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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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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적 Oct 21. 2018

바깥이 보이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서로 괴로운 희망고문 사이에서

난 어릴때부터 내 손으로 동물을 키워본적이 없다. 아래층에 살던 친구집에서 기르던 햄스터, 사촌형이 마당에서 키우던 병아리, 어느날 형이 가져돈 새끼자라. 동물은 언제나 내겐 멀고도 가까운 존재였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동물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너무도 반갑다. 하지만 보통 그들은 나와 같지 않다. 무서워서 피해가거나 눈길 한번 안 주는 친구들도 있다.


한번은 연남동에 가고 싶었던 카페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길가 카페 안에 있던 강아지와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거기로 들어간 적도 있다. 주인이 있으면, 이렇게 마주보고 인사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밤이 되면 불은 꺼지는지, 목욕은 잘 시켜주는지, 산책은 얼마만에 데리고 나가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거라곤 자신의 배설물을 먹으려고도 한다는 것뿐. 그들은 투명한 집에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창문가에서 살아간다.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얼른 눈을 맞춘다.


그럼에도 난 그들을 구해줄 수가 없다. 함께이고 싶지만 함께할 수 없다는 걸 그들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대신 더이상 쓰레기봉지를 뒤지지 않아도 되게끔 간식을 주머니에 넣어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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