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도시?
엘에이에서 오래 살다 보니 웬만한 근교 여행은 다 가본 터라 지겨워진 중에 Ojai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기가 좋은 곳으로 유명해서 그런지 힐링을 하러 많이 간다고만 들었다. 한창 일에 찌들어 있을 때라 주말 동안 기분 전환도 할 겸 그때는 남자 친구였던 현재 남편과 함께 가기로 했다. 엘에이에서 약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쉽게 운전해서 올 수 있었다. 프리웨이를 내리자마자 보이는 풍경은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과 집들이였다. 아이들이 자전거 타며 놀고 집집마다 마당에 닭이며 말이며 키우고 있는 약간은 시골에 가까운 마을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 20분을 내비게이션을 따라 가면 Ojai에 도착을 한다. 솔직히 처음에 도착했을 때 조금 실망을 했었다.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고 또 이때가 9월이었으니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더운 시기에 간 거라 32도~34도 정점을 찍고 있을 때였다. 진짜 그냥 호텔에서만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괜히 왔나? 생각만 들었다. 일단 호텔 체크인을 하고 안에서 조금 휴식을 취한 뒤에 호텔 옆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레스토랑을 딱 들어서는데 너무나도 이쁜 정원이 눈앞에 딱! 순간 불만으로 가득 찼던 마음이 사르륵 녹아버렸다. (넘나 단순) 온갖 허브들과 꽃으로 향긋한 정원에서 식사라니! 아 이게 힐링이지 ^^ 호호. 구남친 현남편도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면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보니 다들 커플들 밖에 없었다. 다들 기념일이나 배우자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온 것 같았다. 주위에 계속 쪽쪽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것이었다... 순간 내가 이곳을 친구들과 오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하게 느껴졌다. (친구들 미안) 쪽쪽 오케스트라를 듣고 있는 중 서버가 우리의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나는 Ribeye steak, 남편은 filet mignon으로 시켜서 먹었다. 정말 너무나도 맛있었다. 순간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고기에만 집중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접시는 말끔히 비워져 있고 해도 저물어 가고 있었다. 꽤 유명한 식당이었는지 우리 뒤로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음식을 시켜놓고 세월아 내 월아 서로 얘기하면서 2시간 3시간을 먹는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인! 음식 앞에서 말하는 건 상놈들이나 그러는 거라고 가르침을 받았기에 후다닥 먹고 후다닥 나왔다. 그리고 주변 편의점에 들려서 맥주와 과자 몇 개를 사 가지고 호텔로 돌아가 얘기를 나누다가 잤다.
다음 날은 조금 일찍 일어나 주변 산책을 하고 너무나도 맛있는 Beacon Coffee라는 커피숍에 들려서 커피 한 사발을 한 다음 근처에 있다는 유명한 책방을 들려보기로 했다. 이곳 책방은 사방이 다 뚫려있는 책방이라 책을 들고 근처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책을 볼 수가 있다. 또한 엄청 비싼 세계에 몇 권밖에 없는 책들이나 유명 작가, 아티스트의 친필 사인이 있는 책들도 디스플레이를 해놓았다. 조용하게 나 혼자 책을 읽기에는 제격이었으나 33도의 무더위 앞에서는 책을 읽다가 쓰러질 수도 있으니 주의를 하시라. 가서 책 1권을 사들고 후다닥 나왔다.
그러고 나서 다운타운으로 돌아가 Ojai에서 유명하다는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일단 여름에는 Ojai에 두 번은 안 갈꺼같다. 너무 덥고 드라이해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원래 주변에 하이킹이나 온천이나 이런 거를 해야 힐링이 되는데 너무 더운 날씨에 나가면 쓰러질 거 같았다. 하지만 덥지 않은 날씨에는 힐링이 될 수 있을 거 같은 곳이다. 여름이 아닌 날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