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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Oct 27. 2024

7. 공과사가 뒤섞인 생활

슈퍼우먼 나셨다.

나는 일을 쉬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하면서 결혼하고도 큰 아이가 19개월쯤부터 어린이집으로 직장 옮기며 아이를 데리고 함께 출근했다. 어린이집은 아이와 함께 출퇴근이 가능했기에 어린이집에서부터 일을 다시 시작했다. 

둘째를 낳고는 엄마에게 봐달라는 부탁을 했다가 너무 죄송해서 또다시 둘째가 20개월쯤부터 출근길에 직장 근처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시작했었다. 

말도 트기 전 우리 아이들은 기관 생활을 먼저 시작했으니 지금은 너무 미안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일이 가장 우선이었기에 나는 내 우선순위를 위해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평안한 하루를 주지 못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아이들은 나의 출퇴근길을 늘 함께했다.

아들은 어렸음에도 이른 아침에 깨우면 벌떡 일어나 준비해 주었지만, 딸은 깨워도 일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전날 밤 미리 아침에 입을 내복이나 얇은 옷은 입혀서 재우고 아침에는 자는 아이에게 외투만 입혀

데리고 나오곤 했었다. 남편이 먼저 일찍 나가는 날은 아들이 아빠몫까지 책임져야 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우리 아들의 모습이 있다.

겨울 출근길에 자는 딸에게 두꺼운 외투를 입히고 안아 들고 내 가방을 들면 나머지 짐을 들 손이 부족했다.

그래서 6살밖에 안 된 아들은 자기 가방에 동생 가방까지 들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큰 아이로 태어나 딱 

동생가방만큼의 무게를 네가 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너도 아직 어린데.. 그때는 왜 그렇게 네가 커 보였는지..

그때 만약 아들이 아침에 못 일어나거나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다면, 내가 일을 조금 더 일찍 그만둘 수도 

있었을까 싶다. 큰 아이는 너무 대견스럽게 힘든 엄마 곁에서 눈치 보며 철이 일찍 들어버렸다.

그 장난기 많은 아들은 어느새 저만치 가버리고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직장에 나와 간단히 아침을 먹이고 등교를 시키는 일은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었다. 내 책상은 아이들의 밥상이 되었고, 조미김과 계란프라이는 늘 아이들의 아침밥이었다.

아이들의 아침밥이 부실할까 걱정이 되기보단 사무실에 냄새가 나지 않을까가 더 걱정이었다.

오후는 학원을 바로 보냈지만 딸은 학원조차도 가지 않으려 했다.

엄마가 자기를 학원으로 쫓아버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오빠를 보며 눈치껏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하교 후에 아무 데도 가지 않았던 딸은 교사들이 일하는 사무실이 놀이터였다.

빈자리에 앉아 컴퓨터로 문서를 만들어 인쇄해서 나에게 가져오는 일이 놀이였다.

보고 있는 게 선생님들 일하는 것이니 선생님 놀이를 하며 지냈다.


나는 일을 하다가 아이들 문제로 자리를 비워야 하거나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해서 눈치를 보곤 했다. 물론 우리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너무 잘 챙겨주었고 예뻐해 주었으나 원장으로서 나는 교사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뭔가가 늘 마음에 있었다.

그래서 내 할 일은 빠트리지 않고 제대로 하려고 했고, 늘 모범이 되는 원장으로 보이려고 더 열심히 일을 했었다. 하지만 아이의 문제는 내 노력만으로 다 되진 않았다.

아이들이 일터에서 지낸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자꾸 교사들에게 어떤 보상이든 하려고 했다.

공과 사가 뒤섞인 내 생활에 따른 책임을 어떻게든 지고 가려고 했다.

나중에는 그 일도 꼬여버려 큰 사건을 겪게 되었지만, 내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버텨냈다.

일도 육아도 살림도 포기할 수 없었던 나의 30대는 정말 슈퍼우먼이 따로 없었다.

나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가끔 슈퍼우먼이 된 내가 너무 멋져 보였고 좋았다.

그런데 정말 슈퍼우먼은 아이들이 없었는데..... 

아이까지 있었던 나는 울트라슈퍼우먼이지 않았을까?



◆ 엄마의 생각하는 의자 ◆

    :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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