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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ayura Aug 09. 2018

어설프게 만화가를 꿈꾸는 직장인 9

마지막 이야기: 큰 그림을 그려보자

가장 최근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슬슬 끝이 보이고 있다. 물론 '이 이야기의 끝'이지, 나의 꿈의 끝이라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 아주 약간 거슬러, 직장인 11년 차인 2017년 가을로 되돌아간다. 이 즈음의 나는 두 번째 웹툰을 끝낸 후 해파리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 일기의 연재(!)를 시작했고, 개인적으로는 결혼 준비로 여념이 없을 때였다. 결혼 소식을 알리기 위해 친구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여차저차한 나의 상황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미디어 제작을 하는 직업으로 콘텐츠에 남다른 관심과 통찰을 가지고 있던 이 친구는, 콘텐츠의 범람 속에서 수면 밖으로 코를 내밀고 독자들의 공기 속에서 숨 쉴 수 있게 해줄 만한 몇 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그중에 하나가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게 된) 브런치에 만화와 관련된 글을 써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해파리 캐릭터로 이모티콘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친구의 응원에 힘입어 나는 석 달 동안의 출산 휴가 동안 뭔가 해봐야겠다고 벼르게 되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낮에 자고 밤에 노는 아기 덕분에 그나마 낮 동안 글을 쓰거나 만화를 그리거나 하는 일에 시간을 쓸 수 있었다. 

이 친구는 나에게 해파리-정확히는 '연체머리괴물'-라는 별명을 붙여준 장본인이다. 당시 나는 친구에게 김밥-정확히는 일본식 오니기리-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더랬다. 미안. ㅎㅎㅎㅎ

그렇다. 나는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내 만화를 한 명이라도 더 보도록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엉큼한 속내를 너무 빨리 드러내게 되어, 만화가를 꿈꾸는 직장인의 낭만적인 꿈 이야기를 기대했다가 환상이 깨져버린 독자들이 있다면 죄송스럽지만 결국 내 꿍꿍이의 끝은 그러한 것이었다. 이렇게라도 독자들이 숨 쉬는 공기를 나도 좀 더 들이마셔보자!!! 이렇게!!! (쓰읍- 하아- 쓰읍- 하아-)


(앗, 정신차려 이러면 안 돼) 아직도 나는 틈틈이 만화 일기를 그리고 있고, 여전히 나의 만화를 (만화일기 말고;;;) 다시금 수면 밖으로 밀어 올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두 번째로 중요한 목적은-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제안했다가 탈락한 이모티콘 시안들. 결국 라인 크리에이터 마켓에서 판매하게 되었는데, 첫 날 14개 팔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 중 4개는 내가;;;;;

-만약, 만약에, 정말 정말 만약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가 현실과 괴리가 있는 꿈을 가지고 있고, 접으려해도 접으려해도 헤어진 연인 얼굴 떠오르듯이 자꾸만 떠오른다면 그 마음이 좀 덜 괴로웠으면 하고 응원해주기 위해서이다. 현재의 직업도 만화가의 꿈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리고 아직 그 둘 사이의 갈등 구조가 완벽하게 해소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꿈'이란 녀석은 '직장인의 삶'에 더부살이하기에 성공했으며, 아직까지는 나름 사이좋게 지내고 있고, 틈만 나면 주인 자리를 꿰찰 궁리를 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전공 공부에 매진하거나 직장의 업무로 나의 꿈이 요원했을 때엔, 나의 창작 능력과 만화에 대한 애정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쇠하는 것을 염려했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머리가 굳어져 발전의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생각했고, 내 머리 속 만화의 스토리나 주인공들의 생명력이 흐릿하게 잊히는 것을 두려워했었다. 그러나 내가 다시 나의 관심과 노력을 나의 꿈이 있는 곳에 기울이게 되었을 때에, 그것은 (비록 완전히 그대로는 아닐지라도) 나의 깊은 곳에서 여전히 반짝반짝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2001년도의 그림. 당시에 호언했던 대로 40대가 되면 만화를 만드는 일에 매진하게 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다시 꿈꾸기 시작한다.

반짝반짝.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꿈이 있다는 것은 반짝반짝하는 것을 품 안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반짝반짝'은 그 누구도 앗아갈 수 없고, 시간이 흐른다 해도 퇴색하지 않는다. (거... 거의;;; 수... 숙성은 될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그러나, 고유한 '반짝반짝'은 이미 원석 안에 있지만 빛나게 하는 것은 깎여진 단면이다. 깎여나가는 것이 아깝다면 원석은 영원히 원석일 뿐, 결코 그 '반짝반짝'을 다른 이들에게 드러낼 수 없다. 


정말 자기애의 끝판왕 같은 짓이지만 (이제와 이 사람 왜 이래? 하는 독자분들이 있다면 앞의 글들을 더 읽어보고 오시라. 가히 자기애의 지존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 적어두었던 노트의 일부분으로 마무리를 지어볼까 한다. 나의 꿈으로 막 눈길을 돌리게 되어, 여전히 그것이 반짝반짝함을 깨닫고 어떻게든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초조한 마음이 마구마구 밀려들던 즈음의 노트.



(하하하. 엄청난 궤변이다. 진주는 연마해서 나오는 보석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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