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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먹라이프 Sep 01. 2020

허를 찌르는 반전의 유쾌함, 매콤 단호박 스프

해먹라이프 이아진 크리에이터가 말하는 '반전'

썩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외모가 차갑고 까칠하게 생겼다. 오랜 세월 리듬체조인으로 살아오며 받은 평가다.

나는 리듬체선수 생활을 마친 뒤 사람들을 가르치며 긴장 속에 선수를 키워냈다. 심판 생활을 해서인지 똑똑 끊어지는 말투가 입에 배었다. 말 끝에는 또 얄밉게 입을 꼭 다무는 버릇이 있다. 카리스마가 제대로 흘러 나오던 젊은 시절에는 ‘저 여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겠다’라는 소리도 꽤 들었다. 이젠 뭐 그런 말이 새로울 것도 없다.


그렇다. 나의 별명은 얼음 공주다. 사람들은 내가 커피믹스를 마시면 커피도 에스프레소만 먹게 생겼다고 했다. 요리는 커녕 세수할 때 외에는 손에 물도 안 묻히게 생겼다는 얘기도 들었다. 단무지만 먹어도 반전이라고 하더라. 그래서일까, 나는 반전을 좋아한다.

따뜻한 노란 빛을 내는 나의 마마 스쿼시 스프(매콤 단호박 스프)는 바로 이런 나의 ‘반전’과 닮은 메뉴다. 크리미한 맛 끝에 혀에 감기는 매콤한 반전이 있다. 생각을 조금만 바꿔 살짝 허를 찌르는 반전을 만들면, 이렇듯 요리는 특별해진다. 세상 역시 이런 반전 덕분에 좀 더 매력적이고 유쾌해지는 게 아닐까.


겉은 짙은 초록색을 띄고 속이 노란 단호박은 영어로 ‘Sweet Mama Squash’다. 빛깔이 닮아서인지 걸쭉하게 끓여 낸 나의 단호박 스프를 사람들은 자꾸 호박죽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할라피뇨 하나를 비장의 무기처럼 넣어주면 사람들은 물어온다. 이 매콤함은 뭐냐고. 그건 바로 자칫 느껴질 수 있는 크림의 느끼함을 단번에 잡아 줄 신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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