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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Sep 08. 2020

까미노 데 피스떼라 - 또 다른 시작

6월 22일 - 레그레이라(Negreira)

산티아고 대성당 옆 빠라도르(Parador) 아랫 길부터 시작되는 피니스떼라길(까미노 데 피스떼라 Camino de fisterra) 코스를 설명해주는 책 없이, 오로지 우리의 힘으로만 찾아가야 한다.


화살표를 찾기가 쉽지 않다. 방심하고 있다가 까미노 데 피스떼라라고 적힌 표지판을 놓쳤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산티아고까지는 길을 잃어도 수많은 순례자들과 곳곳에 위치한 마을에 사는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또 다른 성지인 묵시아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석(좌) 피스떼레길로 들어서 처음 마주한 표지석(우)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 직진을 하니 첫 표지석이 나왔다. 묵시아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석이었다.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피스떼라와 묵시아로 나뉘는 길에서 우린 F가 써진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대성당이 있는 산티아고 시내는 맑았는데 시내를 벗어나 본격적인 피스떼라 길이 시작되자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한다. 가시거리는 20m가 될까 말까 하지만 해가 가장 길다는 날의 다음 날이라 그런지 안개를 뚫고 햇살이 비춰온다.


잘 정돈된 숲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걷는 사람이 극히 드물어 조용하기만 하다. 대부분 버스를 타고 가는 곳이기에 마을도 조용하고 길 역시 조용하다.

바르마다 가득 차 있던 사람들, 사리아부터는 앞 뒤로 줄을 이어 가던 사람들,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지나쳐가던 사람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다음에 만나자며 인사하고 앞질러 간 세명이 전부다.


조용하지만 잘 정돈된 길. 쫓기는 느낌 없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우리만의 속도로 산길을 걷는 기분이란 편안하고 포근하다.


숲길 작은 마을 숲길 작은 마을. 이런 패턴이 이어진다. 조용하고 고요한 새벽 같은 마을들. 새들이 지저귀고 솔잎과 풀꽃 향기가 가득한 숲길. 피스떼라로 가는 첫날은 이렇게 고요하고 싱그러운 새벽의 느낌이다.


우리의 새로운 시작. 까미노 데 피스떼라 첫날이 지나가고 있다.




· MAP

까미노 데 피스떼라 (Camino de fisterra) 1일 차 일정 (약 18km)

                                :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Santiago de Compostela) - 네그레이라(Negreira)


 - 벤또사(Ventosa)

 - 오 롬바오(O Lombao)  : 알베르게 있음

 - 아우가페사다( Augapesada) : 식당, 바르 있음

 - 까르바요(Carballo)

 - 떼마스몬떼(Teasmonte) : 식당, 바르 있음

 - 아 뽄떼 마세이라(A Ponte maceira)

 - 오우데이로스(Outeiros)

 - 바르까(Barca)

 - 찬셀라(Chancela)

 - 네그레이라(Negreira) : 알베르게, 식당, 바르, 병원, 슈퍼, 시청, 성당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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