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어학연수 제2장 #8 몰타 여름, 몰타 전체가 지중해 수영장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8 몰타여름,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다 수영 시작
몰타는 겨울에 비가 집중되고 여름에는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 날이 거의 7개월이나 지속되는 나라다. 10월을 지나 11월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겨울로 진입한다는 의미고 4월 중순을 지나면 그때부터는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 여름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3월이 지나면서 비는 잦아들지만 3월 날씨는 바닷바람이 부는 곳이라 한국보다 좀 더 쌀쌀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4월 정도까지는 실내에 난방은 안 하더라도 전기장판 사용은 필수다. 4월 중순까지는 날씨가 다소 오락가락하는 편이라 태풍 같은 파도가 치기도 하고 심지어도 황사가 있기도 했다. 그러다가 4월 말이 되면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다. 우리나라 날씨처럼 서서히 더워지는 게 아니라 갑자기 훅- 더워진다는 것이 더 맞겠다. 간절기 따위는 없다. 어제는 긴 팔에 패딩까지 입고 다녔는데 오늘부터 반팔을 입는 그런 희한한 날씨라고나 할까. 특히 여름이 되니 바다색깔이 눈에 띄게 짙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몰타 어학연수는 언젠가는 게 좋은 지도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인데 다양한 액티비티와 매일 축제가 있는 '여름'이야말로 어학연수의 최적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몰타어학연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 중에 빠지지 않는 질문은 '몰타에서 수영은 언제부터 가능한가?'이다.
4월 말이 지나면 10월 말까지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다. 몰타의 우산장수가 망하는 시기다. 4월 말이 되면 태양이 이글거리기 시작하지만 바다 수온은 여전히 차가운 상태다. 바다가 데워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데 대략 5월 중순이 넘어가니 수영이 가능했다. 물론 북유럽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3월 말에도, 11월 말에도 날씨와 아랑곳없이 바다수영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긴 했다.
본격적인 여름 시즌이 되면 집 앞 스피놀라 베이에는 수영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저 멀리 호텔의 야회 수영장도 오픈을 했다. 호텔 투숙객들은 풀장도 이용하지만 바다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바다 수영도 즐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몰타의 경우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을 지정한 것이 아니라서 아무 곳이나 수영이 가능하다. 따라서 호텔과 연결된 바다라 하더라도 막아 놓은 게 아니라서 누구나 수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바다 수영을 위해서 굳이 호텔 투숙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 호텔은 뷔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 번쯤 먹어볼 만했다)
스피놀라 베이는 평소에는 한적하고 조용한 바다인데 어느 순간부터 보트가 한두 척이 늘기 시작하더니 빼곡하다. 이쯤 되면 바다가 보트 주차장이다. 몰타의 여름시즌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학교 뒤쪽으로 세인트조지 베이가 있는데 평소에는 모래사장의 해변으로 비어 있는 곳이다. 어느 날 수업 끝나고 해변을 따라 산책을 갔더니 비어있던 백사장에 전부 의자와 파라솔이 자리를 차지했다. 햇빛은 따가워도 여전히 물이 차니 바다에 들어가지는 못해도 유러피언들은 훌러덩 옷을 벗고 선텐을 즐기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몰타에서 살았던 곳은 세인트 줄리언스(San Ġiljan)로 스피놀라베이와 접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스피놀라베이를 전용 바다이자 전용 수영장으로 이용하는 호사를 누렸다. 또, 스피놀라베이에서 발루타베이까지는 주요 산책코스였다. 작년에 이런 풍경을 매일 보고 살았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몰타에도 서서히 여름이 다가오니 관광객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난다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수영이 가능해지는 5월 말부터는 산책로보다 바닷가 쪽에 사람들이 다들 몰려있었다. 어딜랄것없이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전부 해수욕장으로 변했다. 딱히 해수욕장이라고 이름 붙일 것도 없는데 바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장치들이 다 마련되어 있다. 그러니 그냥 바다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베란다에서 보고 있으니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원해 보인다.
사람들이 간간히 바다에 들어가길래 수온을 체크해보니 여전히 물이 차다. 이제나 저제나 바다 수영을 할 타이밍만 계속 노리고 있었다. 날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고 몰타의 뜨거운 햇살에 데워진 바다가 적당해진 시기가 왔다. 그날은 5월 24일이었다.
나의 주 수영 포인트는 길 건너에 있는 방파제 안쪽 바다였다. 스피놀라 베이 일대에서 이쪽만 얕은 수심에서 완만하게 깊어지는 수심이라 바다 수영이 익숙하지 않은 내게는 심리적으로 편안했다. 수영을 하기 전에는 저녁 먹고 산책 삼아 나와서 앉아 있기도 했고 가끔씩은 요가매트를 들고 나와 바다를 보며 요가를 하던 곳이다.
자 그럼 지중해 바다에 한번 담가 볼까?
바닥까지 훤히 비치는 지중해 맑은 바다다. 몰타는 몇 군데를 제외하곤 대부분 락비치라서 스포츠 샌들이나 아쿠아 슈즈가 필수다. 여름시즌에는 몰타에서도 아쿠아 슈즈를 비롯해 여름 물놀이 장비를 쉽게 살 수가 있다.
지중해 바다에서 수영은 나의 '로망'이었고 드디어 오늘, 그 로망을 실현한다. 이런 거국적인 날을 혼자만 즐길 순 없다. 어학연수 두 달이 지나가니 친한 친구들도 생겼고 그녀들에게 수영을 제안했다. 그렇지 않아도 수영을 해보고 싶긴 했는데 바닷가 쪽에 살고 있지 않으니 수영 후 샤워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뭐가 문제야! 수영 끝나고 우리 집에 가서 샤워하면 되지.
그렇게 해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근처에서 햄버거로 다같이 점심을 먹은후 집 앞 스피놀라베이 방파제로 향했다. 수영 전 기념사진 찍어야 한다고 미스코리아 버전을 알려주니 엄청 신나 하는 친구들이다. 한국은 사진 포즈가 너무 다양해서 꿀잼이라나. ㅎㅎ
사실 나는 물을 무서워해서 수영은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지중해 한복판에 있는 몰타에 가서 바다 수영 한번 못하고 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 코로나로 어학연수가 2년 연기되면서 가장 먼저 수영장을 등록했고 코로나 기간에도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배웠다. 왜냐고? 바로 오늘을 위해서다.
친구들은 나보다 수영을 훨씬 잘했다. 바다 수영이 처음인 나는 처음에는 조금 무서웠다. 얼굴을 담그기가 너무 부담스러워 평형, 실상은 개구리헤엄에 가까운 느낌으로 버둥거리다가 용기를 내서 몸을 휙 뒤집어 지중해 바다에 드러눕는 순간....
지중해에 등을 대고 드러누워 파도라는 이불을 덮고 있으니 그야말로 존재의 가벼움을 온몸으로 느낀다.
몸이 하늘로 둥실 떠오르는 느낌이다. 아.... 진짜 꿈만 같았다.
내 생에 지중해 바다에 이렇게 한가롭게 드러누워 있는 날이 있을 줄 생각도 못했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니 선텐을 즐기는 외국인들과 달리 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지중해 태양 아래 한낮에 수영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에 학교 가기 전 바다에 풍덩, 저녁 먹고 해 떨어지면 다시 바다에 풍덩...
집 바로 앞이 지중해라는 것은, 스피놀라 베이에 사는 즐거움은, 그런 것이었다.
내가 바다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바다를 산책하다가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 했다. 튜브, 보트, 스노클링 장비 등 여름 물놀이 용품들은 모두 다 등장했다. 캠핑장에서나 보던 테이블과 의자에 간식까지 준비해 와서 시원한 그늘 밑에서 제대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곳은 보기와 달리 바다에 들어가는 순간 바로 깊은 바다다. 수영 초심자라면 갑자기 깊은 바다라서 당황하게 된다. 바로 인근까지 요트 세일링이 가능할 정도니 눈으로 파도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파도가 다소 있는 편이라 언제나 안전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수심이 깊은 곳이라 가급적이면 길 건너 방파제 인근에서 수영을 했지만 거기까지 가기가 귀찮은 날에는 바로 집 앞인 이곳에서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몰타는 우리와 달리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에 따로 안전요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본인의 안전은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낮잠을 자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낚시를 하는 사람 등등 꼭 수영이 아니어도 비치타월 한 장 들고 나와 바다에 앉으면 그걸로 준비 끝.
그러다 어떤 꼬마는 조그만 게를 잡았다며 나에게 자랑삼아 보여주기도 했다. 집 앞이라 이곳에서 수영을 자주 했는데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게가 있어서 신기했다.
아무것도 없었던 곳은 여름기간 동안에만 문을 여는 레스토랑이 차려졌고 해변의 카페에는 수영장이 생겼고 몰타 여름에 꼭 경험해봐야 하는 보트까지 보인다.
평소에는 텅 비어있는 발루타베이에도 5월 중순을 지나면서부터는 사람들이 전부 드러누워 바다 수영을 즐기는 중이다.
산책로로 늘 다니던 곳은 이제 모두 바다 수영장으로 변신했다.
바다가 보이는 적당한 곳 아무 데나 앉으면 지중해 바다는 내 차지가 된다.
그러다 더우면 바다에 풍덩, 춥다 싶으면 나와서 몸을 좀 말리다가 다시 바다에 풍덩!!
몰타의 여름이다...
다들 이 맛에 몰타를 온다고 말한다.
+ 다음 이야기 : 젤리피쉬에 쏘였는데 술 먹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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