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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Jul 27. 2023

[몰타여행] 블루그로토, 신비의 푸른 동굴

몰타어학연수 제2장 #10 신비의 푸른 동굴, 블루그로토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2장 프리인터미디어트 몰타  

#10  신비의 푸른 동굴, 블루그로토(Blue Grotto) 


푸른 동굴로 유명한 곳은 카프리 섬인데요. 몰타 남부에도 푸른 동굴이 있습니다. 몰타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하는 곳 중 하나인 블루 그로토인데요. 어학원 액티비티 프로그램으로 다녀온 블루그로토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몰타에서 꼭 가봐야 하는 여행 스폿의 경우 어학원에서 액티비티 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되기도 한다. 보통은 몰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인데 수도인 발레타, 쓰리시티즈, 임디나 등은 두어 시간 정도 도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다른 곳들은 이미 트레킹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러다 주말 액티비티가 눈에 띄었다. 몰타 남부지역 중요한 볼거리를 돌아보는 일일 투어코스인데 마샬셜록,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된 몰타의 거석신전 2곳, 블루그라토에 라밧까지 정말 알차게 구성된 투어상품이었다. (투어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격은 합리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몰타 남부지역은 버스노선이 많지 않고 버스 간격이 길이서 세 곳을 하루에 다 다니기는 힘든데 임디나 옆의 몰타 거주지인 라밧까지 포함하고 있으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어학원 앞에서 출발하는 액티비티용 전용차를 타고 현지 가이드까지 동행하는데 EC 어학원 사람들끼리 하루종일 같이 다니니 기분이 좀 색달랐다. 어학원이 있는 세인트줄리안에서 블루 그로토까지는 차로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린다. 


몰타에 온 첫 날 멋도 모르고 시간이 남아서 몰타 시티투어 빨간 버스를 탄 적이 있다. 그때 버스가 블루 그로토를 지나갔는데 그때는 블루 그로토가 뭔지도 몰랐다. 사람이 한결 같이 쳐다 보는 바위가 신기했고 사막 같은 이곳의 지형도 내 눈에는 너무 신기했다.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지나가면서 바라본 풍경이었음에도 블루 그로토는 꽤 강한 인상을 내게 남겼다. 


몰타 1일에 만났던 블루 그로토인데도 여전히 신기했고 완전히 다른 곳에 데려다 놓은 느낌도 여전했다. 몰타는 나라는 작은데 동, 서, 남, 북 지형도 모두 다르고 느낌도 너무 다르다. 버스 정류장에서 경사가 심한 길을 따라 내려오면 누구랄 것 없이 전부 한 방향을 바라보기 위해 발걸음을 멈춘다. 

블루그로토를 보기 위해 멈춰 선 사람들 


블루 그로토(Blue Grotto)다. 

푸른빛은 둘째다.  우선 감탄이 먼저다. '우와  희한하게 생겼다'.


깎아지른 절벽과 연결된 거대한 아치는 자연이 부린 마술을 보는 것 같았다. 이 지역은 해식동굴이 많은 지형인데 파도가 오랜 세월 동안 대지를 침식하면서 거대한 아치를 만든 것이라고 한다. 몰타에는 의외로 크고 작은 다양한 아치들이 제법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아치로 알려진 '아주르 윈도'를 꼭 보고 싶었는데 볼 수 없어 아쉬웠다. 2021년인지 2020년인지는 모르겠지만 태풍에 무너져 버렸기에 영영 사라졌고 이젠 사진으로나마 전설처럼 회자되는 곳이다. 어떻게 저렇게 생긴 바위 혹은 아치가 있을 수 있나 신기하다 보니 몰타를 찾는 사람들은 블루 그로토를 보기 위해 몰타의 남부지역까지 교통이 불편한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블루 그로토의 신기한 아치를 전망대에서 보는 것만이 블루 그로토 여행의 전부는 아니다. 물빛이 신기한 동굴이라 '블루 그로토'로 부르고 있는데 멀리서 보니 푸른빛이 감돌기는 해도 큰 차이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블루 그로토의 푸른빛을 제대로 보려면 보트를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블루그로토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보트를 타야 한다.


블루 그로토를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보트를 타는 곳까지는 걸어서 대략 10여 분 정도 걸리는데 지대가 워낙 높다 보니  걸으면서 보이는 풍경도 아주 멋지다. 다만 여름이라면 나무 그늘이 1도 없는(몰타 자체가 그늘이 거의 없다) 완전 떙볕이라서 좀 힘든 곳이다.


깎아지른 경사면을 따라 걷다 보면 평평한 곳에 타워가 하나 보인다. TA' XUTU TOWER인데 몰타어라서 어떻게 읽는지는 모르겠다. 몰타의 해안선에는 어김없이 타워가 있는데 대부분의 타워는 17세기 성요한 기사단이 몰타섬 방어를 위해서 지은 것이다. 성요한 기사단이 몰타를 지배하고 있을 당시 오스만 제국과 몰타대공방전을 벌인 격전지였기에 섬을 방어하기 위한 감시 타워는 필수였다. 이후 영국이 지배하는 기간에도 타워는 그대로 사용이 됐고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관측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몰타를 방어할 필요가 없게 된 타워는 2002년까지 경찰서로 이용한 후 는 그대로 방치되던 것을 복구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2층까지 올라가 볼 수 있는데 타워는 그리 크지 않아서 내부는 큰 볼거리는 없지만 대신 멋진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평평한 곳 밑으로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이젠 본격적으로 보트를 타 볼 시간. 보트 요금은 투어비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따로 구매 했는데 어른은 1인당 8유로였다.  보트를 타는 시간은 약 20분 남짓. 

블루 그로토 보트 타는 곳.


소형 엔진이 달린 보트를 타게 되는데 보트 당 탈 수 있는 인원은 약 8명정도였다.  일단 줄을 서면 그냥 인원수에 맞춰 순서대로 태우는데 보트가 많아서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블루그로토는 이날 외에도 여름 성수기에 한번 더 방문을 했다. 친한 친구들이 블루 그로트를 못 가봤다고 해서 같이 왔었는데 그때 깜짝 놀랐다. 여름 성수기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무엇보다 보트를 타는 사람들과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한데 엉키는 풍경도 신기했다. 한쪽에서는 보트를 타고 한쪽에서는 바다에 뛰어들고. 

블루 그로토가 만들어내는 여름 풍경은 또하나의 볼거리였다. 

성수기때는 계곡 안쪽까지 배들이 다 들어찬다.
여름이 되면 이곳은 수영장으로 변신한다. 


보트의 엔진소리가 웅- 하고 울리면 배가 한번 출렁- 거린다.  소형배라서 일렁이는 파도의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온다. 내려쬐는 태양을 정면으로 받지만 바닷바람을 가르며 배가 앞으로 나가노라면 마음까지 절로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이 지역은 의외로 파도가 거칠고 높다. 그래서 블루 그라토에서 언제나 보트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도가 심하거나 기상이 좋지 않을 때는 보트 운행을 안 한다. 하지만 건기일 때는 날은 뜨거워도 바람은 평온한 편이라 4~10월 중에는 거의 운행을 하는 편이고 우기인 11~3월까지는 아무래도 운항 취소가 잦은 편이어서 보트 운행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날 함께한 일행 중 한 명도 몇 번이나 보트를 타고 싶었는데 운행을 안 해서 못 탔기에 이번에도 보트를 못 탈까 봐 내심 걱정을 했단다. 

블루 그로토 보트 투어


블루 그로토가 가까워지자 우리나라 바다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색깔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첫 번째 해식동굴로 들어가자마자!!!!!!!


와- 와- 와- 뭔 색깔이 이래? 


 내가 아는 푸른 바다 색깔에 내가 모르는 푸른 바다 색깔이 펼쳐진다. 이것이 블루 그로토의 '블루'다. 터키쉬 블루 혹은 셀룰리안 블루를 그대로 풀어놓은 것 같은 오묘한 색이다. 동굴 안을 한 바퀴 돌 때까지 다들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보트를 운전하는 사람과 뒤쪽에 안전요원 2명이 같이 탑승하고 있는데 얼굴에는 희색만연한 웃음이 가득하다. '몰타 멋지지'라는 속마음이 얼굴에 비친다. 

블루그라토의 블루색. 


그렇게 동굴을 빠져나오니 다른 동굴, 우리가 위쪽 전망대에서 보았던 블루 그로토로 향한다. 코끼리 코 비스무레하게 보였던 아치는 동굴에 들어오니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사람이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도저히 만들수 없는 자연이 빚어낸 작품에 절로 느껴지는 경외심이다. 아치형을 지날 때 보이는 모습은 또 다른 프레임이 세상의 창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배는 서서히 블루그라토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안쪽이 어두워진 것도 잠시, 좀전에 감탄에 마지않았던 푸른색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보트 주위로 온통 채도 높은 셀룰리안 블루가 가득하다. 손을 담그면 그대로 푸른 물이 들어버릴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블루 칼라가 주는 평안함에 온몸에 긴장이 절로 풀어진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속되면서 오랜 시간 팬더믹으로 모든 것에서 단절된 듯한 심한 고립감을 느끼는 우울증을 '코로나 블루'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이 코로나 블루를 해결하는 것 또한 '블루' 컬러다. (심리학자의 논문으로 증명이 됐다.)  세상이 온통 모순 덩어리라는 생각을 '블루' 그로토를 보면서 또 한번 하게 된다. 


블루 그로토는 빛이 동굴 깊숙한 안쪽까지 들어오는 오전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침에 라밧 등 다른 곳을 들렀기에 점심이 지나서 보트를 탔는데도 이렇게 황홀한 색깔이다. 오전이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절로 상상이 됐다. 6월 말 경에 친구들과 다시 여기를 와보긴 했지만 그때는 거의 마지막 타임이라 지금 본 푸른색보다는 색이 덜 했다. 실제로 오전에 다녀온 친구들의 사진을 보니 블루 그로토는 '무조건 오전에 가야 하는 곳'으로 마음에 새겼다. 

블루 그라토 보트는 꼭 타 봐야 한다. 오전 시간에 가장 아름다운 푸른빛을 볼 수 있다고. 


블루 그로토를 보고 나면 그 옆바다까지 살짝 나갔다가 처음 배를 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블루 그로토 쪽 바다와 반대편 바다의 색깔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보트 타는 시간은 고작 20분이지만 '이건 꼭 눈으로 봐야하는 풍경'이니 '한 번쯤은 꼭 타 볼만하다'며 일행들도 입을 모았다.  

블루 그로토와 반대편의 바닷색깔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보트를 타고 나오니 날도 덥고 해서 근처 가게에서 잠깐 목을 축였다. 아페롤 스프릿츠(Aperol Spritz) 타임이다.  몰타에 가기 전에는 아페롤 스프릿츠는 뭔지도 몰랐던 음료였는데 이탈리아 식전주격인 아페롤 스피릿츠의 맛에 반해버렸다. 무조건 여름엔 맥주였던 내 취향의 반을 아펠롤 스피릿츠에 양보했다. 

날 더우니 계속 생각나는 아페롤 스프릿츠


어학원 액티비티로 같은 어학원 사람들과 하루종일 함께 다니다 보니 처음에는 대면대면했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둘러앉아 서로 다른 레벨인데도 어느샌가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영어로 진행되는 투어라서 그런지 레벨이 낮은 반에서 온 사람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인터미디어트 레벨 이상이었다.


학원 액티비티 일일 투어지만 영어 가이드의 설명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과 간간히 나누는 대화도 그렇고 계속 영어의 연속이다. 하루종일 영어에 노출되니 주말인데도 영어 수업받다가 온 느낌이 들었다. 가이드 영어는 반도 못 알아 들어도 경험상 학원 액티비티 일일투어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결론으로 마무리한 여행이었다. 


덧. 독일인 커플과 이날 안면을 텄다. 그전에는 어학원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얼굴이었는데 이날 투어를 다녀오고 나니 이상하리만치 어학원에서 자주 마주쳤다.  독일 커플은 특히 한국에 관심을 많이 보였는데 10월 경에 한국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모두 어퍼 인터미디어트와 비즈니스 클래스라 영어가 거의 원어민에 가까운 상태였기에 프리 인터미디어트인 나로서는 20분 정도 스몰 토킹이 지나가자 말하는 게 약간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도 이날 이후 어학원에서 볼 때마다 무척 반가워하며 계속 같이 차 마시러 가자, 밥 먹으러 가자, 놀러 같이 가자 몇 번을 나와 함께 하고 싶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미 스몰토킹으로 서로 간 할 수 있는 말은 전부 다 한 상태인 데다가 이때만 해도 내 실력으로는 원어민 수준에 가까운 그들과 대화는 많이 버거워서 에둘러 시간이 없다고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초반 20분 정도 스몰토크만 이야기할 때는 다들 영어를 진짜 잘하는 줄 아는데 내 실력은 딱 거기까지였다.) 이들을 만나면서 더 열심히 공부 해야겠다는 다짐에 다짐을 했는데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내 안에 영어 슬럼프가 시작되고 있다는 걸 이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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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첫 영어 슬럼프가 찾아오다.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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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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