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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흐니 Dec 31. 2022

2022년 잘 가 :)

어른이 되어서 가장 많이 울었던 2022년

그동안 외면해왔던 나의 감정을 계속 들여다보면 억울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고

스스로가 안쓰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울기 바빴다. 



20대에서 30대가 되었다는 숫자의 변화가 내게 주는 의미는 크지 않았다. 

나는 나였고 아무도 내게 서른 살이니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훈수를 두지도 않았다.



서른이 되면서 내게 더 큰 변화가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다. 



그전에는 자신을 상당히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살아남아야 하고, 증명해내야 하고, 지치면 안 되고..

살얼음을 걷는 듯 차갑고, 피로한 시간들을 감내하며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고 나는 그래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세찬 칼바람을 계속 맞으니 지칠 수밖에

올해 1년 동안 꾸준히 눈이 떠지지 않게 바쁜 스케줄이 있을 때도 빠짐없이

심리상담을 받았다. 나는 계속 노력했다.

다르게 살아보고 싶고, 편하게, 정말 내 인생의 내가 주인이 되어

괴롭지 않게 살아보고 싶었다. 



노력하는 과정은 정말 괴로웠다. 

많이 울고, 갈등하고, 고통스러워서 몸부림쳤다. 

실수를 반복하면서 어떻게 했어야 할지 복기했다. 

자다가 깨서 갑자기 울기도 하고

즐겁게 데이트를 하다가 와서 펑펑 울기도 했다. 

잡히지 않는 두려움이 계속 나를 집어삼킬 때마다 울었다. 

울다 보니 털어내 졌다. 의연해지기도 했다. 전에는 울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술로 시간을 보내곤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옆에 있는 사람을 부단히도 괴롭혔다.

갑자기 우는 나를 붙잡고 위로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서 아이처럼 엉엉 울고는

곧 미안하다고 했다. 

입이 떨어질 듯 말듯하며 우는 이유를 힘겹게 설명했다. 

내 감정의 이유를 서른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남에게 차분하게 설명하는 경험을 했다. 

이젠 울지 않으며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걸음마를 막 뗀 아이 같아서 창피하기도 하다.)



그렇게 나를 이해하고, 감싸고 위로하는 시간은 힘겨웠지만 

결국엔 나를 나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부족한 인간이면서도 해내는 인간이기도 하다는 것.

그냥 나는 나라는 사람이라는 것. 

나의 예민함에 이유가 있고, 즐거움에도 또한 나만의 이유가 있다는 것.



그래서 내 삶은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고, 하루를 잘 살아내면 그걸로 충분하고

또 감사한 시간이 되었다. 

내 삶은 내가 그리는 어떤 모양이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얻었다.



덕분일까 큰 결심을 하는 용기가 생겼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하겠다는 약속. 

12월 31일 함께 사랑한다고 눈물 흘리며 굳게 약속했다. 

결혼생활 또한 잘 해내야 하고, 늘 행복해야만 하는 시간이 아니라

발맞춰 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기꺼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고. 



2022년

닿을 듯 말듯한 나에게 정말 다가서는 한 해였다.

대학을 졸업해서 신분이 변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정말 큰 변화다.

너무나 쉽게 스스로에게 내뱉던 상처의 말들에서 벗어난 자유의 해다. 

친해진 나와, 앞으로 2023년도 잘 지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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