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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신 Mar 27. 2016

그럼에도 십자가에 구원이 있다

조안 테렐의 십자가 신학

십자가에서 고통받은 예수를 강조하며, 흑인 여성들의 희생과 고통을 미화한 십자가 신학은 흑인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착취를 정당화 해왔다. 우머니스트 신학자 델로어스 윌리엄스는 희생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십자가 신학에 맞섰고, “십자가 피엔 그 어떤 성스러움도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머니스트 윤리학자인 조안 테렐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십자가 신학에 반대한다는 점에선 윌리엄스에 동의하지만, "십자가 피에 그 어떤 성스러움도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테렐은 그의 저서 Power in the Blood?를 통해, 그럼에도 십자가는 흑인 여성들을 치유하고 구원하는 매우 중요한 상징이라며 윌리엄스의 십자가 신학에 도전한다.

 

빈 십자가는 하나님이 지속적으로 힘을 주신다는 걸 상징한다



희생에 대한 이해


테렐은 희생은 강요될 수 없으며, 고통받는 이들이 고통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는 경우에 한해서만 희생에 대한 거룩함을 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희생을 강요해선 안된다는 입장은 윌리엄스의 십자가 신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테렐의 경우 십자가는 하나님이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십자가 고난의 삶을 택한다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불의에 맞서는 용기와 희망을 전승한다는 걸 뜻한다. 


테렐에게 예수의 십자가는 희생을 강요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이 고난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기를 독려하고 용기를 주는 희망의 상징이다.


하나님은 누군가를 대신 죽게 한 것이 아니라, 예수 안에서 스스로 십자가에 달리고 피를 흘리셨다. 따라서 십자가는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고통받는 이들 가운데 드러난 하나님의 현현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거룩한 증인


죽음에 선행하는 삶으로부터 계속해서 배울 수만 있다면, 누군가의 죽음은 구원론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믿습니다.


테렐은 구원을 예수의 십자가를 지켜본 증인들에게서 찾았다. 십자가 처형을 피하지 않고 목격한 거룩한 증인들은 한 인간을 십자가에 매달아 죽이는 폭력이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를 인지했고, 이 잔혹함을 후대에게 전했다. 


십자가는 폭력의 부당함을 알리고, 폭력의 사실을 끊으라는 경고를 보낸다. 더 이상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증인들에게 예언자적인 삶, 즉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행동들을 요구한다. 거룩한 증인이 된다고 하는 것은 십자가의 폭력에 맞서는 동시에, 언제든 정의로운 삶의 결과로써 십자가를 감당하겠다는 자기 결단이기도 하다.


테렐은 구원이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목격한 거룩함 가운데 있다고 생각했다. 예수의 피 흘림과 고통 속에는 거룩한 어떤 것이 있다고 믿었다. 구원은 고난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 후에 우리가 얻게 되는 어떤 배움에 존재한다. 


십자가는 흑인 여성들에게 관계의 회복, 화해, 새로운 삶을 제시한다. 십자가의 폭력은 미화되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십자가에는 구원이 있다. 




참고자료


Terrell, JoAnne Marie. Power in the blood? : the cross in the African American experience. Maryknoll, N.Y. : Orbis Books, 1998.


Coleman, Monica A. Making a way out of no way : a womanist theology. Minneapolis : Fortress Press,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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