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가래떡 마냥 길게 뽑힌 손가락들이 서로서로 포개져 있다.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 그의 눈꼬리와 입꼬리는 땅으로 향해 있다. 공기 중 먼지를 바라보는 듯한 그의 시선은 정확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그의 표정부터 행동까지,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는 듯 세월이 주는 익숙함을 몸에 담고 있다. 지구본처럼 지하철 정기권을 하염없이 돌리고 있는 그는 자신을 좀처럼 숨길 수 없다. 애벌레가 먹은 나뭇잎처럼 솟은 핏줄들은 날카롭게 다림질된 정장 바지를 따라 구두까지 이어진다. 모자랄 게 없는 그가 그래도 자신의 부족한 내면을 찾아 메꾸기 위해 오늘도 생각의 늪에 몸을 담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