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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minghaen Nov 02. 2017

틈틈이,서울-02,

시월, 안국동





만났던 시간 만큼 만나지 못한 시간이지났다.

누군가에게 징징대거나 눈물을 쏟아내며푸념할 수 있는 유효기간도 한참이나 지났다.

그럼에도 나는 그날들을 아직도 두 손에쥐고 떨고 있다.

매일은 아니고, 자주는 아니고 이제는 가끔만.


그래 나아지고 있다. 잘 하고 있다.



친구의 행복한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꽃집에들러 축하하는 마음을 잔뜩 담아 꽃다발을 만들었다. 

꽃집에서 나와 꽃을 들고 친구에게로 가는길, 그 오분 남짓한 시간에

그래.

널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되짚어보았을 때, 그럼에도 미소 지어지는 기억들의 몇 장면엔

그래,맞아.

꽃이 있었다.


 

화려하지 않은, 작고 고운 꽃을 좋아하는 내게

네가 툭 하고 건네던

신문지로 돌돌 만 후리지아

길에 떨어져 있던 꽃 나뭇가지

휴지로 만든 장미꽃

시월의 가을, 보스톤의 어느 작은 동네 골목에 놓여있었던 다홍빛의 꽃.



오분 동안 나는

꽃 나뭇가지를 들고 버스를 탔고

다홍빛 꽃을 손에 쥔 채 보스톤의 작은동네를 걸었다.

그리고,

종로1가횡단보도 앞에서 송글송글 물방울이 맺힌 채 신문지에 안긴 노오란 후리지아를 들고 있었다.


너와 함께.

 

그래.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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