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gminghaen Oct 26. 2024

#9. 아 어쩌란 말인가: 선택의 딜레마_

취업과 회사생활, 이직 등에서 

기다림만큼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고, 괴롭히는 건 바로 ‘선택’이다. 

꼭 필요하고 간절한 상황에서는 선택지도 주어지지 않는데,  

인생이란 어쩜

꼭 원하지 않는 때에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만드는지 


취업과 회사생활에서의 선택은 이를테면-

원하던 회사의 1차면접 날짜와, 조금 덜 원하던 회사의 최종합격 연수가 겹친다거나, 

회사에서 진행하는, 그것도 내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아주 큰 행사와 

간절히 이직을 원하던 회사의 최종면접이 겹친다거나, 

언제 다시 한국에 올지 모르는 좋아하는 뮤지션의 내한공연과 피할 수 없는 회사의 야근이 겹친다거나.. 


이런 선택의 딜레마는 생각지도 못한 때에 우리를 덮친다.  


선택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 중 우선 이번에는 

가장 빈번한 ‘면접이 겹칠 때’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회사에 대한 평가와 성장성, 그리고… 사옥이 너무 멋있었던 N사는 

내가 꼭 합격하고 싶다고 생각한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였다.

필기 시험을 끝내고 큰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합격자 발표날짜를 문의했고, 

빠르면 이틀안에 연락이 갈 예정이며, 그 주에 1차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다음날 

골치 아픈 일이 생겨버렸다. 


2주전 면접을 본 D사의 '채용연계형 인턴전형'에 최종 합격을 해버린것이다.

'내가? 내가 왜 최종합격을 했지?' 

불합격이 일상이던 나는 고개를 몇 번이나 갸우뚱하며 공지를 보고 또 봤지만 

정말 합격을 했다! 오예! 


물론 합격한 인턴은 정규직이 100%보장되는것은 아니었고, 

6개월의 인턴활동 후 최종면접 기회를 주는 전형이었다.


합격했다는 사실에 신난 것도 잠시, 

공지를 찬찬히 읽던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뭐지? 합숙연수?? 날짜가.......수목금????????????' 

가만....어제 N사가 이번주에 1차 면접이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 나는 언젠가 꿈꿨던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게 된거다. 

아 명확히 말하자면… 

최종적으로는 아무도 날 선택하지않을 수도 있는, 나를 버릴 수도 있는  

불확실한 두 개의 갈림길이었지만...


지금이었다면 아주 쉽게 D사를 선택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겠지만,

그때는 너무 오랜만의 '합격'이라 결정이 더더욱 힘들었다. 

D사는 엄밀히 말하면 인턴에 최종합격했으나 

6개월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또 구직활동을 해야할테고, 

무엇보다, 인턴으로 활동하는 6개월 동안은 다른 회사에 지원 할 수 없다. 


N사는 정말 가고 싶은 곳이지만 솔직히 내가 필기시험에서 합격한다는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필기시험을 합격한다 한들 1차, 2차 면접에 합격할 수 있다는 보장은 더더구나 못하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그래, D회사를 가야지~얼마만의 최종합격인데! 

내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최종합격일 수도 있어! 

내가 인턴을 잘 해내면 분명 정규직이 될 수 있을거야! 라고 생각했다가

아니야. D사는 인턴이고 N사는 정규직이잖아? 

사실 D사는 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도 아니고

(엄밀히 말하자면 N사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긴했지만), 

정규직에 불합격하면 어떡해? N사는 정말 놓치기 아까운데...


그래 N사를 선택하자. 



그러다가도 또 


'아니 근데! N사에 합격한다는 보장이 있니?' 자문하면


'아니. 아니. 아니!!!!!!'


내가 생각해도 답은 아니었다. 

아. 정말 괴로웠다. 

어느 한쪽도 완벽히 내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보장이 없는 이 선택지 중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다니. 

우선, 연수에는 참석하고 혹시 내가 N사의 필기시험에 합격한다면 

잠시만 일이 있다고 하고 면접을 보러 가면 안될까? 와 같은 

말도 되는 생각에까지 이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당장 합숙연수는 내일이고 (그러고보면 꼭 이럴 때에는 늘 또 선택할 시간이 촉박하다. 대체 왜?) 

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N사의 발표가 오늘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기대로 저녁까지 기다렸지만 

당연히도 N사의 필기시험합격자는 그 날 발표되지 않았다. 


그냥 둘 다 처음부터 나를 버려주지 그러셨어요? 라는 생각까지 하다

다시 

아 차분히, 차분히 생각하자.


.


.


.




결국 난, 합숙연수 전날 밤 10시. D사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다음날. 

N사에서 연락이 왔다.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니 1차 면접에 참석하라고!!!!



내게 이런일이 생기다니. 

내가 선택한 결정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다니!!!!

그러니까 난 늘 대부분 무언가를 고심해 선택해 결정했을 때 그 결정의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거나 틀릴때가 많은 사람인데,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화장실을 찾을 때 에스컬레이터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가야할 지, 왼쪽으로 가야할 지를 매번 고민하다 

거의 90%의 확률로 매번 화장실과 정반대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

이번엔 아니었다. 내가 내린 단호한 결정이 성공하다니!! 

당연히 D사의 최종합격은 그 날로 하나도 아쉽지 않은 선택이 되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나는 N사 최종에 불합격했다. 

그렇다고 해서 D사를 선택하지 않은 내 자신을 책망하진 않았고, 

D사가 너무 아쉬워서 꿈에 나오거나 문득 문득 걸음을 멈춰 후회를 곱씹지도 않았다. 


만약 반대였다면? 

모르겠다.

두고두고 아쉬워했을 수도 있고, 

D사가 생각보다 너무 만족스러워서 N사는 까맣게 잊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후회하지 않는 건 그 때의 내가 회피하지 않고 

내 뜻에 따라 무언가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결국 모든것을 혼자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취업'에서의 '선택'은 

내 자신이 한 선택이 정답이다. 

그 모든 순간 

내 자신보다 내 결정에 신중할 사람은, 

내 결정에 안타까워할 사람은, 

내 결정에 안도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