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운전: 졸음과 배고픔의 사투
남편은 미국에 일을 하러 왔기 때문에 한 번도 제대로 미국 관광을 못해봤었다. 기껏해야 라스베이거스나 산타바바라 정도였지 미국에서 꼭 가봐야 하는 그랜드 캐년이나 요세미티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항상 내 마음 한켠에는 꼭 데리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었다.
한 달 전, 잠을 자려고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는데 그랜드캐년 사진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남편이 "그랜드 캐년 한 번 가보고 싶긴 하다..."라고 무심히 던진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나는 "까짓 껏 가자!" 하고 그날 밤 새벽 1시에 대충 짐을 꾸려 그랜드 캐년으로 출발했다. 엘에이에서 거의 7시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1시에 떠나도 그랜드 캐년에 8시쯤 도착한다.
뭔가 설레면서 드디어 남편에게 그랜드 캐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설렘을 가득 안고 집에 있는 과자들을 가득 담은 가방과 함께 그랜드 캐년으로 출발했다. 처음엔 노래도 부르고 과자도 먹고 신나서 운전을 하다가 새벽 3~4시쯤 되니 너무나도 눈이 피곤하고 졸음이 와서 중간에 유명한 Greek restaurant인 Mad Greek에서 간단히 배도 채우고 잠도 깰 겸 들려서 Lamb gyro를 하나 시켜 먹고 다시 출발했다. 이 곳은 라스베이거스 갈 때에도 자주 들리는 집이다. 그리스 음식을 좋아한다면 꼭 들려야 하는 맛집!
그리고 남편과 교대해서 다시 그랜드 캐년으로 떠났다. 남편과 이렇게 갑자기 떠나는 여행이 결혼 후 처음이라서 너무 즐겁고 설레기도 하고 나중에 애 생기고 뭐하고 하면 이렇게 둘만 떠날 기회가 많이 없을 거 같아 이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운전하면서 인생 이야기, 미래 이야기, 뭐 기타 등등 7시간 동안 계속 조금씩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 생각해도 참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달리기를 6시간. 동이 트고 하늘이 밝아져 오니 눈앞에 너무나도 멋있는 조슈아 트리 숲이 펼쳐졌다. 조슈아 트리가 너무 많아서 조금 징그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너무 신비로운 광경에 잠시 차를 세우고 나가서 풍경을 감상했다. 새벽에 떠나는 여행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해가 뜨는 걸 볼 수 있다는 거다. 해가 뜰 때 밖에서 보이는 풍경은 이루 말할 것 없이 상쾌하고 힘찬 에너지가 마구 쏟아 나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