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흐니 Jul 23. 2020

이 정도면 다시 집가야 하는거 아니냐?

여행 초보의 여행 첫 날 실수 모음

모든 것이 처음이면서 이렇게 준비 없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장거리 비행부터 입국심사 그리고 숙소를 찾아가는 과정까지 순탄하게 흘러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순탄하지 않았어도 목적지에만 잘 도착하면 되는 것이 여행! 누군가와 함께했다면 하하 호호 웃으며 실수를 웃어넘겼을 수도 있고 서로 도와가며 여행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여서 모든 시행착오를 오롯이 혼자 겪고 극복해야 했다.


먼저 비행기에서의 실수다. 13시간 비행을 해야 하는데 커피를 몇 잔 마시고 말았다. 와인을 한 병 다 마셔서 기절한 듯 자도 모자랄 판에 커피를 마신 것이다! 도착하기까지 6~7시간 남아있는데 잠은 오지 않았고 재미있는 영화는 없었으며 사육당하듯 먹는 기내식에 속도 더부룩했다. 비행기 타자마자 신나서 양치질하고~ 기내식 찰칵찰칵 촬영하는 것도 잠시 허리부터 고통이 시작되었다. ‘자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계획이 모두 무너졌다. 나는 다운 받아온 영화도 없었고 심지어 책도 기내수화물에는 없었다. 얼마나 여행 준비에 허술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기내식 사진을 찍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나의 허술함은 캐나다에 도착해서도 계속 이어진다. 영어공부의 기본 중의 기본인 입국심사는 하나도 연습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여행영어를 공부한 것도 아니다) 다행히도 모든 숙소 서류와 기차서류를 보여줬더니 무사 통과되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입국심사에 통과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데이터 로밍도 잘못해서 터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숙소까지 갈 수 있을지 참으로 암담했다.


또 익스프레스 열차 잘 찾아 탔다고 눈오는 풍경을 보면서 신나했다


그래도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 가는 익스프레스 열차는 잘 찾아 탔다. 사실 공항에서 다운타운 가는 길만 맨날 검색했었다. 그게 유일하게 검색한 것이었는데 경비를 빠듯하게 준비해서 놀러 갈 곳 찾을 시간에 경비마련 하는데 더 시간을 썼더랬다. 아무튼, 다운타운에는 무사히 도착해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만 잘 찾아가면 됐다. 문제는 지하철을 타지 못했다는 거였지만.


분명 검색했을 때 ‘토큰’만 사면 된다고 했는데 살 곳이 보이지 않았다. 외국인과 말을 하는 것이 무서워서 머뭇거렸다. 하지만 노숙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용기를 내어 ‘저 웰슬리역 갈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역무원이 내 손에 있는 돈을 가져가서 거슬러 준 후 들여보내 주었다. 그냥 ‘Three tokens, please’ 하면 끝날 일이었다. 머나먼 땅, 혼자 와서 영어도 못 하는데 용기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금 무서워졌다. 결국, 너무 더워져 코트를 벗었다.

토론토 메트로 TCC


‘이제 실수는 없다! 역에서 숙소를 찾아 잘 가기만 하면 돼!’라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내 뒤에 키가 엄청 크고 저스틴 비버 패션을 한 사람이 ‘Fxxx you!’ 소리를 지르며 활보하는 것이다. ‘하…. 내가 드디어 아메리카 대륙에 왔구나…….’ 실감했다. 덕분에 앞만 보며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서 숙소까지 잘 도착할 수 있었다. 눈이 오는 겨울날이었지만 긴장으로 열이 났던 나에겐 여름이었다.


에어비앤비 어플 속 사진으로만 보던 호스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이제 끝이다! 잘 찾아 왔구나!’ 생전 처음 본 러시아계 캐나다 사람을 보면서 안심이라는 것을 하게 되다니! 호스트에게 열쇠를 받고 방으로 들어와 짐을 내려놓는 순간 배고픔이 느껴졌다.


우숩게도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비오듯 땀을 흘리며 숙소에 왔는데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다. '와! 나 캐나다 입국심사도 무사히 통과했어!' '와! 에어비앤비 숙소도 잘 찾아오고 지하철도 탔다고!' 일단 '해낸 것'이 기뻤다. 늘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살던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작은 성공으로 '성취감'을 느끼기보단 '어떻게 더 잘할까?' '왜 이런 건 부족할까?' 생각하기 바빴지만 여행에선 이런 생각은 쓸모 없었다. '일단 하자!' '일단 가자!' 잘 가고 잘 하는 여행이란 없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여행을 마무리할 때까지 서툴렀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나의 첫 에어비앤비 숙소


작가의 이전글 혼자 떠나는 여행을 결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