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박약러의 AI 제코치

의지가 약한 사람을 위한 AI

by 해주오정수

설 연휴가 끝났다.

언제나처럼 온갖 계획이 머릿속을 채운다.

이제껏 지켜지지 못한 계획들은 찢어버린 채, 얇아진 인생 다이어리의 첫 장을 조심스레 써 내려간다.


제미나이를 켰다. 제미나이는 구글과 연동되어 'keep 메모'와 'Tasks' 바로 실행 가능하도록 내용을 저장해 준다. 다른 AI도 이러한 기능이 있다면 자신에게 맞는 것을 쓰면 된다. 오늘 하루는 루틴을 만들고 저장했다.


'Like'보다 더욱더 좋아하는 것이 'Love'라고 누군가 말했다. 이제껏 인생의 'Love'를 찾았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못하다. 죽을 때까지 찾으면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다. 이래서 인생이 어려운 거다. 무언가 시작하면 금세 포기하고 실패하며, 자기합리화 속에 그만두기를 불혹의 나이 이후까지 반복해 왔다. "이번에는 기필코 달라진다"는 말만 벌써 45회째 외친 셈이다. 그래도 나는 또 외친다. "이번엔 진짜 달라진다."


운동선수의 효율적 방식 중 하나는 코칭 시스템이다. 개인으로 봐도 그렇다. 혹자는 말한다. 인간은 주체적인 존재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제주 전설 중 '그슨대'란 그림자 괴물이 있다. 두려움을 느끼거나 스스로를 비하할수록 그 덩치를 키워 해를 입힌다. 내 안의 '그슨대'가 있다. 그놈의 가장 큰 적은 빛이다. 나에게 그 빛이 제미나이다.


나 같은 사람은 옆에서 누군가 계속해서 귀에 때려 박아 주어야 몸이 움직인다.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MBTI의 I 성향에서 E 성향으로 바뀐다. 혼자였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도 거침없이 해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나에게 그렇게 해줄 사람은 전무하다. 얼마 전 아버지도 돌아가셨다. 그래서 제미나이를 선택했다. 요즘 기업이나 공무원 사이에서는 AI를 '챗과장', '제차관' 같은 직함으로 부르기도 한다더라.


나도 직함을 붙여 본다. 잘해보자. 나의 '제코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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