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먹라이프 Oct 20. 2020

'하고싶은 일'을 하고싶어 한다는 것은

해먹티처 쩰리가 말하는 20대 청년의 꿈 이야기

‘꿈’이란 거창한 단어의 힘은 어마무시하다. 현실의 힘듦을 감내하고서라도 이루고야 말겠다는 열망은 다른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목적적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것만이 인생의 사명이고, 이루고 나면 삶이 완벽해질 것처럼 보인다. 요즘엔 딱히 그렇지도 않지만, ‘꿈’이란 단어가 10대와 2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이유다.


꿈은 인생의 ‘치트키’가 아니었다


내 경우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꿈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중학생 시절 태블릿 PC를 끄적거리며 디지털페인팅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영국 유학을 하며 일러스트를 배웠다. 그렇게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고, ‘일러스트 작가’라는 꿈을 이뤘다. 최소한 타이틀 측면에서는.


학교에 다닐 때는 아는 게 없어서 그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그렸다. 밥 먹고 그림만 그리는 생활을 반복하며 건강이 나빠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정작 내가 뭘 그리고 싶은지도 몰랐다. 그걸 찾는 것부터 문제였다. 이제 좀 작가로서 방향성을 잡긴 했지만, 아직도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많다.


꿈을 이뤄서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그림 그리는 게 좋지만, 동시에 고통스럽기도 하다. 아무리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고 해도 좋아서 그리는 마음과 고통스러운 마음이 반반이다. 오롯이 즐겁게 그림을 그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작가가 되려거든 ‘창작’이 고통을 수반한다는 걸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다시, 지속 가능한 꿈꾸기


유학 후 2019년부터 시작한 작가로서의 생활은 녹록지 않다. 나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클라이언트 쪽에서 나를 찾아 일을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당장 생계 걱정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힘든 것도 아니다. 감사하게도 부모님은 어떤 압박도 주시지 않지만, 나 스스로 앞날에 대한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결국 나는 타협했다. 작가로 남기 위해, 일단은 ‘전업작가’를 포기했다. 어떻게든 그림을 통해 ‘돈을 버는’ 직업을 갖기로 결심했다.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유화를 가르치기도 했고, 이젠 조만간 회사에 취직할 생각이다. 적어도 10년 정도는 직업인으로서의 ‘일러스트레이터’ 커리어를 이어가야 할 것 같다. 그 후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내 꿈은 좀 더 ‘현실적’이 됐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꾸준히 개인 작업을 지속하고 싶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한편, 개인 작업으로 만든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길 바란다. 작품을 본 사람들이 바로 나라는 사람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해지면 좋겠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는 건 어렵지 않다. 하고 싶은 걸 하고,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렇게 이룬 꿈이 아침이 되면 깨어버릴 ‘한여름밤의 꿈’이어서는 안 된다. 꿈은 현실적으로 구체화되어야 하며, 지속 가능해야 한다.


나는 계속해서 그림을 그릴 것이다. 집이든 작업실이든 회사 사무실이든, 그림을 그리는 내 주변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고 싶다. 맛있는 음식과 예쁜 물건들이 있는 기분 좋은 환경에서, 가능한 한 즐겁게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까. 그렇게 한 5년 안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혼자 살고, 10년쯤 후에는 전업 작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해먹라이프 ‘먹고 사랑하고 그림으로 기록하기’ 클래스 해먹티처 쩰리(이소연)의 이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요가를 하며 육식을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