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제 엉덩이를 덧붙인
오늘도 어김없이 9시가 찾아왔다. 출근을 해야 한다. 9시마다 컴퓨터에 앉게 된 건 이제 3년째다. '마케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불린 것도 3년째다. 그런데, 나는 과연 일을 잘하고 있을까?
최근에는 마케팅이라는 게 정말 별거 없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온 세상이 퍼스널 브랜딩으로 가득 차 있고, 마케터라는 직업을 가지지 않고도 마케터보다 마케팅을 더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퍼스널 브랜딩으로 블로그 수익화하기', '마케팅 글쓰기', 'SNS 마케팅 이렇게만 하세요.' 등의 내용을 담은 강연과 글들이 자주 보이는 이유다. 이제 모두가 글을 쓰고 기획을 해서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자괴감에 빠질 시간이다. 내가 만든 모든 콘텐츠들은 그 많은 브랜드 사이, 어디쯤에 있는 걸까. 컴퓨터 앞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는 퍼스널 브랜딩이 잘 되어 있어서 블로그로 수익화를 내는 사람도 아니고, 기똥찬 카드뉴스를 만들어서 좋아요를 많이 받는 사람도 아니며, 마케팅 글쓰기로 책을 낸 출판 작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케터로 불리며,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과연 나는 '마케터'로서 몇 점짜리일까.
지금 소박한 나의 꿈은 더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던가. 누구의 종잇장도 맞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그래서, 나는 '엉덩이 근육'을 기를 생각이다. 누구와도 함께 뛰어갈 수 있는 아주 탄탄하고 튼실한 근육을 만들 테다.
앞으로 돌진해 나가는 수많은 재능가들 사이에서도 지치지 않고 일을 해 나가기 위해 나는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쓸 참이다. 앞으로도 이 일을 통해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딱딱한 엉덩이를 가질 때까지 계속 시도할 생각이다.
이 글을 적어 내려 가는 동안 조금 더 딱딱해진 엉덩이를 상상했다. 꽤 괜찮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