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해정 Sep 09. 2016

이젠, 악마도 ‘컴퓨터’를 입는다

스마트폰 다음, 웨어러블 컴퓨터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 사람들은 그것을 혁신이라 합니다. 혁신으로 승부해야 하는 기업에게 더 이상 스마트폰은 매력 있는 아이템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다음은 무엇일까요? 업계에선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이끌 차세대 주자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2009년 9월, 국내 아이폰 판매를 시작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 ‘중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는 스마트폰에 길들여졌고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던 때를 상상하기조차 힘들어졌으니까 말이죠. 스마트폰은 개인의 생활뿐 아니라 ICT(정보통신기술)와 콘텐츠 산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기업에서 개인(개발자)으로, 자본에서 아이디어로 산업의 흐름을 바꿔놓았습니다.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열풍은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2013년 현재 전 세계 13억 인구가 사용할 정도로 빠르게 판매됐습니다.(우리나라의 경우 3천만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이는 인구대비 보급률로 따지면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 사용률이 가장 높습니다.) 이제는 주위에서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습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지 5년이 넘어서면서 스마트폰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진입이 늦은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 세계적으로 소폭 상승한 수준입니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우리나라도 올해 처음으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고 합니다. ICT업계에서도 스마트폰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한물 간 아이템이죠. 물론 새로운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나오지만,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은 신선함과 충격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경쟁사를 따돌릴 수 있는 새로운 기술도 이제는 바닥이 났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스마트폰의 다음’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의 포화로 이제는 스마트폰이 그다지 스마트하게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두 손을 자유롭게

그렇다면 스마트폰의 다음은 무엇일까요? ICT 업계에서는 다음 주자가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라고 말합니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말 그대로, 몸에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된 컴퓨터를 말합니다. 주로 안경이나 시계, 모자와 같은 액세서리 형태로 제작하거나 신발이나 셔츠에 붙여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웨어러블 컴퓨터가 스마트폰을 대신 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하나의 단말에서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기기라면, 웨어러블 컴퓨터는 기기별로 스마트폰의 기능을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즉 스마트폰이 모든 것이 뭉쳐 있는 형태라면 웨어러블 컴퓨터는 뭉쳐 있는 것들 중 하나를 떼어 그것만을 처리할 수 있는 기계인 셈이죠.


웨어러블 컴퓨터에서 할 수 있는 기능이 이미 스마트폰에서 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웨어러블 컴퓨터가 사람들에게 왜 필요한 걸까요? 무엇보다도 웨어러블 컴퓨터가 두 손을 자유롭게 해주는 편의성 때문입니다. 멀티태스킹 시대에, 한 손이 스마트폰에 묶여 있는 것도 상당한 불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디바이스 자체의 가벼움과 작은 크기도 웨어러블 컴퓨터만의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웨어러블 컴퓨터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 첫 기기는 지난 3월 공개된 구글의 스마트글라스인 ‘구글글라스(Google glass)’였습니다. 구글글라스는 본체와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배터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안경처럼 가볍게 쓸 수 있습니다. 주로 음성인식으로 제어되며, SNS나 문자메시지 전송, 내비게이션 기능이 있습니다.


구글글라스의 발표 이후, MS와 삼성전자 등도 스마트글라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스포츠형 안경’으로 최근 디자인 특허 등록을 마쳤다고 합니다.


구글글라스가 본격적인 웨어러블 컴퓨터 시대를 열었다면 이 시대의 주인공은 스마트글라스보다 스마트워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바있고, 스마트글라스보다 이미 상용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입니다.


요즘 광고에서도 많이 보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 지난 달 출시한 Sony의 ‘스마트워치 2’ 그리고 출시가 임박한 애플의 ‘iWatch’와 구글의 ‘넥서스 워치’까지 스마트글라스보다 스마트워치의 경쟁이 더욱 불꽃 튈 것으로 보입니다.


건강 좀 케어해 주잖아

앞서 이야기한 대로 웨어러블 컴퓨터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보조하거나, 특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주목받는 분야는 스포츠와 보안, 그리고 헬스케어입니다. 그중에서도 헬스케어는 웨어러블 컴퓨터가 도입되었을 때 가장 파급이 큰 분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의료계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의료가 진단과 치료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예방과 사후관리가 더욱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자기의 건강 상태를 수치화하고 정량화하여 보여주고, 이에 따라 운동법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크게 성공을 거둔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6년 출시된 나이키플러스의 퓨얼밴드입니다. 일상의 움직임을 측정해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움직임으로 소모된 칼로리, 수면시간 등 모든 움직임을 포착하고 스마트폰으로 그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운동량과 생활패턴을 분석해줍니다.


최근 들어선 헬스케어 장비 제조사인 오므론과 일본의 NTT 도모코가 ‘인텔리전트 글라스(Intelligent Glass)를 발표했고, 또 다른 일본내 통신기업인 소프트뱅크도 암 밴드형 헬스케어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나이키플러스의 퓨얼밴드.나이키는 보안 등의 문제로애플에서만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계와 고민

웨어러블 컴퓨터는 스마트폰을 잇는 매력적인 아이템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아직 시작이니만큼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배터리와 무게, 부피, 방수와 같은 기술의 한계도 존재하고 초기엔 선뜻 지갑을 열기에 만만치 않은 가격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드러내서 착용한다는 점에서 멋진 디자인도 고려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스마트폰이 도입되기 전에도 나왔던 것들입니다. 기술은 이미 이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웨어러블 컴퓨터가 스마트폰만큼이나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주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글은 청소년 인문교양 매거진 <유레카>에 2014년 11월 기고한 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