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간 사이
켜진 불을 끄는 것도, 불 꺼진 방을 밝히는 것도 내 손으로 직접 해야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를 가면 언제나 친구들이 있었다. 수업을 들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항상 함께였다.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어도 집에 가면 가족이 있었다. 어디를 가든 혼자 남겨지는 시간은 없었다. 오직 잠들기위해 뒤집어 쓴 이불 속에서만 오롯이 혼자였다.
대학에 진학하여 부모님의 곁을 떠나 홀로서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학교도 원하는 시간에만 나가면 되는 곳이었고 더이상 집에도 가족은 없었다. 침대위에서 눈을 떠 다시 침대로 돌아올 때까지 혼자 시간을 보낸 나날들이 생겼다.
이제는 어느덧 목적이 없는 만남은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아무 이유없는 연락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모든 관계 뒤엔 언제나 개개인의 속내가 숨어 있었다. 세월의 흐름속에서 체득해 나가는 사이 여러 이해관계들과 섞일 수 없었고, 결국 섬처럼 홀로 남겨졌다.
이미 물들어 버린 창호지는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찢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