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주 찰나의 여유

by 마흐니

나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소리와

비가 내리는 소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주의 깊게 나의 감각, 내 주변을 살피지 못한다.

조급하고 섣부르다.


아주 지친 하루의 끝

빨래를 널면서 살랑 불어오는 여름 바람에

'진정으로 비가 아닌 바람이구나, 여름 바람 소리가 이런 것이구나' 깨닫는다.


무엇보다 새로 염색한 머리를 감고 나서 쓴 수건이

아주 거뭇거뭇 물든 것을 보고는

당황하지 않고 세탁을 바로 한 나의 부지런함.

여름 바람을 느끼며 세탁기 속 흰 수건을 꺼냈을 때

깨끗해진 수건이 나를 맞이하며

'오늘 정말 수고했다.' 말해주는 듯하다.

오늘의 피로도 지침도 모두 염색약이 씻겨 내려가듯

내려갔으면 하는 위로의 상징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출판 프로젝트도 끝이 났으니 내 마음도 정리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