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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Jul 24. 2023

[몰타여행] 몰타는 약국에 의사가 있어요.

몰타어학연수 제2장 #9 해파리에 쏘이고 약국에서 의사를 만나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2장 프리인터미디어트 몰타  

#9 몰타 바다수영, 젤리피쉬(해파리)에 쏘이고 약국에서 의사를 만나다. 


몰타 지중해 바다에서 수영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었는데요. 그렇게 좋았던 수영이었건만 실은 생각했던 것만큼은 많이 하지 못하고 접어야 했습니다. 그건 바로 젤리피쉬, 즉 해파리에 쏘인 탓이었어요. 어땠나고요? 함께 가보실게요~


몰타에서 바다수영이 가능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기에 몰타 지중해에서 첫 수영을 했을 때는 혼자 꽤나 감격스러워했다. 유럽에서 부리는 자그만 허세였다고나 할까.  


더운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오니 몰타의 강렬한 햇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수영은 자연히 이른 아침과 해가 떨어지고 난 뒤 저녁 시간을 이용했다. 특히 집 바로 앞이 바다라 달이 떠 있는데도 수영하는 즐거움이 솔솔 하긴 했다. 

저녁 수영의 황홀함 


그렇게 한창 수영에 재미가 붙으려던 찰나였다. 가끔씩 다른 해안가로 놀러 갔을 때 보곤 했던 젤리피쉬가 우리 집 앞바다에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한국에 있을 때 가끔 뉴스에서 젤리피쉬에 관한 내용을 보기는 했지만 크게 주의 깊게 보지는 않았다. 다만, 해파리들의 특성상 떼로 몰려 있기에 해파리가 많은 바다는 들어가지 않았다. 


같이 수영을 하러 간 친구들은 젤리피쉬가 징그럽다며 수영을 안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해파리는 마리가 전부였고 크기도 손가락 마디 정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작았다. 그래서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 바다에 들어갔다. 그렇게 지중해에 누워 휘적휘적 팔을 내저을까. 


곁눈질로 보니 해파리가 내 옆으로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싶었는데 순식간에 따.끔. 하며 손등 주위로 젤리피쉬 다리가 살짝 닿았다가 훓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불과 1초도 안 걸렸다.  


"아 따가워!"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젤리피쉬


도대체 젤리피쉬가 독을 어디에 뿌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느낌상 젤리피쉬가 지나갔다 싶은 곳은 금세 벌겋게 부어올랐다. 이내 참기 힘든 가려움이 시작됐다. 


일전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젤리피쉬 주의보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 것이 기억났다. 만약 수영하다가 젤리피쉬에 쏘일 경우 절대 긁지 말라고 했다. 긁는 순간 균이 침투하게 되고 치명상에 이를 수 있다는 주의를 들은 터였다. 


세상에 참을 수 없는 게 기침, 가려움, 사랑이라고 했던가. 한번 가렵다고 느낀 뇌상태는 '긁어라 긁어라'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일단 상태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닌 것 같았는데 혹시 몰라서 근처의 약국에 가서 손 상태를 보여줬다. 


몰타는 약국에 의사가 상주하고 있는 시스템인데 시간이 늦어서 그 약국에 의사는 없고 약을 파는 사람(정확하게 약사는 아닌 듯)이 있어 보여주니 대수롭지 않게 한마디 툭 던진다. 


"젤리피쉬에 쏘였네요. 많이 가려울 거예요. 절대 긁지 말고 수시로 연고를 바르고 찬물로 찜질하세요."라고 했다. 약사의 반응을 보니 몰타에서 젤리피쉬 쏘임은 여름엔 아주 흔한,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 같았다.


그래서 한국에서 하는 것처럼 또 하나의 질문을 했다. 


"술은 먹어도 되나요?" 


약국 안에는 우리 일행들 외에 약사 친구로 추정되는 몰티즈 몇 사람이 함께 있었다. 내가 술을 먹어도 되냐고 묻는 질문에 순간 약국 안은 정적이 흘렀다. 나는 영문을 몰라 눈을 멀뚱멀뚱하게 뜨고 있자니 약사가 갑자기 파안대소를 한다. 


"약국 운영하면서 술 먹어도 되냐고 묻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에요." 


엥? 뭐라고요? 


한국에서는 피부질환을 비롯해 대부분의 약을 처방받을 때 약사는 대부분 이렇게 말하지 않나? 


"당분간 술 드시면 안 됩니다."


젤리피쉬의 경우 독에 쏘인 것이니 혈관에 영향이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부와 관련 있으면 술은 당연히 금지되어야 하는 것이 일반상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정적을 깨는 약사의 웃음소리에 한바탕 다들 말을 보태면서 동양인의 사고가 신기하다는 듯 이 말 저 말을 보탠다.


"한국에서는 그런다고요!!!"


 술은 아무 상관없다면서 이 여름에 어떻게 고작 젤리피쉬 때문에 술을 안 먹을 수 있겠냐고 한다. 

젤리피쉬에 쏘이면 쏘인 자리가 바로 부어오르고 심한 가려움을 동반한다.


수영 시작과 동시에 젤리피쉬에 쏘인 상태라 기분이 상당히 다운됐다. 술을 마셔도 괜찮다고 했으니 집 옆에 더블린에서 친구들과 오늘 상황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살다가 별 일을 다 겪는다며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BTS가 다녀갔다고 알려진 아이리쉬 펍.


젤리피쉬는 몰타나 인근 지중해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었다. 


몰타에서 3월 말이 돼 가던 어느 날이었다. 집 앞 LOVE 조형물 앞에 엄청난 쓰레기 잔해물이 고여 있었다. 전날 비가 왔기에 어디서 쓰레기가 떠내려왔나 싶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건 쓰레기가 아니었고 젤리피쉬가 알을 낳았고 부화하고 있던 것이었다.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젤리피쉬의 경우 바닷물의 수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작년 3월은 몰타에서도 이상기온이라 유난히 날씨가 추웠고 바다 수온도 예년에 비해 낮았다. 실제로 작년 몰타의 3월 날씨는 한국보다 더 추웠다. 내가 해파리를 발견했을 때 이미 몰타에서는 해파리를 주의해야 한다며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몰타 전 해역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개체수의 해파리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생님도 우리에게 미리 주의를 당부했던 것이고. 


젤리피쉬의 경우 12월~3월 사이에 알을 낳게 되고 성충이 되기까지는 대략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후 바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파리는 자연스럽게 더 큰 바다로 나가기 때문에 연안에서는 사라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기온으로 인해 더 오랜 시간 해파리가 몰타 주변 해역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물고 있던 것이었다. 


어쨌거나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젤리피쉬 산란기를 몰타에서 보게 될 줄도 몰랐고 살다 살다 젤리피쉬에 쏘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젤리피쉬가 놓은 알에서 어린 젤리피쉬가 알에서 깨어나고 있는 중. 


몰타에서 주로 생활하는 보라색 젤리피쉬가 활동을 시작할 때면 몰타 일기예보에서는 젤리피쉬 주의보를 발령한다. 어느 바다에 젤리피쉬가 있는지 젤리피쉬에 관한 내용을 사이트에 매일매일 업데이트 해서 올린다. 

사진출처  https://www.malteseislandsweather.com/


2022년 지중해 주변이 이상기후였는 건 확실했다. 6월 중순 늦어도 6월 말이면 자연히 사라진다는 젤리피쉬는 7월 중순이어도 여전히 바다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7월 중순 고조 섬 보트 투어 때도 여전히 젤리피쉬들이 성화를 부리고 있었다.


약을 계속 바르고 있는데도 하루 이틀이 지나도 별 차도는 없었다. 수포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간간히 통증도 느껴졌다. 자다가도 이불 등에 닿기만 하면 가려움이 심해 잠을 도통 이룰 수가 없었다. 

그나마 상태가 조금 양호할 때 찍은 사진.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가 싶기도 했지만 젤리피쉬에 쏘여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랐다.  가려움이 너무 심해 집 근처에 의사가 상주하는 약국을 찾았다. 다행히 주말인데도 근무를 하고 있었다. 


몰타는 완전한 응급이 아닌 경우 병원을 가기 전에 약국에 상주하고 있는 의사를 먼저 만나야 했다. 약국 안에 별도의 마련된 공간에 파견 나온 의사가 상주를 하고 간이 진료를 보는 시스템이었다. 간이진료라고 하지만 별도의 약 처방을 하는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시스템인 듯했다. 


먼저 온 사람이 있어 대기 의자에 잠시 앉아서 기다렸고 내 차례가 됐다. 다행히 두어 주 전에 어학원에서 병명에 관한 어휘를 배웠고 어떻게 자신의 증상을 설명해야 하는지 공부를 한 터였다. 막상 말을 하려니 좀 떨리기는 했지만 복습하는 느낌으로 의사에게 젤리피쉬에 언제 쏘였고 현재 증상은 어떤지 설명을 하고 계속 연고를 바르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추가로 항생제 처방이 가능한지 물었다. 


의사가 이리저리 자세하게 내 손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수포가 안 터진 건 다행이라고 했다. 쏘인 지 며칠이 지나면 가라앉아야 하는데 계속 번지는 느낌이 좀 걱정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항생제를 사용할 정도는 아니라며 주말 동안 가려움이 계속되고 수포가 계속 생기면 월요일 오전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때 병원에서 의사를 만날 수 있도록 진단서를 해줄 테니 병원 가서 주사도 맞고 항생제 처방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젤리피쉬에 쏘였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줬다. 젤리피쉬에 쏘이면 민물이 아닌 바닷물(소금물)로 희석을 해야 하는데 민물의 경우 젤리피쉬 독이 활성화돼서 더 번질 수 있다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긁어서는 안 되고 수포를 터뜨리면 재감염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다른 분들도 일반상식을 알아두면 좋겠다. 

약국 안 파견 의사가 상주하는 곳.  


의사랑 고작 10여분 정도 이야기 나누는데 15유로... 사악하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에 다시 한번 놀랄 뿐. 그래도 의사랑 얘기를 나누고 나니 일단 좀 안심이 됐다. 연고는 스트로이제 성분이 있어 하루에 3번만 바르라고 했지만 가려움을 참기 힘들어 가려울 때마다 무조건 발랐고 얼음 냉찜질을 계속했다. 주말이 지나면서 서서히 차도를 보여 다행히 병원은 가지 않아도 됐다. 

고작 15분 상담에 15유로.


순식간에 쏘였던 젤리피쉬의 가려움은 거의 3주 넘게 지속됐던 것 같다. 덕분에 한참 재미가 오르려던 수영은 젤리피쉬 쏘인 부위가 괜찮아질 때까지 그날로 상황종료.  


이후에도 간간히 수영을 가긴 했지만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자라 보고 놀란다고 수영에 대한 흥미는 뚝. 

거의 3주간 지속됐던 참을 수 없는 가려움 


나중에 보니 나는 정말 약과였다. 큰 젤리피쉬에 쏘인 경우 허벅지 전체에 수포가 생긴 친구들도 있었다. (다들 병원에 갔다 왔다고 했다.) 심한 경우에는 젤리피시 독으로 인한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에서 한 번도 경험 못했던 젤리피시... 진짜 만만치 않더라... 


몰타에 계신 분들 다들 젤리피쉬 조심하세요!! 


+ 다음 이야기 :  첫 번째 영어 슬럼프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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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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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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