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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신 Mar 25. 2016

트레이시 웨스트의 여성신학

[북리뷰] Disruptive Christian Ethics

트레이시 웨스트, 우머니스트 신학자로 현재 드류 신학교에서 기독교 사회 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미국의 1930년-1940년대, 뉴욕엔 수많은 노예시장이 열렸다. “브롱스 노예 시장”은  그중 하나다. “흑인 여성들은 노예시장에 나가 자신들을 가사 노동자로 고용해줄 백인 여성들을 기다렸다.” 흑인 여성들은 이 시스템 하에서, 백인 고용주들에게 착취를 당해야 했다. 교통비가 차감되고, 불공정한 임금을 받았다. 고용주들은 추가 보수 없이 자신들의 친구나 친척들의 일을 돕도록 시키기도 했다. 내부 식민지의 풍경 이었다.


웨스트는 브롱스 그리고 할렘 일대에서 자신을 고용해주길 기다리는 흑인 여성의 개인적인 삶에 관심한다. 부당한 임금과 인종차별에도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곳에 서 있는 한 흑인 여성의 삶은 결코 한 개인의 삶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사적인 삶과 공적인 영역은 구분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웨스트는 개인적인 경험이 어째서 공적, 사회 정치적, 윤리적인 문제와 연결되는지를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마리아 곤잘레스는 가난한 레즈비언 여성으로 뉴욕시의 실업자 재취업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그녀는 이 프로그램에서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곤잘레스의 진술에 따르면, “그 사람이 다른 노동자들에게 말했에요. 제가 그와 성관계를 갖길 원하지 않으니 전 레즈비언일 거라고.” 곤잘레스의 경험은 한 사람에게서 일어난 개인적이며 특수한 일이다. 그러나 그녀의 경험은 사적인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곤잘레스의 개인적인 고통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 빈곤, 성폭력, 호모포비아 등 사회윤리적 문제를 공적으로 드러낸다. 


곤잘레스의 이야기는 하나의 사례다. 웨스트는 공적인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몇 가지 개인적인 사례들을 더 소개한다. 그리고 웨스트가 소개한 각각의 사적 경험들은 미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미국 회계 검사원 연구 보고에 따르면, 1997년 한 해 동안 “공항에서 미국 세관 직원들이 흑인 미국 시민들을 벌거벗겨 조사하는 건수가 백인 남성과 여성들에 비해  높았다... 1998년에는 흑인 여성들의 경우 백인 여성들보다 9배나 많이 미국 세관 요원들에 의해 X-레이를 찍어야 했다.” 


웨스트는 이 사건에 연루된 두 여성을 소개한다. 이브 브래들리에 따르면, “정부 요원들은 우리의 몸이  무가치한 것처럼 다루었어요 …그들은 손으로 우리들을 만졌고, 벗겨서 수색했어요.” 패트리아 어플톤은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강간당한 느낌이었어요. 어떤 도움도 구할 수 없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겪은 최악의 경험이에요.” 두 여성의 진술은 미국 정부가 흑인 여성들의 몸을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폭로한다. 웨스트는 이 외에도 몇 가지 사례들을 더 제시한다. 하트포드 신보 사건에서 성폭력을 당한 성노동자들의 경험은 경찰의 폭력과 성노동자들을 향한 편견, 여성차별, 대중 매체의 왜곡이란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개인의 경험에서 사회적 문제들을 고발하는 웨스트의 귀납적 방법론은 성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령, 예수라 고하는 개인이 겪은 고문과 처형은 불의한 종교 권력과 제국주의를 고발한다. 


이렇듯 특수하고 개인적인 사건들은 광범위한 그리고  조직화되어있는 인종주의, 섹시즘, 이성애 중심주의, 그리고 제국주의의 폭력을 폭로한다. 고통받는 이들의 특수한 경험들을 통해 사람들은 악의 잔혹함을 목도하고, 이에 맞서 연대하고 저항한다. 개인적인 문제는 곧 사회적인 문제이며, 이런 방식으로 특수성 (개인적 경험)은 보편성 (공적인 것)과  동일시된다.


웨스트는 개인적 경험과 보편적 가치의  상호관계뿐 아니라, 성서라고 하는 고대 텍스트와 오늘날 사회 경제적 컨텍스트와의 관계에도 관심한다. 가난한 10대, 임신한 여성이었던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미국의 10대 싱글맘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웨스트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역사적 마리아의 삶이 갖는 특수한  실존으로부터 가난한 여성들을 지원하는 문화적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마리아의 개인적인 사건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오늘날 여성들과 관계 맺는다. 마리아의 개인적인 진술인 마리아 찬가는 미국의 가난한 여성들로 하여금 국가에게 복지 정책을 요구하도록 하기도 했는데, 이는 성서 텍스트가 어떻게 오늘의 사회적 문제와 연관되어 해방적인 사건을 이끌어내는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웨스트는 고통에 대한 개인적인 증언과 경험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환기시킨다. 웨스트의 이런 윤리학적 관점은 미국의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트레본 마틴, 마이클 브라운, 그리고 에릭 거너. 이들은 모두 흑인으로 경찰의 폭력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들의 개인적이고 특수한 사건들은 미국 사회에 만연한 공권력의 폭력과 인종차별을 폭로한다. 이 희생자들은 우리에게 ‘보편적’ 인간의 존엄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각 개인의 아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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