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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흐니 Dec 31. 2021

혼자서 차분하게 마무리하는 20대

2021년 안녕, 잘 가.


마지막 20대를 보내면서 목표가 있었다면 나를 잘 아끼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나 자신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랐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잘 안됐다. 한 해 나는 큰 짐을 지고 산을 오르고 또 오르고 숨이 턱턱 막히고 차오르는 그런 시간을 보냈다.


다양하게 경험했고 내 일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시간들을 즐길 수도 있었고

성장하는 시간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냥 모든 것이 벅찼고 버겁게만 느껴지는 일들이었다. 해내야 한다는 마음, 쳐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남들은 코로나에 차츰 적응하고 성장해 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바빴다.

지독하게 외로웠다.

처음에는 혼자 살게 되어서 외로움을 마주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너무 나를 외롭게 만들었다.

사회의 시선으로, 타인의 시선으로만 나를 바라보는 한 해였다.

그래서 너는 뭘 이뤘고, 뭘 하는 사람이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냐며

끊임없이 나를 몰아세우기 바빴다.

증명해야 하는데 증명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패배자의 기분으로 아이들 앞에선 나쁜 교육자였다.


성장? 발전? 나를 증명하는 것? 새해 목표?

다 모르겠고.. 그저 내가 해야 한다고 판단한 일에 몰두했고 그래서 그냥 했고

매일 치열하게 살아왔음에 칭찬한다.


어느새 그 치열함의 결과가 선물로 다가왔다.

틈내기클럽은 또 내년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만들어 가는 팀이 되었다.

나는 조금은 안정적으로 내년 계약을 기대한다.

그리고 또 조금은 덜 외로워졌다. 내 감정에 마주하고 내년 목표를 또 세워갈 에너지가 아직은 남아있다.

감사한 인연이 생겼고 덕분에 행복하다.


글쎄 스물아홉에서 서른이 된다고

2021년에서 2022년이 된다고 새해라고 해서 새로워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숫자만 바뀔 뿐.

나라는 사람은 그대로고 내가 해오던 일도 , 만나는 사람들도 모두 그대로다.

그냥 내일 만나고 다음 주에 만나듯 나의 시간은 계속된다.

대체적으로 살던 대로 살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서른이 될 나에게 바라자면 더 예뻐지고 더 많이 웃고 더 어려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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