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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신 May 07. 2016

[인터뷰] 흑인 신학자, 제임스 콘을 만나다

"마틴 루터 킹 & 말콤 엑스" 강좌에서 나눈 질의응답

* 본 인터뷰는 제임스 콘의 "마틴 루터 킹 & 말콤 엑스" 강좌를 수강하며, 나눈 질의응답을 제임스 콘 교수의 허락을 받고 정리하여 올린 것입니다.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가 교수님의 흑인 해방신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흑인 해방신학은 기본적으로 기독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흑인 해방신학의 언어는 마틴의 언어입니다. 흑인 해방신학엔 마틴의 신학적 언어가 그대로 반영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흑인 해방신학에 관한 책과 글을 쓸 수 있도록 나를 지탱해준 것은 말콤의 영성이었습니다. 흑인들을 향한 말콤의 편드는 사랑, 백인 인종주의자들을 향한 분노, 말콤이 강조한 흑인으로서의 자긍심이 흑인 해방신학을 있게 했습니다. 나는 흑인이면서 기독교인입니다. 이 두 가지 정체성은 마틴과 말콤의 신학을 동시에 반영합니다. 


교수님의 초기 흑인신학에 대한 비판들도 많이 제기되었습니다. 초기 흑인신학이 흑인 여성들과 흑인 퀴어들에게 관심하지 못한, 흑인 이성애자 남성의 신학이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비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들은 저의 한계 그리고 초기 흑인신학의 문제점에 대해 아주 정확하게 지적했습니다. 저는 흑인 여성들, 게이, 레즈비언들의 고통에 대해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습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우머니스트 신학자들 그리고 흑인 퀴어 신학자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흑인 여성과 게이, 레즈비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마틴은 통합주의적 입장이었고, 말콤은 분리주의를 주장했습니다. 교수님은 둘 중에 어떤 입장을 지지하시나요?


저는 유니온 (중의적 의미: 유니온신학교/통합)에 있습니다. (웃음) 전 마틴의 통합주의와 말콤의 분리주의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틴의 비폭력 저항 운동은 흑인들의 권리가 미국 민주주의 체제 안에 수용되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종차별은 여전하며, 지금도 많은 흑인들이 백인 경찰들에 의해 살해당하고 있습니다. Black Lives Matter (흑인들의 삶은 중요하다)는 오늘 미국의 현실을 잘 보여주십니다. 인종차별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말콤의 분리주의는 이런 위선을 폭로합니다. 마틴의 통합주의와 말콤의 분리주의는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교수님은 "나는 기독교인이기 이전에 흑인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신앙 이상으로 흑인됨 (blackness)을 교수님의 정체성에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강조하셨습니다. 말콤도 동일하게 흑인됨을 강조하는데요, 정확하게 흑인됨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흑인됨은 흑인들의 사회적 자기 정체성입니다. 블루스, 재즈와 같은 음악이나 흑인들의 이야기들이 흑인됨을 구성합니다. 역사적으로는 노예제도 하에 고통받았던 흑인들의 집단 경험이 있죠. 토니 모리슨의 작품이 묘사하고 있는 바도 흑인됨의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나는 기독교인이기 이전에 흑인이다"라는 말은, 흑인이란 저의 정체성, 관점으로 성서를 해석하고 하나님을 인식한다는 말입니다. 제겐 흑인으로서 정체성과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 둘 다 매우 소중합니다.  


교수님은 "기독교는 백인 압제자들의 종교다"라는 말콤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교수님은 여전히 교회를 떠나지 않고 기독교인으로 남아계십니다. 그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말콤이 끝내 이슬람을 떠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난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자랐습니다. 난 내 아버지를 사랑하고,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부모님과 교회에 가는 게 좋았습니다. 전 예수님을 사랑하고, 성경을 사랑합니다. 부활절에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는 것, 교인들과 함께 맞는 크리스마스, 저의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교회에 예배드리러 나가는 흑인들이 좋고 그들을 사랑합니다. 기독교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주었고, 내 삶의 매우 소중한 부분입니다. 난 교회가 좋습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말씀드리죠. 전 오바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흑인 청년들에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소리치지 마라!" 분노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반대로 말합니다. "소리칩시다! 더 크게! 더 크게! 시끄럽게 소리칩시다!" 흑인들이 백인 경찰에 살해당할 때 오바마가 흑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의 편에서 싸웠습니까? 사람들은 그를 흑인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그는 고난받는 흑인들을 위해 나서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흑인 대통령이 흑인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있습니까? 말콤이 살아있었다면 물론 오바마를 한 위선자라고 비판을 했을 겁니다.


한국의 민중신학에도 관심이 있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까요? 


전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서남동 교수와 서광선 교수를 만났습니다. 우린 한국 민중들의 아픔과 미국 흑인들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전 민중신학자들의 글을 엮은 책에 서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흑인신학과 민중신학은 형제입니다. 민중신학은 박정희 독재 시절 예언자적인 역할을 해냈습니다. 난 한국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민중신학자들을 존경합니다.


한국에서 민중교회는 많이 양적으로 많이 쇠퇴하였습니다. 민중신학 역시도 교회에 깊이 뿌리내리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들도 있습니다.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오... 전 그건 잘 몰랐습니다. 아마 현재 민중신학자들이 저보다 더 정확하게 그 이유를 알고 있겠죠. 다만 제 생각에는 민중신학자들과 만나 봤을 때, 백인 자유주의 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들의 언어와 신학이 한국의 민중들에게 깊이 파고들 수 있었을지 조금 의문이 듭니다. 


흑인신학과 흑인교회의 경우는 어떠한가요?


흑인신학은 흑인교회 구석구석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아주 강한 유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흑인교회들은 여전히 많고 건재하다고 봐도 좋을 거 같습니다. 흑인신학과 흑인교회의 거리는 가깝습니다. 유니온에서 공부한 흑인 신학자들이 교회 현장에 나가 흑인교회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대한 견해를 여쭙고 싶습니다.


Black Lives Matter는 마틴 보다는 말콤에 가깝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모든 사람(All)이 아니라, 흑인(Black)이라고 하는 억압받는 특정한 이들을 지칭합니다. 이들은 트럼프는 물론, 힐러리, 샌더스도 비판합니다. 전 Black Lives Matter를 지지합니다. 이 운동은 과거 민권운동과 다르게 흑인 여성들이 참여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Black Lives Matter는 보기 드문 형태의 운동입니다. 이 운동이 더욱더 확산되어야 한닥도 생각합니다.


제가 궁금한 점들은 다 여쭌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저야 말로 감사합니다.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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