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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핸곰곰 Apr 10. 2019

어느 날 미용실(2)

네 번째 방문에 담당 미용사를 바꿨다.


세 번이나 참은 이유는 다양했다. 여태 사회성 부족한 나를 단칼에 내치지 않아 온 고마운 인내심에 대한 부채감. 한 미용실 안에서 담당 미용사를 바꿨을 때 예상되는 어색한 공기.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이들에게 실전 대상이 되고 싶은 마음. 두세 달에 한 시간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 결정적으로, 나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컷트.


참지 않은 이유는 간결했다. 세 번 연속 단발하는데 남자친구의 허락이 있었는지를 물어서.


새로운 담당 미용사는 그 미용실의 부원장이었다. 노화의 흔적인지 탈색의 흔적인지 헷갈리는 은빛 머리카락에 비해 얼굴이 젊었다. 부드러운 인상에, 말수가 적다 못해 없다시피 했다. 컷트에 디테일을 결정하기 위해 내 의견을 묻는 게 아니면 입을 열지 않았다.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잡음이 사라져 기뻤고, 그 기쁨에 취해 이런저런 짧은 머리를 시도했다. 덕분에 내 머리카락이 숱이 적고 가는 직모이고 내 얼굴에는 각진 선이 없다는 걸 알았다. 평생의 로망인 스타일을 하려면 파마나 왁스 중 하나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게 귀찮으면 그냥 앞머리 없이, 턱선보다 살짝 아래에서 가볍게 떨어지는 단발이 최선이라는 것도. 어쨌거나 용기를 내 봤으니 아쉬움이 없었다. “손님 이건 왁스예요”나 “손님 이건 다운펌이에요”를 들었더라면 방전됐을 아슬아슬한 용기.


그전까지 미용실 소파에서 대기하던 나에게 다가와 - 늘 그랬듯 어색하게 - 눈인사를 하던 Mr. 사족은 그 날 이후로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내심 어떻게 원만한 척해야 하는지 걱정하던 터라 한숨 돌렸다. 아마 비슷한 상황에 대한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닐까. ‘단골 고객이 다른 사람을 지목하더라도 섭섭한 티 내지 않기’ 같이.


Mr. 사족은 알고 있을까, 자기가 없느니만 못한 말을 얼마나 많이 반복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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