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바쁨과 나태한 게으름의 가운데
어릴 때는 엄마한테 "그러게 미리미리 하라고 했지!"라는 말을 들었고
대학생인 지금은 매 시험마다 "미리미리 할 걸!"이라고 말하고 산다.
오늘도 늘 그랬듯 미리미리 할걸이라고 후회하는 날이다. 자격증 시험이 15일인데 단골 서점에서 문제집을 지난달 30일에 주문했다. 책이 늦게 온다고는 했는데 일주일이 되도록 안 오는 바람에 결국 다른 서점에서 다른 문제집을 샀고 어제 서점에 연락해서 언제쯤 오는지 물어봤다. 오늘 저녁에 온다는 말에 그럼 내일 아침에 찾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어버이날인 내일의 계획을 다 세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 그러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서점에서 보낸 카톡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객님 이를 어쩌죠? 책이 누락돼서 책을 못 받았어요! 분명 오늘 보내준다고 했는데 말이에요. 배송 온 책들 확인하고 바로 전화했는데 오늘 업무가 끝이 났다네요. 그래서 월요일에 다시 전화해야 할 것 같아요!'
처음에 보고 내가 문장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 확인을 했다. '그럴 리가? 나는 오늘을 포함해서 8일째 책을 기다리고 있는데 월요일이면 10일이나 기다리는 건데? 시험은 5일 남는 데?... 언제 문제집을 다 풀어?'
책을 받고 공부할 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자니 이 말만 떠올랐다. '미리미리 할 걸!' 왜 나는 시험 접수일에 책을 주문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공부를 4월 마지막 날까지 미뤘을까? 왜 나는 자격증 시험을 더 빨리 준비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미리미리' 하지 않았을까?
결국에는 방학식 하루 앞둔 초등학생처럼 미리미리 하지 않은 벌, 몰아서 후회하기를 하고 있다. 나름대로 학교 공부, 서포터즈,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등 하고 있는 일들이 많지만, 이 중에서도 미뤄지는 일이 있고 그 업무들을 모른 척 다른 활동들을 하고 있다. 정말 바쁜데 사실을 그다지 바쁘지 않은 일상을 살면서 그 가운데 중요한 일들에 대해 스트레스받으면서 나태해지는 바쁜 게으름뱅이이다.
아르바이트하면서 쓰는 이 글도 사실 중요한 일을 미루고 하는 거다.
모든 시간 속에서, 나는 '미리미리' 했어야 했다고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