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이민 1년 반, 정규직으로 취직하다.
겨울의 시작
비행기 엔진 소리와 함께 노르웨이행 비행기가 공중에 떴다. 14시간이라는 비행시간 그리고 러시아에서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환승을 해야 하는 것은 큰 걱정이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질문을 잠으로 쉽게 눌러버릴 수가 없었다.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돈벌이를 할 수 있을까?"
" 일 년 넘짓 배운 가죽공예라고 해봐야 하나?"
"아이를 낳으면 일처럼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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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받아주는 곳이 있긴 있을까?"
다행히도 남편이 노르웨이 사람이라, 여러 가지 서류 심사 및 언어 이런 건 걱정이 안 되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너무나도 까마득했다.
한국 대기업에 디자인팀에서 4년남짓 일했지만, 다시 0부터 시작하려니 두려움만 앞섰다. 작은 디자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3개월 인턴으로 일한 경력밖에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은 더 컸다. 노르웨이는 대기업 디자인 팀보다 작은 규모의 디자인 회사로 주로 이루어져 있다. 대기업 디자인팀과, 소규모 디자인 회사가 하는 일들은 차이가 많이 나기에 솔직히 디자인 회사에 들어갈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하나하나씩 꾸준히 해보기로 결심했다.
포트폴리오 정리를 몇 개월간 만들고 지우고 한 것 같다. 포트폴리오를 첨부한 이메일도 하루에 5개 이상은 보냈다. 답장이 안 오면 또다시 보내고 인사를 물었다. 커피 한잔 하러 들를 수 있으니, 시간이 나면 연락을 달라고 물었다. 자신감에서 한 거보다는 두려움이 나를 리드한 것 같다.
노르웨이에서 생활이 시작되고, 친구조차 없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창작물에 대한 집착을 더욱더 키웠다. 작업이라도 해야 잡생각을 떨쳐내 버릴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포트폴리오 작업에 매달렸던 것 같다. 그래서 스스로를 잊어버리지 않는 선에서 여러 방향으로 인생을 설계해보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 매일 일러스트 작업을 해서 내 스타일을 구축하자. 둘째, 정규직 직장을 꾸준히 찾자. 셋째, 저렴한 빈티지 북유럽 가구를 사서 인테리어 스타일링을 해보자.
이 세 가지를 매일 반복하며 지냈다. 취미던, 일이건, 무엇이건 했어야 했다. 한 달 한 달이 지날수록 두려움에서 시작한 나의 집착은 어느덧 일과를 만들어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일과의 상태가 되었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여기서도 나의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주는 일과가 생기니 행복했다.
이런 삶이 몇 개월 지났을 때 우연히 프리랜스 작업이 들어왔고, 몇개의 프리랜스 작업이 이어진후, 큰 프리랜스 작업이 들어왔다. 노르웨이의 대표 작가, 헨릭 입센 뮤지엄 공간 전시 디자인이라는 큰 작업 의뢰가 들어왔던 것이다. 전시 공간을 다 새롭게 연출 하는것이었다. 추후에 더 자세한 편으로 말하겠지만, 공간 디자인 및 설치디자인, 그래픽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을 모두 하는 작업이었다. 모두 내가 다 할수 있는거라 떨리고도 기대가 됬었다.
지금은 이 입센 프로젝트를 의뢰를 준 전시 디자인회사에서 멤버의 일원으로 일을 이어나가고 있다. 노르웨이에 온지 1년 반만에 정규직으로 일자리를 찾은 것이다. 관련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은것은 행운과도 마찬가지였다.
추후 프로젝트를 좀더 자세히 소개하는 포스팅을 따로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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