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속 브런치가 멈춘 날
브런치 공지는 어디서 확인해요
지난 주말, 그러니까 정확히는 토요일이었지. 오전 수업을 끝내고, 오후 3시쯤 잔업까지 모두 마치고 엄마와 느긋하게 넷플릭스에서 <60일 지정생존자> 마지막 회를 신나게도 보고 있었다.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이었다. 바로 전날까지 너무나 바쁜 일정이었기에 이제야 한숨 돌리는 순간. 엄마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중요한 모든 일정을 끝내고, 밀린 드라마를 몰아보는 때다.
지이잉 - 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누나 지금 카톡 1시간째 먹통이래! 보내지지도 받아지지도 않는 상황!]
나도 알고는 있었다. 뭐 하나에도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질병일까, 드라마를 보면서도 나는 한쪽 손으로 핸드폰 속 인터넷 주요 뉴스들을 쭉쭉 스크롤바 내려가며 눈팅 중이었고 카카오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이 멈추었다는 기사 제목을 보긴 봤다.
[응 알고 있어, 알려줘서 고마워] 내 동생은 무슨 중요한 이슈라도 생기면, 나에게 쪼르르 문자나 카톡을 보내와서 알려주는 귀여운 구석이 있다. 시계를 봤다. 오후 4시 반이 넘어가던 즈음이었다.
우리 쿠킹스튜디오에서 내가 하는 일 중 하나는, 수업시간에 내가 dslr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을 편집 후 pc카톡에서 '나에게 보내기' 채팅으로 보낸다. 그리고 핸드폰을 보면서 그중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들을 선별해 업로드하곤 한다. 내 dslr 카메라에 와이파이 기능이 없어서 난 이렇게 나와의 카톡 기능을 잘 활용한다. 다행히 내가 작업을 끝낸 시각은 오후 3시쯤. 내가 기억하기론 카카오에 불이 난 게 3시 반이었나 그랬다.
와우, 30분만 늦게 작업했어도 왜 카톡이 안 열리고 난리인가 한참 버벅거렸겠네. 그러면서 나는 뭐 하나 수정할 게 있어서 모바일 네이버 블로그 앱을 켜는데, 와이파이가 빵빵한데도 자꾸 앱이 꺼졌다. 블로그는 또 왜 이런가 싶어서 찾아보니 카카오 화재가 난 쪽에 네이버도 뭔가 엮여있다고 했다. 이래저래 서비스들이 뒤엉켜 문제구나. 사소한 작은 부분이라 나중에 수정하지 뭐, 하고 나는 드라마에 마저 집중했다.
그리고 그날 밤늦게까지 새벽 내내 카카오는 멈춰있었다. 하필 또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를 보던 참이라 그런가 우리나라에 누군가 맘만 먹고 테러를 가한다면 카카오 본사를 건드려도 할 말 없겠구나 싶을 만큼 우리나라는 새삼 카카오 제국임을 느낀 주말이었다. 카카오톡은 물론, 카카오에 연결된 온갖 서비스들이 먹통 됐다. 그중에는 우리 브런치도 있었다. 브런치 로그인 화면이 뱅글뱅글 돌다가 멈추기를 반복.
올해 몇 달 전 처음으로 브런치에 가입해, 작가 승인 후 소소하게 활동 중인 나는 브런치에 업로드한 글들 백업을 전혀 해두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브런치북도 하나 엮었는데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여나 카카오 데이터베이스가 다 날아갔다며 브런치 글도 화재 연기와 함께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리면 어떡하나, 어디 따로 저장도 안 해놨는데. 일요일 오후가 늦도록 여전히 브런치 접속이 안 되자 슬금슬금 마음이 불편해졌다. 심지어 인터넷상에는 실시간으로 카카오 복구 현황에 대한 공지는 뜨는데, 브런치 관련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브런치도 카카오 계열 아니여?
브런치 이용자도 많을 텐데? 브런치북 출판으로 엮인 출판사들도 한 두 군데가 아니던데? 나는 최근 브런치북 응모와 관련 민음사에서 업로드한 동영상이 생각나서 민음사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채널도 찾아 들어가 봤다. 인스타그램에도 '브런치', '브런치북', '브런치작가' 등의 태그를 검색해보며 다른 브런치 유저들의 현황은 어떠한가 검색도 해봤다. 카카오에서 발표하는 공지에는 브런치 관련 내용이 쏙 빠져있다 보니, 브런치 복구 소식은 어디서 확인해야 할지 오리무중. 다들 나처럼 의문을 가진 채 그저 기다리고 계셨다.
그렇게 월요일이 되어서야 핸드폰 잠금화면에 브런치 알람이 뜨는 것을 보고, 로그인이 되나 보구나 했다. 주말 내내 깜깜무소식이었던 브런치.. 걱정했잖아! (기껏 쓴 내 글 죄다 날아갈까봐)
역시... 백업을 생활화합시다는 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