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원근법에 대하여.
얼마만의 시집인지 모르겠네요.
시와 소설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단어가 함유하고 있는 질량이 다르다는 것이네요. 한 단어에 최대한 많은 의미를 꾹꾹 담아 표현이 됩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무겁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읽으면서 눈길이 한 번 더 갔던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얘야
아빠는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신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가라앉은 배 속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거야
나는 이 아이를 안아본 적이 없다
이 아이의 손을 잡아본 적이 없다
감정의 원근법이 맞지 않습니다
너와 나의 먼 거리를
아빠가 두 장의 젖은 종이처럼 딱 붙어신다
멈추지 않는 눈물로
십자가에 꿰뚫린 채 돌아다니는 작은 양들, 진창 속에서
관절이 뒤틀린 채 피어나는 꽃줄기
흰 무릎아, 넌 기어서 어디로 가는 거니
진실이 어서 세상으로 나오기를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온 심장처럼
얘야 그런 순간이 오겠지?
아빠가 물으신다
기억의 앙상한 손가락으로 네 젖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때까지
우리는 의심의 회색사과를 나눠 먹을 거야
진실이여, 너에게 주고 싶다
너울거리는 은유의 옷이 아니라
은유의 살갗을
벗기면 영혼이 찢어지는 그런 거
감정의 원급법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어요.
감정 또한 자연의 물리법칙을 거스를 수 없다고 생각해요.
기쁨, 슬픔, 불안 등 모든 감정과 나와의 거리는 시공간이 떨어진 만큼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가끔 어쩌면 자주 불안이라는 감정은 시공간을 뒤틀어 크고 빠르게 다가와요.
감정의 원근법이 맞지 않네요.
내 마음속의 주체는 나이기 때문에 불안은 시공간을 뒤틀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하지 않아요.
그렇기에 더욱 세상을 올곧게 바라보는 연습이 더 필요해 보이네요.
모두가 기쁜 만큼 기쁘고 불안한 만큼만 불안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