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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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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적 Sep 27. 2018

안다고 하기엔 멀고, 모른다고는 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

대학을 졸업하고나니 주변의 사람들이 줄었다. 공강시간마다 함께 밥을 먹고, 과제를 하며 함께 밤을 지샜던 이들이 더이상은 없다. 회사를 그만두고나니 그나마 없던 사람들 중에서도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더이상 관계가 늘어날 것도 줄어들 것도 없는 순간이 되었다.


직접 대면하는 관계가 줄어드는 만큼 사람들간에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어가는 채널들이 많아졌다. 블로그의 이웃들이나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들을 두고 친구라든지 아는 사람이라고 지칭하기에 애매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번도 본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블로그의 이웃이 카페를 열었다. 평소 대화가 많았던 사이도 아니었고,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난 그 카페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뜬금없이 블로그 이웃의 카페를 찾았다. 메뉴를 주문하다보니 서로가 블로그 이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더 깊은 대화도 더 넓은 공감도 할 수 없었던 나는 그만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관계들을 형성하며 살아간다. 그 중 대부분이 시작은 알지만 어떻게 끝나게 되었는지 모르는 인연들이다. 예전에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부자연스러운 것이 사람들과의 관계다.


나는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시장에서 무거운 짐을 들어드리기도 하고, 누군가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주기도 한다.


이것이 내가 세상을 관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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