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1일 정서진 해넘이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비로소 알게 된다.
바쁘게 부대끼면서 보낸 한 해가 참 빨리 지나간다고.
왠지 헛헛해진 마음.
별 것 아닌 말도 괜찮으니 한 해 참 고생했다고
누군가로 위로받고 싶은 그런 날.
12월 31일이다.
국토 최서쪽, 정서진(正西津)
광화문을 중심으로 가장 동쪽에 정동진이 있다면
가장 서쪽에는 정서진이, 가장 남쪽에는 정남진이 있다.
정동진이 '동해의 일출'을 테마로 희망과 새로운 출발로 삼고 있다면
정서진은 '서해의 노을'을 테마로 낭만과 그리움, 회상과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정서진은 정서진은 경인 아라뱃길이 있는 아라 터미널에 위치하는데
정서진 광장을 비롯해 아라빛 섬 등 다양한 조형물과 산책로가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그만이다.
서울 도심에서 불가 30분~1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정서진이니
멀리 가지 않고도 한 해를 마감하는 곳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해넘이
매일 아침 태양은 떠오르고 또 태양은 진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한 해의 마지막 일몰과 한 해의 첫 일출은 특별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특별한 순간'을 위해 기꺼이 달려간다.
올해 마지막 해넘이는 2016년 12월 31일 오후 5시 24분으로 예고했다.
해가 뜨는 잠시, 그 순식간이 지나면 태양은 뜨겁게 빛나면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그렇게 하루 종일 포물선을 그리며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지평선에 다가오면
그제야 태양은 노을빛으로 물들며 잠깐 동안의 눈 맞춤을 허락한다.
2016년. 그 어느 해 보다 다사다난했고 참 고달팠던 한 해.
주황빛으로 물든 태양을 바라보며
저무는 한 해를 다독이고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를 해넘이에서 발견한다.
오후 5시를 넘어가니 태양은 점점 기울어간다.
구름 드리운 수평선에 태양이 걸치기 시작했고
공식 해넘이 시간 해넘이 예정시간보다 20여분이나 이른 오후 5시 7분.
2016년 12월 31일의 태양이 점점, 점점,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 아, 아,
짧은 탄식에 담긴 2016년의 시간들.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기에 이 순간이 더 애달프다.
진심 너와 함께한 모든 날이 다 좋았음이다.
마지막 해넘이가 끝나고 사람들의 소원을 실은 풍등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 오른다.
반짝반짝 도심에 불이 켜지고 새로운 내일을 맞이할 준비를 서둔다.
오늘 하루가 저물며 2016년도 마침표를 찍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는 그렇게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내일을 기다린다.
그 내일이 또 오늘이 되고 어제가 될 것이다.
오늘이 그런것처럼.
2017년의 12월 31일은 그게 무엇이 됐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나 자신을 기대해본다.
글. 사진 이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