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 첫날, 성산일출봉에서 일출
2026년 제주에서 처음 맞이하는 일출
2026년 제주에서 처음 맞이하는 일제주 출
2026년 제주에서 처음 맞이하는 일출
2026년을 시작하며 제주에서의 일상을 미루지 말고 열심히 기록해 보자 다짐했건만, 그 다짐은 다 어디로 갔는지 첫날의 느낌을 이제야 글로 남긴다. 핑계를 대자면 4일간 서울을 다녀왔고 제주에 돌아와서도 이런저런 일로 조금 바빴다. 그렇다고 글이 이렇게까지 늦어질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해도 비겁한 변명이니 너그러이 용서를 구한다.
나는 해마다 일출을 보러 간다. 그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제주에 입도한 뒤 처음 맞는 일출이라 어디로 갈지 고민이 많았다. SNS에서는 제주 일출 명소가 여럿 소개됐지만 마음이 딱 가는 곳은 없었다. 그러던 중 신년을 맞아 성산일출봉에서 일출보기 이벤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제주시에서 성산일출봉까지 차로 1시간이나 걸리니 심히 부담스러워 신청하지 않았다.
집에서 가까운 용두암에서도 새해 일출 행사가 열린다고 했고, 도민들 중에는 도두봉을 추천하는 이도 있었다.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제주에서 2년 살이를 마치고 2월이면 서울로 올라가는 지인이 함께 일출을 보러 가자고 했다.
"내가 서울로 이사 가고 나면 일부러 일출 보자고 제주까지 오진 않을 것 같아. 그러니까 꼭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고 싶어"
'마지막'이란 말은 언제나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어야 할 이유가 된다. 그렇게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성산일출봉으로 향하게 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성산일출봉 일출 이벤트 행사를 신청해 볼 걸 싶었다. 경쟁률이 워낙 치열해 2분 만에 마감이 됐다고 하니 어차피 초스피드 탈락이었을 거라 스스로 위로했다.
새벽 5시 30분 집을 나서 지인을 픽업하고 성산으로 향했다. 새벽인데도 도로에는 생각보다 차가 많았다. 혹시나 막히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신호 대기 차량이 대부분이라 안도했다. 하지만 성산일출봉이 가까워질수록 끝이 보이지 않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결국 성산일출봉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광치기 해변 인근에 눈치껏 차를 세웠다. 시계는 7시 20분을 가리킨다. 이러다 혹시 해가 먼저 떠버리는 건 아닐까 마음이 급해졌다. 제주에 온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성산일출봉은 처음이다. 이미 여러 번 와본 곳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주 도민으로 살다 보니 오히려 잘 찾지 않는 장소가 됐다. 아직은 날이 어두컴컴한 데다가 새로운 건물들도 너무 많이 생겨 광치기 해변이 어디인지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이 걷는 방향으로 따라가니 광치기 해변이었다.
새해 일출은 대개 매서운 추위와 긴 기다림이 기본이기에 완전 중무장이 국룰이다. 그런데 이게 웬걸. 바람 하나 없고 파도도 잔잔했다. 장갑을 끼지 않아도 손이 시리지 않을 만큼 포근한 날씨였다.
엄청난 인파를 예상했지만 광치기 해변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1월 1일 첫날 구름이 많아 일출을 보기 어렵다는 일기 예보가 영향을 준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신년 해를 보느냐 못 보느냐보다 보다 '일출을 보러 간다'는 행위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그래서 일출을 못 본다 해도, 새해 첫날 이 의식만큼은 빠뜨리지 않는다.
낮은 구름이 수평선을 가득 덮고 있는 아래로 하늘이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제시간이 아니어도 구름 위로 해가 모습을 드러낼 것 같아 은근한 기대가 생겼다. 일출 시간은 지났지만 태양은 좀처럼 고개를 내밀지 않는다. 그렇게 5분 여 남짓 흘렀을까.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구름 사이로 뒤늦게 떠오른 태양이 바다 위로 찬란한 빛을 쏟아낸다. 누군가는 소원을 빌고, 누군가는 덕담을 나누며 또 누군가는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이에게 전화를 걸어 이 순간을 전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생각해 보니 코로나부터 지금까지 타의 반, 자의 반 칩거가 너무 길었다. 올해부터는 모두에게 좀 더 다정한 안부를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었다.
이내 전국 각지의 지인들로부터 산에서, 바다에서, 도심에서 찍은 일출 사진이 실시간으로 카톡창을 채웠다. 제주는 흐려서 제대로 된(?) 일출을 보기 어려웠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역대급 일출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구름에 가리긴 했어도 일출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오늘과 내일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첫 일출을 일부러 찾아가서 만난다는 건 올 한 해 최선을 다해 살아보겠다는 나의 무언의 다짐이자 약속이다. 스스로 정한 올해의 목표는 'Step out of comfort zone'이다. 나를 보호해 주던 익숙한 경계 밖으로, 조심스럽게나마 한 발 내디뎌 보는 것. 올해는 다양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볼 생각이다.
제주시에 살다 보니 성산이나 서귀포는 마음을 먹어야 가는 곳이 됐다. 그래서일까. 제주에 살아도 일일 여행자가 된 이 느낌이 나쁘지가 않다. 이미 20일이나 지난 2026년의 첫 시작을 뒤늦게 기록하며.
내년엔 동네 근처에서 일출 보는 거로!!!
덧. 제주는 벌써 유채꽃 한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