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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정해경 Aug 04. 2023

[몰타어학연수] 한국에서 영어 공부는 문법이냐, 회화냐

몰타 어학연수 제2장 #13 어학연수 전, 한국에서 영어 공부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제2장 프리인터미디어트 몰타  

#13 어학연수 전, 한국에서 영어 공부는 어떤 걸 해야 하나 


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겠다고 결정을 하고 나면 외국생활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지만 가장 막막한게 한국에서 미리 영어공부는 좀 해야겠는데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하는지 가장 고민이 되더라고요. 계속 공부를 하던 대학생들과 달리 공부에 손을 놓은지 한참이나 지난 상황이니 한국에서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할지 진짜 막막했거든요. 


+ 문법 위주 vs 회화 위주 (결론은 회화 위주로 준비) 

어학연수를 결정하고 나니 긴 시간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을 준비보다 한국에서 영어공부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가 막막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연수를 결정한 만큼 영어 공부에 손을 놓은지 너무 오래된 상황이라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가기에는 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1개월 정도의 짧은 어학연수라면 모를까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어학연수를 결정한 나로서는 휴식과 영어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러니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할지 진짜 막막했다. 이건 어학연수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미 어학연수를 다녀온 사람들(주로 대학생들)이 올린 영상을 많이 찾아봤지만 영어와 담을 쌓고 살던 50대와 수능부터 빡세게 영어공부를 한 대학생들과는 기본 출발부터가 달랐기에 그들의 경험은 나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학연수에서 준비하는 영어 공부는 문법 혹은 회화, 대체로 두 방향이었다. 물론 시간이 많아서 두 가지를 다 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체로는 '문법'을 미리 공부하고 오라는 조언이 많았다. 이윤인즉슨, 오랫동안 영어 공부를 안 했던 사람의 경우 한국어로 설명하는 문법도 이해가 안 되면 영어로 설명하는 문법은 더더군다나 더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 문법책을 한번 읽고라도 어학연수를 오는 게 도움이 된다는 의미였다. 일리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먼지가 뽀얗게 쌓인 영어 문법책을 꺼내 들었다. 


그동안 영어 공부를 아예 안 한 것은 아니었다. 끈기 있게 영어 공부를 이어나가지를 못하니 하다말다가 계속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해가 바뀔 때마다 영어공부를 위해 늘 새책을 사지만 언제나 앞장까지가 공부는 전부였다. 하지만 어학연수를 앞두고 있으니 이번에는 달랐다. 수준에 맞는 아주 쉬운 영어 문법책을 또 샀고 몰타에서 필요할 때마다 참고하려고 작은 노트를 준비해 따로 문법노트를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문법도 문법이지만 어휘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끼는 상황이었는데 어떤 어휘를 외워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문법은 문법 대로 노트 정리를 하면서도 유튜브에서 꼭 필요한 생활영어를 문장을 정리해서 나름 외운다고 외웠지만 생각보다 어휘도, 생활영어 문장도 잘 외워지지 않았다. 일단 외웠다고 해도그때뿐이고 외웠던 문장을 한국에서 사용할 일이 없으니 가까스로 외운 문장도 까먹기 일수였다. 무엇보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라는 걸 뼈저리게 실감할 뿐. 결국, '생활영어는 닥치면 어떻게든 하겠지'하는 마음이었고 우선 급한 대로 문법을 전체 한 번 훓었고 문법정리 노트 한 권을 들고 몰타로 떠났다. 


한국에서 나름 공부했던 문법이 어학연수에서 도움이 되었냐면.... 


결론은 '아니다.'


심지어 한국에서 정성을 다해 준비한 문법노트는 한번 펴보지도 않았다.  

내 공부 방법은 틀렸다. 문법을 알기 위해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노트 정리를 했을 뿐이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문법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특히 알고 있는 문법 대로 스피킹은 1도 되지 않았다. 

우리 세대가 그렇듯 문법은 그저 시험 치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아주 주관적인 나의 경험치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한국에서 미리 하고온 문법 공부가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도 했지만 나의 경우는 전혀 아니었다. 

코로나 기간이었지만 시간 날 때마다 틈틈히 도서관에서 문법 위주의 공부를 했었다. 


+ 도대체 왜? 영어 뉘앙스의 차이에 멘붕 

엘리멘터리 수업에서 배우는 문법의 경우 문법 위주의 영어 공부에 익숙한 우리 세대에게는 문법이라고 할 수도 없는 정도의 완전 기초적인 내용이었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도 아마 다들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프리 인터미디어트에서 문법 때문에 상당히 고전을 해야 했다. 


프리 인터미디어트에서는 배우는 문법은 시제와 조동사를 집중적으로 배우게 된다. 우선 수업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 중 하나는 문법 어휘였다. 세상에! 문법 용어가 전부 '영어'였다. 명사(Noun), 동사(Verb),  형용사(adjective), 부사(adverb) 이런 정도의 문법 영어만 알고 있던 나는 문법 공부를 하면서도 해당 문법에 해당하는 영어 어휘가 무엇인지 찾아볼 생각은 전혀 안 했다.   


이게 다 뭐지? 

past simple, past continue, past perfect, past perfect simple, past participle, present simple, present continue, present participle, phrases and clauses, infinitive,  modal Verbs, auxiliary Verbs, Relative pronouns, gerunds, If clause, main clause,  If clasuse zero conditional,  If clasuse first conditional, reported speech,  Quatifiers, etc. 


외국에서 영어를 배우니 문법을 영어로 설명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문법 영어 어휘를 미리 익힌다는 건 생각조차 못했단 말인가.


 문법 용어가 생소하니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라 처음에는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다가 예문을 보면 '아, 단순 현재시제, 단순 과거 시제, 현재 진행형, 과거 진행형 등을 설명하는구나' 눈치로 감을 잡기 시작했다.  문법 용어에 익숙해지고 내가 이해한 문법을 내가 영어로 술술 설명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다 아는 내용인데 문법 어휘를 몰라서 헤맸던 프리 인터미디어트 초반


두번째는 시제다. 특히 한국 문법에는 사용하지 않는 영어의 시제는 뉘앙스 차이를 몰라 헤매고 또 헤맸다. 

시제.. 다 아는 내용인데... 로 시작했다가 완전히 멘붕이 왔다. 한국에서 공부한 문법을 어슬프게 알고 있으니 너무 헷갈렸고 문법공부를 처음부터 다시해야 했다. 차라리 문법 공부를 안 한 상태였다면 더 이해하기가 수월했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한국식 사고로는 당최 이해가 안 되는 뉘앙스의 차이 때문에 시제 문제는 레벨테스트에서 번번히 나의 발목을 잡았다.  전체 어학연수 기간을 통틀어 프리 인터미디어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영어식 뉘앙스 차이에 따른 '시제'때문이었다. 

프리 인터미디어트 첫 레벨테스트에서 시제 문제 정답률 0%  



한국에서 배웠던 영어와 어학연수에서 배웠던 영어에서 내가 가장 큰 차이를 느낀 건 '한국식 사고'와 '영어식 사고'의 차이였다. 한국에서는 대충 넘어갔던 시제는 시험 칠때나 신경을 썼을 뿐, 회화에 정확한 시제로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과거 시제나 현재 시제도 막상 문법에 맞추서 말을 하려니 은근히 헷갈렸다.  


이때 가장 멘붕이었던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식으로 해석은 똑같지만 영어의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지는 부분이었다. 영어로 적어보자면 'will, be going to, the present countinuous for the future, the present simple for the future'를 사용하는 시제인데 우리말로는 해석이 비슷하거나 똑같으니 영어식 뉘앙스의 차이를 모른다면 절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어쩌면 이런 내용은 나만 모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완전한 문장을 보면 이해를 하겠는데 막상  빈칸으로 남겨놓으면 해석이 너무 비슷해서 헷갈리기 일수였다. 이것도 사실은 나름은 공식같은 것이 있어 그것만 알고 있으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긴한데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한국식 사고로 해석했다간 대혼란에 빠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I will go to the beach. 

I am going to the beach tonight. 

I'm having dinner with m sister tonight.

The train leaves at 9 am tomorrow. 


이런 류의 내용 때문에 한국어와 영어는 서로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이기도 하다. 런던에서 공부할 때 이런 문제로 다른 나라 친구들과 서로 왜 영어가 배우기 어려운지 배틀이 붙기도 했었다. 서로 자기 나라에는 없는 영어문법이 어떤 게 있는지, 시제는 어떻게 다른지 등등등. 


지금도 영어 공부를 할 때 ChatGPT에 가장 많이 묻는 질문도 두 단어, 혹은 두 문장을 비교하면서 뉘앙스가 어떻게 다른지를 묻는 질문이다. 

지금봐도 이때 얼마나 멘붕이었던지. 


그렇다고 다른 시제가 쉬웠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어느 정도 시제에 자신있다 싶었는데 시제를 다 섞어 놓으니 꼭 한 두 문제씩은 틀리는 게 나왔다. 실제로 친구들과 대화도 이런 정도 수준에서 이루어지는데 프리인터미디어트에서는 다들 말하다가, 아차! 이러면서 시제를 고쳐서 다시 말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쉬운 내용도 꼭 한 두 문제는 틀리니 완벽하게 아는 것은 아닌셈. 



+ 영어로 듣는 문법 설명이 더 쉽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니 처음에는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문법은 무용지물이었다. 게다가 우리말 해석은 똑같은데 뉘앙스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영어 문법을 설명하는 유튜브룰 보기는 했는데 오히려 한국식 설명이 더 헷갈렸다. 영어식 뉘앙스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유튜브는 거의 없었고 문법을 문법으로만 설명하니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설명이 잘 이해가 안 될때는 원어민이 설명하는 문법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힘들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한국어로 문법 설명을 듣는 것 보다 영어로 듣는 문법 설명이 훨씬 더 쉽게 느껴졌다. 


원어민이 영어로 설명하는 문법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웠다. 


이러니, 한국에서 한국식 사고로 공부했던 영어 문법은 내게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애매하게 알고 있는 상태이니 다른 정보가 들어와서 더 헤매는 상황이 됐고 솔직히 영어 문법은 몰타에서 완전히 처음부터 공부를 다시 해야 했다. 진심, 이럴거면 한국에서 왜 굳이 문법 공부에 그렇게 시간을 쏟았나 싶어 살짝 후회가 됐다. 


나와 같은 나이였던 룸메이트도 나와 레벨 진행이 같았다. 자신도 어학연수 오기 전에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문법'을 공부하고 오라는 조언을 받았고 나처럼 문법만 줄창 공부를 하고 왔었다. 그녀는 나보다 문법을 훨씬 잘 알았기에 내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녀에게 묻기도 했었다. 그런 그녀도 결국은 한국에서 미리 공부했던 문법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원어민이 설명하는 문법이 훨씬 이해가 빠르다고 했다. 


몰타에서 문법 노트를 새로 만들었다. 



+ 어학원에서는 왜 생활영어를 가르치지는 않을까? 

몰타 어학연수 두달 째에 접어 들었고 프리 인터미디어트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어학원에서는 왜 생활에 필요한 생존영어는 가르치지 않는 것일까?'


외국인 친구들 역시 매주 text book에서 제시되는 토픽에 따라 대화를 할 때는 어떻게든 말을 하는데 막상 밖에서 생활할 때는 어학원에서 영어로 대화하는 만큼 영어 회화가 따라주지 않는다는 어려움을 종종 이야기 하곤 했다.


기숙사에서 외국인들과 함꼐 생활하는 친구들을 보면 확실히 생활영어가 눈에 띄게 느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대체로 30+ 이상의 경우 어학원 기숙사에서 외국인들과 어울리기보다 대체로 같은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집을 구해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집 안에서는 영어보다는 자기 나라 말을 사용하니 영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작을 수 밖에 없어 생활영어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 룸메이트와 살고 있는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한번은 룸메와 내가 9주차 정도에 접어 들었을 때 이래서는 안 되겠다며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영어로만 대화를 해보자고 시도했던 적이 있다. 결국 이 시도는 하루만에 '아- 도저히 답답해서 안 되겠다'며 포기하고 말았다. 


영어를 사용하기로 한 첫 날부터 아침에 갑자기 전기가 나갔는데  룸메가 멘붕인 얼굴로 "왜 전기가 안 들어오는 거지?" 이 말을 못해서 쩔쩔 맸고 나 역시 "전기가 나갔다"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라서 멘붕이었다. 게다가 "오늘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품 버리는 날이야" 이런 말도 못해서 손짓에 발짓도 모자라 가슴팍을 두들겨가며 온 몸으로 답답함을 표현해야 했었다. 하루 종일 이런 상황이다 보니 누가 먼저랄 것없이  


'아이고 하루 종일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며 집안에서 영어 사용은 안 되겠다며 그날로 포기했다.  


여행을 다니면서 영어를 익힌터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것처럼 보여도 생활과 관련된 영어는 한번도 말을 해본 적이 없으니 단어 한 두개 아는 것으로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쉬운 말이어도 새로 다 외우고 익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날의 상황을 외국인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대다수가 남미인 친구들 역시 '집에서 스페인어만 사용하니 영어가 늘지 않는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학원에서 책으로 배우는 교육, 환경 이런 주제보다 실생활에서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생존영어를 가르치면 당장 그 수업으로 갈아타고 싶다는 친구들도 많았다. 결국 이런 수업은 어학원에서 진행하지 않으니 몰타에서 생활하면서 그때마다 당장 말을 해야 하는 생활영어는 따로 시간을 할애해 공부를 해야 했다.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 외에도 실제로 생활을 하려면 생활영어는 따로 외우고 공부를 해야한다.  그러니 어학연수 전에 영어 공부를 미리 하고 싶다면 무조건 '생활영어'를 먼저 공부해서 입으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상황까지 공부를 하고 오라고 조언하고 싶다.  




기초 실력이 워낙 부족한 상황이었고 영어 공부를 안 한지 너무 오래된 아주 개인적인 경험의 조언인 점을 참고 하기 바란다. 문법에 집착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 공부한 걸 내일이면 까먹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비싼 돈을 내면서 6개월 이상 어학연수를 해보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아카데믹한 영어가 목적이기도 했다. 


나중에 런던에서 어퍼 인터미디어트 레벨까지 올라가서 영어가 상당히 늘었음에도 정작 실생활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만큼 표현이 안 되 답답함을 느끼는 건 매 한가지였다. 고작 어학연수 10개월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래서, 어학연수가 끝난 지금도 난 여전히 생활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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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공부하기 딱 좋은 68세! 



'50대에 어학연수는 핑계고' 1장은 매거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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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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