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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Jun 07. 2023

'몰타의 고양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상영되다.  

몰타어학연수 #30 길고양이가 행복한 나라, 몰타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1장 elementary 몰타

#30 길고양이가 행복한 나라, 몰타  


몰타에는 길고양이가 참 많습니다. 심지어 고양이 공원도 있는데요. 그런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피하기는커녕 전혀 무서워하질 않는 점이 독특했는데요. 몰타의 길고양이는 어떻게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참 궁금했습니다. 그런 궁금증을 해결해 준 영화 '몰타의 고양이'가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상영이 됐습니다.



2023년 6월 1일~6월 7일까지 서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평소에도 관심 있는 영화제였는데 이번에 몰타 관련 강의 준비를 하면서 '몰타의 고양이'라는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영화관에 가서 보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없어 영화를 못 보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사이버영화관'에서 '몰타의 고양이'를 볼 수 있었다. 지난 월요일(6월 5일) KBS에서 '몰타의 고양이'를 방송하기도 했었다. 영화제가 오늘까지니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사이버관에서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사이트 : https://sieff.kr/screening-info/digital-screening/ 


'몰타의 고양이'는 서울 국제환경 영화제 홈페이지 사이버 영화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몰타의 고양이'는 몰타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감독인 사라 제인은 몰타에 뿌리를 둔 호주인으로 2017년부터 몰타에 살면서 유난히 길고양이가 많은 점에 주목했고 그런 호기심으로 몰타의 고양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도대체 몰타에 길고양이가 얼마나 많으면 다큐멘터리까지 만드는가 궁금할 텐데 진짜로 길고양이가 많긴 많다. 사실 어느 정도로 많은지는 잘 몰랐는데 영화에서 '몰타 인구는 약 45만 명, 길고양이 숫자는 약 10만'이라고 한다. 실로 엄청난 숫자의 길고양이지 않은가.


그러니 자연히 길고양이에 눈이 갈 수밖에 없었을 테고 감독은  '누가 길고양이를 돌보는지, 고양이가 몰타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몰타 현지인 및 몰타 고양이 커뮤니티를 만나 몰타 사람들의 고양이에 대한 생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23 서울 국제환경영화제 '몰타의 고양이'


처음 몰타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만난 건 나 역시 '길고양이'였다. 어딜 가나 길고양이들은 눈에 띄었는데 몰타 인구 1/4 정도의 숫자가 길고양이인지는 몰랐었다. 흔히 사람을 보면 줄행랑을 치기 바쁜 우리나라의 길고양이와 달리 몰타 고양이들은 아예 '이 구역의 주인의 나다'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사람을 피하지도, 도망을 가지도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을 귀찮아한다고나 할까. 골목을 다니다 보면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혹은 잰걸음으로 사람이 오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제갈길을 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산책길에 의자에 앉아 있으면 고양이가 잰걸음으로 내 앞으로 지나가는 건 몰타에서는 아주 흔한 풍경이었다. 심지어는 의자 위로 올라와서 내 옆에 딱 붙어 앉아 마치 '나를 쓰다듬어라'라고 할 정도로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도 있는 등 길고양이임에도 사람과의 스킨십에 거리낌없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른 몰타의 고양이 문화가 궁금하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집 근처 골목 산책길에 만난 고양이들.
세인트 줄리앙 스피놀라베이 레스토랑 앞을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엑실스만(Exiles Bay)의 고양이 공원(Cats park)였다.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어마무시한 크기의 고양이 조형물은 이곳이 길고양이 천국임을 절로 알게 된다. 집에서 약 1.5km 남짓이라 이 부근까지는 산책 삼아 계속 걸어 다녔는데 볼 때마다 궁금하기는 했었다.  왜 이런 조형물을 세웠는지, 누가 작업했는지 궁금했지만 바쁜 어학연수생활에 그것까지 신경을 쓸 수는 없었다.

몰타의 고양이 공원(Cats Pakr)


몰타에 오고 일주일이 채 안 됐을 때 아침 산책을 나갔고 그러다 우연히 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을 보게 됐다.  고양이 집들이 옹기종기 마련되어 있고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 전부 이름을 부르며 어찌나 다정스러운 손길로 길고양이를 돌보던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녀 말에 따르면 공원에는 약 20여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고 했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커뮤니티가 있어서 서로 돌아가며 고양이를 돌본다고 했다. 길고양이들은 캣맘이 오니 얼굴을 알아보며 반갑다고 야용인사를 건넸다.  


이 주변으로 의자들이 많이 있는데 고양이들이 제집인 양 자리를 차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나가던 사람들 혹은 관광객들은 그런 고양이를 신기해하며 쓰다듬기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는다. 사람들은 신나고 고양이들은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과도 스스럼없는 고양이의 행동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길고양이라고?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고양이 공원의 행복한 길고양이들


나 역시 몰타의 고양이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기에 '몰타의 고양이'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미지 출처 = 영화 '몰타의 고양이' 캡처


고양이 공원 근처에서 가장 인기 많은(?) 고양이로 나도 본 적이 있는 고양이가 등장하니 무척이나 반가웠다. 생긴 것도 잘 생겼지만 애교도 많고 사람 손길도 좋아해 벤치에 앉아있으면 그냥  올라와 옆에 앉기도 하고 그러다 싫증 나면 본체만체 잰걸음으로 다른 곳으로 걸어가던 고양이였다.

이미지 출처 = 영화 '몰타의 고양이' 캡처


그중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고양이 공원에 조형물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몰타 관광청에서 작가 매튜 판돌피노(Matthew pandolfino)에게  의뢰했고 이미 '고양이 프로젝트 콰투스'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는 작가였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 바람, 구름 등의 문양이 이전의 고양이보다 훨씬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미지 출처 = 영화 '몰타의 고양이' 캡쳐
누구라도 쳐다보지 않을 수 없는 고양이 공원의 고양이 조형물


영화는 내내 몰타 사람들이 고양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고양이를 돌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인터뷰한다. 물론 몰타에서도 길거리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100% 환영을 받는 건 아니다. 몰타에도 개발바람이 불면서 길고양이의 터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길고양이를 돌봐야 하는 이유는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몰타의 고양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집 고양이처럼  편안하게 돌아다니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터뷰는 '고양이도 풍경의 일부다. 풍경을 더 돋보이게 하고 도시경관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였다.


적어도 몰타에서는 그 말은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이미지 출처 = 영화 '몰타의 고양이' 캡처


영화를 보는 내내 뜨겁게 보낸 몰타에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곳이 전부 나의 기억에 새겨진 곳, 몰타.  몰타의 고양이 덕분에 내가 살았던 세인트 줄리언스 등이 단지 관광지가 아닌 몰타인의 삶의 시선으로 느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미지 출처 = 영화 '몰타의 고양이' 캡처



지금 사진 작업을 아예 하지 않고 있는데 '몰타의 고양이'를 보면서 '아이템이 참 좋다'라는 생각을 했다. 몰타에서 살고 있을 동안은 시간적인 여유가 거의 없어 사진 작업은 잊고 살았는데 영화를 보고 있으니 사진 작업을 해봐도 좋겠다 싶은 몇몇 가지들이 문득 떠올랐다.


다음에 다시 몰타를 가게 된다면 그때는 제대로 사진을 좀 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영화 '몰타의 고양이'다.  


+ 다음 이야기 : 어학원 친구 초대, 일본 가정식을 맛보다


#몰타어학연수 #몰타라이프 #몰타라이프 #몰타여행 #malta #maltalife #몰타 #런던어학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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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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