碑dio, 영화

잊혀진 영화(관)의 Epitaph 에세이 1

by 기억의 옵스큐라
IMG_1274.jpg


기억은 내게 상처처럼 다가와 머릿속에 흔적을 남기고, 시간이 지나며 아물어간다. 그러나 아문다는 것은 지워진다는 뜻이 아니다. 새살이 돋아나 표면은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그 아래에는 여전히 기억이 묻혀 있다.

내 작업은 그 아물어가는 과정을 기록한다. 기억은 풍화되어 모래 속에 파묻힌 유물처럼, 잘게 쪼개져 일부는 새살이 되고 일부는 모래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깊은 상흔은 피부 밑에 남아 있고, 단단한 기억은 모래 속에서도 부식되지 않은 채, 언젠가 다시 불려질 그날을 기다린다.


나는 기억을 완전히 소거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보이지 않게 되는 것’, ‘아물어 표면에서 물러나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남아 있는 것’의 층위를 드러내며, 삭제가 아니라 매장과 보존으로서의 기억을 다룬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달빛 아래서 흑인 소년은 파랗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