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
어렸을 때부터 제일 듣기 싫은 말 중 하나는 "빨리빨리"이다. 도대체 누구의 스피드에 맞춰야 빠른 건지 기준을 모를뿐더러, 왜 빨리 해야 하는지 이해를 하기가 어려웠다.
오늘도 이 일로 친언니랑 싸우게 되었다.
차에서 내리는데 놓고 내린 건 없나 찾는 도중에 "왜 이렇게 할머니 같이 느릿느릿 해"라는 언니의 말에 "모든 할머니가 느린 건 아닐 텐데?"라는 말을 했다. 결국 이건 싸움의 원인이 되었다.
심지어 외국사람들도 (한국인 파트너와 사이에서 낳은) 자녀에게 한국어로 "빨리빨리"라는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집안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다 보니 자연스레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빨리빨리"는 남을 앞서 가야만 하는, 내가 누구를 이겨야만 하는 개념이 바탕으로 깔려있기에 조심히 써야 하는 단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유치원 때부터 남들만큼 빠르지 못한 나는, 심지어 초등학교 때는 특수학교로 옮기는 걸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정말 그 사건은 충격이었다.
한참 성장기 때에는 빠르지 못한 게 죄는 아닌데 죄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려니 하루하루가 무겁기만 했다. 아마 이 이유가 한국을 떠난 계기중 하나였던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사람들이 무조건 결과 중심인 "빨리빨리"보다, "왜 늦어졌어"라는 말로 바꿔 말해주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