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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Jul 31. 2023

[몰타어학연수] 몰타에 한국음식점이 있나요?

몰타어학연수 제2장 #11 몰타에서 외국인 친구들도 한식사랑, 클럽스시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2장 프리인터미디어트 몰타  

#11 몰타에서 외국인 친구들도 한식 사랑, '클럽스시(club sushi)' 


우리나라에는 아직 덜 알려진 몰타라서 몰타에서 한식을 파는 곳이 있을까 궁금하실 텐데요. 몰타에도 한국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당연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음식점도 있고요.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은 아니지만 한국음식을 파는 곳도 있습니다.  맛은 어떠냐고요?  함께 한국음식 먹으러 고고고!!!


몰타에서도 한국음식 파는 곳이 몇 군데가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은 그지라(Gzira)에 도마(Doma), 발레타에 순(S:UN Restaurant), 슬리에마 컵스(Kups) 이렇게 3곳이 있다 도마와 순은 사장님이 같다고 알고 있다. 도마와 컵스는 가봤고 (사진이 없네) 발레타 순의 경우 발레타를 숱하게 갔는데 그때마다 현지 레스토랑을 가게 되니 순은 가보지 못했다.  도마와 컵스 둘 다 한국에서 먹던 맛 그대 로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두 군데 모두 음식은 맛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세인트 줄리안이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동네에 있는 음식점을 더 자주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곳은 바로 '클럽스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은 아니라고 했는데 한국에서 음식을 배웠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메뉴는 일본 음식과 한국 음식을 두 가지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간판에는 도쿄에서 서울까지로 적고 있다.  

집에서 밥 하기 싫은 날 한식이 먹고 싶을 땐 동네 맛집인 클럽스시로!


일본 음식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스시와 롤초밥, 우동, 튀김종류 등이 있고 한식으로는 비빔밥, 떡볶이, 닭강정, 덮밥류, 잡채, 전 등이 있는데 가격은 대략 10~15유로 사이여서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이라 저녁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고 웨이팅이 있기도 했다. 일식과 한식을 파는 음식점지만 몰타 현지인들이나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곳이었다. 

몰타에서 한식을 맛볼 수 있는 클럽스시. 


몰타에서는 늘 집밥을 해 먹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몰타에서 굳이 돈 주고 한식을 사 먹나 싶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슬슬 집에서 밥 해 먹는 게 귀찮아질 즈음 클럽스시를 찾았다. 몰타는 연어가 싸기 때문에 연어를 시켰고 떡볶이를 시켰다. 싱싱한 연어가 올려진 연어 덮밥도 좋았지만 살짝 매콤한 해산물 떡볶이 맛이 일품이었다. 한국에서 먹던 맛과 똑같았다. 맥주를 부르는 맛이라고나 할까. 이날 이후 입맛이 없거나 간단하게 먹고 싶을 때 클럽스시의 맥주에 떡볶이는 나의 주 메뉴가 됐다. 


생일 때 집에 놀러 왔던 친구들에게 몰타에도 한식을 파는 곳이 있다고 했더니 가보고 싶다고 해서 수업 마치고 점심때 방문했다. 그랬더니 저녁 메뉴에는 없었던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름도 서울 도시락과 일본 도시락이다. 서울 도시락은 잡채, 소불고기를 주 메뉴로 샐러드, 김치로 도쿄 도시락은 4종류의 회, 야키도리(꼬치), 돈가스, 샐러드 등으로 구성됐다. 


가장 친한 친구인 이본은 생일 때 만들어준 잡채를 먹어보고선 완전 반해서 이날도 어김없이 잡채가 들어간 서울 도시락을 시켰고 나는 일본 도시락을 시켰다. 각각 14.50유로와 15유로다. 도시락 하나에 2만 원 정도지만 한식파인 나로서는 비슷한 가격에 스파게티를 먹느니 클럽스시의 한식이 훨씬 좋았다.  

클럽스시 서울도시락과 일본도시락  


그렇게 한식을 한 번 먹어본 친구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 본의 아니게 클럽스시는 우리의 단골집이 됐다. 처음에는 부지런히 사진을 남기다가 자주 가기도 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굳이 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거의 모든 메뉴를 다 먹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몰타에서 가장 많이 방문했던 레스토랑이다.  그러다 외국인 입맛에는 살짝 매운 떡볶이에 도전한 날 친구들은 너무 맵다고 맥주를 물처럼 마시기도 했지만 그들의 한식 사랑은 멈출 줄 몰랐다. 

가끔은 초밥에 떡볶이로


심지어는 자기 생일날에도 한식을 먹고 싶다고 했다. 몰타를 떠나 런던에서 4개월을 보내고 겨울에 다시 돌아온 몰타였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였다. 생일인데 약속장소를 클럽스시로 잡았길래 런던에서도 줄창 한식만 먹었던 상황이라 굳이 나를 배려할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도 클럽스시를 가고 싶다고 했다. 그녀들의 한식사랑에 곁들인 나를 위한 배려였다. 이번에는 이들이 어떤 메뉴를 주문할까 궁금했는데 만두에 닭강정을 주문했고 이날도 역시 잡채는 빠지지 않았다. 이들의 잡채 사랑은 찐이었다. 


몇 개월 만에 만나 맛있는 음식을 두고 폭풍 수다가 이어졌다. 6개월 어학연수를 끝내고 몰타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친구도 있고 나는 런던을 갔지만 다른 친구들은 몰타에서 계속 어학연수를 하고 있었다. 내가 몰타에 다시 왔을 때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던 건 다 그녀들 덕분이었다.  우린 다시 만났고 그동안 밀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생일축하해 제세니스~
스타트로 만두와 닭강정
외국인 친구들의 잡채사랑 
덮밥과 스시까지 골고루 ~


생일을 기념해서 모인 우리 테이블에 센스 있는 직원들이 생일 케이크를 준비해서 가지고 왔는데...


오 마이갓!!!!!!  붕어 사만코 아이스크림 생일케이크라니요!!!!  정말 신박해서 소리를 질렀더니 외국인 친구들은 영문도 모르고 왜? 왜? 왜?라고 물었지만.... 이건 도저히 설명 불가였다. (아시안 마트에 한국 아이스크림이랑 붕어사만코 판매하고 있다. 다만 비싸다) ㅎㅎㅎ 이걸 내가 어찌 설명을 하리오. 

붕어싸만코 생일 케이크 
런던에서 다시 몰타로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함께 한 나의 라틴아메리카 친구들 


인터미디어트로 올라가고 난 다음 새로 친해진 친구들은 멕시코와 브라질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고작 2주만 같이 시간을 보냈지만 어학연수 전 기간을 통틀어 가장 빨리 친해졌고 가장 돈독했던 친구들이다. 브라질에서 온 친구인 디에고는 덩치는 산만한데 참 부드러운 사람이어서 가끔 내가 엄청 놀리고 장난을 많이 쳤는데도 나를 귀여운 막냇동생 대하듯 했다. 나이가 나보다 한참 어린 걸로 생각됐는데 어학연수에서 나이는 철저히 비밀이니 ㅎㅎ


아마존 생태를 연구하는 친구인데 브라질에서도 한식이 완전 열풍이라고 했다. 이미 한식을 여러 번 먹어봤고 젓가락질도 할 줄 안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었더니 '비빔밥'이라고 얘기하는 게 아닌가. 몰타에서도 비빔밥 파는 곳이 있다고 했더니 같이 먹으러 가자고 했다. 늘 파트너였던 멕시코에서 온 카를로스가 우리 이야기를 굉장히 흥미 있게 듣더니 자기도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카를로스와 함께 수업 끝나고 한식 먹으러 또 클럽스시로 출동. 너무 자주 가면 질릴 만도 한데 한식은 질리지 않는다는 게 참 신기하다. 

좌/ 카를로스, 우/ 디에고 , 이들과 함께 남은 몰타 생활을 행복하게 보냈다. 


한식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는 카를로스는 나에게 주문을 맡겼다. 뭘 시키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외국인들이 대부분이 좋아하고 실패 확률이 적은 잡채를 선택했다. 이미 이본을 통해 익히 증명된 잡채이지 않은가. 잡채와 불고기가 들어간 서울 도시락을 주문했고 디에고는 브라질에서 먹어본 비빔밥 외에 다른 음식을 선택하라고 조언했지만 자기는 비빔밥이 최고라며 주저 않고 비빔밥을 선택했다. 둘 다 나보다 매운 걸 더 잘 먹는 사람들인지라 해물 떡볶이까지 주문 완료. 


디에고는 브라질에서 먹던 비빔밥보다 몰타에서 먹는 비빔밥이 더 맛있다고 했다. 디에고도 한식이 생각보다 맛있다며 잘 먹었다. 옛날에는 외국에서 한국 음식을 먹으면 비슷하게 흉내만 낸 게 대부분이라 정체불명의 한국음식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외국에서 먹는 한국음식은 한국에서 먹는 것과 똑같다. 심지어 어떤 메뉴들은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있기도 하다.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한식을 먹일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싶었다. 

사진만 보면 한국 식당에서 먹은 음식인 줄. 


맛있는 음식과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스피킹 시간이 이어졌다. 어학연수는 어학원 교실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이렇게 친구들과 만나서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레 이어지는 문화 이야기에, 생활이야기에 다양한 주제로 프리토킹이 이어진다. 어학연수를 한 학생들의 대부분이 친구들과 술 먹고 놀다가 영어가 늘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나보다 더 열광했던 친구들의 한식사랑이다. 물론 자신들의 나라 음식을 맛보게 해 주겠다며 친구들이 초대를 했던 이야기도 조만간 공개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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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세인트 줄리앙 맛집,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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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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