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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리 Mar 11. 2021

이만하면 됐어

자꾸만 됐다고 말하는 마음에게

요즘 가장 경계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속에서라도 내뱉을 땐 남몰래 무릎을 꼬집곤 합니다.


“이만하면 됐어. 앗”


그 의식의 흐름을 말로 하면 아마 저럴 겁니다. 스스로 어찌나 놀라는지요.


네, 저는 이만하면 됐다는 말을 경계하는 중입니다.


할 일은 많은데 눈 깜빡할 새 열두시가 됐을 때

점심을 먹고 나서 일하다 시간 봤는데 퇴근이 한시간 남았을 때

이번주까지 처리해야 하는 일을 금요일 오전에도 끝내지 못했을 때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다 말았을 때

이 밖의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사용하고 있어서 더 적기를 포기하겠습니다.


금방 시작하고 금방 포기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이민하면 됐다는 말이 얼마나 근사한 말인지 모릅니다. 부록으로는 해봤으니 됐어가 있지요. 책임감이 너무 없던 어린 날에는 마음의 평화를 지켜주는 근사한 말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자꾸만 ‘됐어’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문제는 커졌습니다. 아무것도 되지 않았는데, 자꾸만 됐다고 하는 바람에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났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어른에게는 어른의 방식이 있습니다. 강제로 스스로를 하게 만드는 방법이죠. 대표적인 어른의 강제성으로는 ‘할부를 왕창해서 퇴사 욕구를 막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방법은 ‘하나라도 매일 하기’입니다. 그리고 가장 쉽다고 생각했던 매일 글쓰기를 하기로 했죠. 당연히 강제성을 추가했습니다. 돈을 내고 스쿨을 듣거나, 저와 같이 강제성이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기로 한 거죠.


몇 달간 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써 보았습니다. 새로운 깨달음 하나를 얻었는데요. 볼수록 좋아진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이만하면 됐다’는 마음으로 쉽게 씁니다. 물론 별볼일 없는 글 하나가 완성됩니다. 내일의 나는 아마도 이 글을 보고 별로라고 생각할테고, 슬쩍 고쳐버릴겁니다. 그런 글이 일주일이 지나면 처음보다 훨씬 좋아지곤 합니다.


매일 쓰는 글은 저에게 ‘이만하면 됐지’를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었습니다. 역시 뭐든 버릴 게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오늘의 글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만하면 됐’습니다. 내일은 더 좋아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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