 뒷 베란다와는 분명히 사용성에서 차이가 있다.
*추가적으로 위 발코니 사진에서 보이듯이 이곳에서의 초는, 그저 초가 아니다. 이곳에서의 초는 햇빛 대신 집안에 들여놓는 햇빛과도 같은 의미다. 북유럽의 겨울은 초 없이 지내는 건 상상 불가능이다. 북유럽에서 초의 의미는 예전 포스팅 살다 보니 보이는 북유럽 인테리어 비밀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3) 바닥난방
사실 예전부터 노르웨이의 대부분 집에는 온돌이 되어있다. 놀랍지 않은가. 하지만 화장실 바닥에만 있다는 사실이다. 아, 온돌이라 하기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일 것 같다. 다시 말해 화장실 바닥엔 타일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화장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은 그저 나무 바닥이다. 일 년에 겨울이 6개월인 노르웨이가 어째서 바닥 난방을 하지 않는 것일까. 살다 보며 느낀 점은 집 자체가 따듯하다는 것이다. 밖에 아무리 눈이 무릎까지 와도 집에 들어오면 방에서 오일 난로만 키면 집안이 금방 따듯해진다. 하지만 이들은 모를 것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있는 이불 밑에 손 넣고 귤 까먹는 그 안락함을. 종종 사람들이 전체 바닥난방을 하는 게 에너지 낭비라고 안 하는 사람도 많지만, 최근 들어 추운 지역 쪽에선 사람들이 전체 바닥난방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전체 바닥 난방이 좀 더 보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노르웨이에선 화장실 바닥이 난방이 안되면 매매 거래 시 큰 문제이다. 그래서 대부분 화장실 바닥난방은 꼭 수리를 해서 매물을 내놓거나 한다.
어느 나라의 집이나 장단점은 있다.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좀 더 따듯하고 안락한 집들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위 사진들은 제 사진이 아니라 노르웨이 부동산 싸이트 finn에서 가져온 사진들입니다.
노르웨이 디자인에 대해 얘기하고자 인스타그램 열었습니다. 블로그 글보다 저 자주 올릴 테니 팔로우해주세요:)
노르웨이 디자인 관련 계정 @hae.norwaydesign
개인 작업 계정 @hae.studio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