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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흐니 Jul 22. 2020

혼자 떠나는 여행을 결심하다.

청소년 교육에만 미쳐있던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을 결심했다. 


누구나 한 번쯤 기나긴 여행을 꿈꾼다. 그래서인지 방학 때마다 SNS에는 주변 사람들이 여행 다녀온 사진들이 수두룩했다. 사람들이 꿈꾸는 대로 여행을 다녀오던 반면 나는 2박 3일 이상 떠나본 적이 없었다. 어디를 제대로 가본 적이 없으니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4학년이 되어서야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남들은 다 한 번쯤 갔다 와서 취업을 준비하는 그때 나는 여행이 가고 싶었다.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로 강의를 했다. 같이 나 자신에 관해서 탐구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처음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일 때문에 바쁘셔서 자신의 삶을 알아서 책임져야 하는 친구들이었다. 여전히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한 나이임에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튼, 약 5개월 동안 그 친구들을 만났다. 만나러 가는 길이 험난했는데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매주 왕복 6시간을 써야 했다. 처음에는 ‘내가 이렇게 멀리서 힘들게 오는데 수업 태도가 왜 이 모양인 거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5개월 동안 만나면서 학생들을 살펴보니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다. 버스를 한 번 놓치면 30분은 넘게 기다려야 하는 곳이라 내 수업을 도중에 나와서 학원을 가야 하는 친구. 혹은 내가 주는 관심이 어색해서 ‘튕기는’ 친구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을 알아가면서 나와 함께 하는 수업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여러모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이 친구들에게 ‘내가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을 떠올려보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개월 후 마지막 수업 때 학생들이 나와 함께하는 마지막을 많이 아쉬워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그렇게 힘겨운 첫 학교를 마치고 나는 꾸준히 청소년들을 만나왔다. 첫 학교 이후 만나는 학생들도 첫 학교의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친구들이었고 나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존재했다. 문제는 나의 그릇이었다. 


계속 나는 깨지고 부딪히고 힘겨워했다. 학생들을 만나고 도움을 줄 때마다 더 나위 없이 행복했다. 하지만 ‘아직 나는 나를 보살피는 것도 버거운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남자 친구와의 다툼같이 사소한 일로도 머리를 싸맸고 나의 부족함이 느껴질 때마다 건강한 반성보다는 자책을 더 많이 했다. 이런 사람이 대체 누굴 돕는다는 건지... 졸업할 때가 다된 성인이 여전히 많이 흔들리고 나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서 차라리 아예 나 자신과 싸우기만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익숙하고 편한 곳을 떠나서 낯설고 동떨어진 곳에서 지겹도록 나를 마주하기 위한 여행을 결심했다. 내가 마련할 수 있는 예산과 쓸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서 기간은 5개월로 결정. 언제 또 뺄 수 있을지 모를 시간이기에 정말, 가장 가보고 싶었던 미국을 가기로 했다. 돈을 마련하는 데만 2년 가까이 걸려서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여행이었다. 혼자 떠나기로 한 여행이었기에 내가 그냥 안 갈래! 하고 포기해버리면 그만인 여행이기도 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했다. ‘저 내년에 혼자 미국 여행 가려고요~’ 그러면 사람들이 의례적으로라도 ‘우와~ 대단하시네요~’라고 말해줬다. 그러면 우쭐대는 마음이 생겨서 포기하지 않고 콧노래를 부르며 밤에도 일할 힘이 생겼다. 


결국 2018년 ‘저 혼자 미국 가려고요!’ 노래를 부른 끝에 5개월 반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 학생들을 만났을 때, 롤링페이퍼 나는 안 써줄까 봐 조마조마할 정도로 쿠크다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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