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번 주 이틀 연속으로 소개팅을 했다. 소개팅이 많이 들어오는 시즌이 있다. 내 명절 전, 그리고 늦여름에서 초겨울 즉 가을이다. 이유야 뭐 뻔하지 않은가. 외로워지는 시기와 계절. (혹은 내가 유독 가을에 싱글이 되었던가.)
소개팅으로 인연을 만나기 참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주변에 소개팅으로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매번 소개팅하고 나면 약간의 현타가 오면서 ‘난 소개팅이랑 진짜 안 맞아. 이제 안 할래.’라고 다짐한다. 그 어색한 침묵들을 아무렇지 않은 척 견디는 것도 싫고 나를 정제된 단어와 말투로 소개해야 하는 것도 무척 어색하다. 나라는 사람을 커피숍에 앉아서 한 시간 동안 낯선 이에게 설명하는 것은 적어도 밥 한 공기 칼로리는 태워질 것이다. 그만큼 진 빠지고 기 빨리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애프터 신청의 여부에 따라서도 기분이 오락가락이다. 이쯤 되면 굳이 이렇까지 인연을 찾아야 하나 싶다.
이런 냉소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가도 친구가 정~말 정~말 괜찮은 사람이니 밥이라도 한번 먹어봐.라고 하면 얼마나 정~말 정~말~괜찮은 청년인지 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나랑 잘 맞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작은 기대로 나는 이번 주에 괜찮은 사람 두 분을 소개받았다.
그 두 번의 소개팅에서 가족관계, 취미생활, 회사에서 하는 일 등 뻔한 자기소개의 레퍼토리가 지나고 처음 들어 본 질문들을 각각 받았다. 첫 번째 질문은 “해나씨는 친구가 몇 명이예요?”였다. 당황스러워서 “네?”라고 반문했다. 그랬더니 그분은 “저는 친구가 4명인데 해나씨는 몇 명이예요?”라고 다시 물었다. 나는 지금까지 친구가 몇 명인지 단 한 번도 세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무척이나 혼란스러워졌다. 심지어 그분은 친구가 4명이라고 너무나 깔끔하고 단호하게 먼저 이야기했다. 친구가 어떻게 4명밖에 없을 수가 있지 라는 생각과 함께 친구들 인원을 세어보려고 순간적으로 노력했던 나 자신이 뭔가 웃음이 났다. “하하 글 세요 모르겠어요.” 하고 어물쩍 넘어갔는데 집에 와서도 그 질문이 계속 생각이 났다. 내 친구는 몇 명일까.
다음날의 소개팅에서 받았던 질문은 “해나씨는 지인과 친구를 어떻게 나눠요?”였다. 아 뭐야, 또 친구야? 이 또한 생각해 본 적 없는 기준이다. 지인은 지인이고 친구는 친구지 기준이 따로 있나. “글쎄요. 누군가가 민정이는 친구야? 라고 물어보면 친구는 아니고 그냥 아는 분이야 라고 하거나 응! 친구야.라고 대답할 수는 있어요.”라고 나름 열심히 대답했다. 그러자 그분은 자신은 엄청나고 신박한 기준이 있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자기에게도 얼른 물어봐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물어봤다. “저는 축의금 10만 원 이상은 친구예요.”라는 자신 있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분에게 10만 원 이상의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았고 10 만 원 이하의 지인 또한 되고 싶지 않았다.
몇몇의 사람들은 소중한 것들을 세어보고 정의하려고 한다. 참 위험한 일이다. 무언가를 정의하는 순간 그 소중함은 어떠한 틀에 박혀 빛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나는 내 친구들을 세거나, 친구와 지인의 기준을 만드는 쓸데없는 일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흠 이번 소개팅도 역시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