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쯤 시작한 프로젝트가 드디어 마무리가 되었다. 또래의 청년 교육자 6인이 모여 자신의 교육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 세상에 나왔고 사람들 손에 쥐어지게 됐다. 사람들이 평가가 어떻든 6개월 동안 골머리를 앓게 했던 프로젝트가 마무리가 된 것만으로도 후련하다. 6개월 중에 두 달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여섯 교육자의 공통점을 찾는 작업을 하는데 힘썼다. 그리고 세 달은 글 쓰고 편집하는 작업 그리고 마지막 달은 포장하고 배송하고 인쇄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로 바빴다. 끝이 보이는 것도 인쇄소에서 책을 싣고 집에 도착해서야 실감이 났다. 꽤 오랫동안 진행했던 만큼 끝이라는 순간이 오기는 할지 까마득하기만 했는데 마무리되는 순간을 맞이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이 참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내가 쏟았던 신경과 감정들도 글을 쓰며 정리해보고자 한다.
어떤 결심으로 이 책을 다른 교육자들과 함께 만들어야겠다고 했는지는 기억이 희미하다. 그저 ‘증명해내고 싶은 마음’ 그것 하나뿐이었다. ‘나’라는 존재의 의미가 존재 그 자체가 아닌 어떤 ‘쓸모’로부터 온다고 강하게 믿어왔다. 잘 해내지 못하고, 잘나지 못하면 존재하는 것에 그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늘 무언가를 해내고, 성과로 남기기 위해서 ‘도전할 거리’를 찾는 것에 급급한 시간을 보내왔다. 이번 책 만들기 프로젝트도 그런 마음과 일맥상통한다. ‘나라는 교육자는 학생이라는 존재를 위해 힘써온 사람’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저 글을 쓰고 싶은 순수한 목적도 아니었고, 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감동이 되기를,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더더욱 아니었다.
사람들이 종종 어떤 책을 쓰냐, 어떤 이유로 쓰냐 물어보면 대답을 자연스레 하기가 어려웠다. 여섯 명이 함께 회의를 하며 정리한 내용 그대로 대답했다. 마치 작가가 따로 써준 대본을 MC가 읽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말하곤 했다. ‘이 정도면 대답이 됐겠지, 뭐.’ 글을 쓰는 기간에도 6년 동안 했던 강의활동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을 위주로 술술 써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써 내려갔다. 사람들의 글을 쭉 읽으며 교정을 하고 편집을 하는 그 기간에도 그냥 내가 하기로 했던 일이고 함께 하기로 했던 프로젝트니까 한다는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아서 마우스를 움직이기 바빴다.
그러다 최근 읽고 있는 [당신이 옳다]라는 책의 한 부분을 보면서 내가 왜 이 책을 만들었고 여태 왜 이리 힘겹게 일을 해왔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가 위축되면 될수록, ‘나’가 희미해질수록 사람은 그만큼 더 크고 더 우뚝하고 더 강한 ‘나’를 구축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경우가 있다.”
‘더 강한 ‘나’를 구축하기 위해서, 더 잘나 보이는 내가 되기 위해서 나는 이 프로젝트를 해왔구나, 그래서 모든 과정이 힘겹게 느껴지고 즐겁지 않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너무나도 많았구나.’ 책 한 구절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를 계속 소진시켜가며 세워진 ‘잘나 보이는 나’는 결국 금방 사라지게 될 것을 알면서도 놓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냥 내 존재함도 의문을 품을 정도로 에너지는 바닥을 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무너지는 날이 많았다.
팀원들의 피드백과 프로젝트 방향성에 대한 질문, 팀원들의 열정 그 모든 것은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수 있게끔 만든 원동력이었기에 감사한 마음이 컸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부담스러웠고 어떨 때는 화가 나고, 또 어떨 때는 고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팀원들의 순수한 열정과 몰입에 질투를 하며 그 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조바심을 냈다. 내가 모아서 결성한 팀인데 어쩐지 리더 노릇을 하는 사람이 이 모양인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서 느끼는 나의 감정은 그저 힘써왔던 일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에 대한 기쁨이라기보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해방감이 더 크다. 이제 조금은 편안해져도 되겠지..
아주 힘겨웠던 시간을 보냈지만 덕분에 깨닫는 것들도 참 많다. 이번에 진행한 이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내가 해 온 많은 일들 역시 ‘더 강한 나’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것. 나를 증명하기 위해 힘겹게 보내온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모든 도전들에 조바심을 냈고 결과에 한 번도 만족한 적이 없었다. 한 것에 의의를 두기보다 얼마만큼 내가 원하는 성과를 냈는가에만 집중했으니까. 늘 나에 대한 불만족으로 남았다. (북유럽을 다녀온 것, 지금 현재 강의를 하고 있는 것, 틈내기 클럽을 운영하는 것 모두)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뭔가를 한 것이 나에게 자산으로 남아 있지만 말이다.
프로젝트를 하며 즐기는 마음보다 긴장을 더 많이 했지만 그러면서도 발견한 나의 진심이 있다. 나는 늘 다양한 교육자들의 다양한 교육적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진심인 교육자다 존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나는 꽤 오랫동안 전하고자 했다. 개인적으로 시도했던 교육자 인터뷰 프로젝트부터 어썸스쿨의 강사로 있을 때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어썸 스튜디오’가 그렇다. 다양한 연령,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교육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지 그 진심을 인터뷰와 영상으로 담는 프로젝트를 꽤 꾸준히 해왔다. 나에게는 이런 사람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한 미션이었나 보다 다시금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깨달은 것은 글의 힘이다. 책에 담긴 나의 글은 수려하지 못하다. 여전히 투박하다. 그럼에도 진심을 담으려 노력했는데 그 과정에서 나는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한 줄 쓰고 엉엉 울었던 적이 정말 많다. 교육을 하면서 늘 ‘오늘 잘했나, 못 했나’, ‘나는 왜 잘 못하나’ 이런 생각만 하면서 나의 직업이 얼마나 나에게 힘겨운 일인지만 확인하기 바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나의 교육활동을 다시 돌아보며 글을 쓸 때는 ‘나는 늘 진심’이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강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늘 애써왔다.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노력과 진심 그리고 성장을 한 발 뒤에서 바라보며 글을 쓰니 비로소 보였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 늘 ‘못하는 사람’으로만 남았을 것이다. 글을 쓰는 것 그 자체만으로 나를 어루만져주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도 역시 프로젝트로 힘들었던 나를 어루만지듯이 말이다.
짧지 않았던 프로젝트였기에 꼭 한 번 내가 그동안 느꼈던 것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당분간은 소진한 에너지를 좀 채우고 회복하는 데에 시간을 보낼 것 같다. (그렇게 자격증 시험은 포기하나~) 하지만 또 의욕을 불태우며 일을 벌리는 날이 오겠지. 이번 프로젝트를 교훈 삼아서 다음 프로젝트는 보다 재미있게 하고 싶다. 제발!!
예민 보스였던 나를 이해해준 모든 팀원들 고맙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수고했다고 꼭 말해주고도 싶다. 덕분에 멋있는 책이 나왔다. 우리 새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