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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Sep 11. 2016

3D프린팅, 현대판 도깨비 방망이

3D프린팅이 혁명인 이유

3D프린팅 선도기업 스트라타시스(Stratasys)의 조너선 자글럼은 “3D프린팅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3D프린팅 기술을 차세대 핵심 기술로 지목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가 있었는데요, 3D프린팅이 도대체 뭐길래 산업혁명이라고까지 할까요?


현대판 도깨비 방망이라고도 부르는 ‘3D프린팅’에 대해 알아봅시다.


사례 1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사는 리처드 씨. 그는 사고로 손가락 4개를 잃었다. 리처드는 손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의수(義手, 인공손)를 구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손가락까지 움직일 수 있는 로봇 의수를 직접 만들었다. 그 의수의 이름은 ‘로보핸드’. 그러던 그가 3D프린터를 알게 됐다. 3D프린터는 로보핸드의 제작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해줬다.


현재 리처드는 3D프린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맞춤 의수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리처드의 일화는 유튜브에 다큐멘터리로 소개되기도 했다. 리처드는 이 기술로 더 큰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한다.


사례 2

안킬로사우루스. 길이 10미터에 무게는 4톤이나 나가는 거대 공룡이다. 국내 연구진은 5년 전 이 공룡의 머리뼈 화석을 몽골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몽골에 돌려줘야 할 때를 대비해, 3D프린터로 화석을 복제하기로 했다. 스캐너로 3차원 데이터를 만들어 프린터에 넘기면 흰색 석고가루 속에 공룡화석의 모습이 나타난다.


기존 방식으로는 화석의 본을 떠야 하기 때문에 석 달이 걸렸지만 3D프린팅으로 일주일 만에 끝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물질을 발라 본을 뜨지 않고 스캐너를 이용했기 때문에 뼛속 굴곡까지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었고, 원본의 표면도 훼손될 우려가 없었다. 3D프린팅으로 이제 희귀 유물이나 해외 문화재를 정교한 복제품으로 국내에 영구 보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례 3

미국에서는 3D프린터로 만들어진 첫 ‘금속 권총’이 등장했다. 3D프린터를 이용한 플라스틱 총기 제작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금속 재질의 권총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 미국에서 3D프린터를 이용한 총기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 미국 정부는 이를 즉각 금지시켰다. 하지만 이 법안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누구든 적은 돈으로 3D프린터를 이용, 공항이나 정부 건물, 학교 등의 금속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총기를 집에서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 하루빨리 법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의 키워드, 3D프린팅

3D프린팅은 인터넷의 등장에 비견될 만큼 영향력 있는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가드너>는 3D프린팅를 두고 ‘미래 기업 경쟁력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이코노믹스>는 ‘웹, 스마트폰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핵심 기술’이라고 평가했어요.


주요 선진국에서는 3D프린팅 육성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하려는 추세입니다. 영국은 3D프린팅을 만 5세부터 배우는 정규 교육 과목으로 편성했고,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올 초 3D프린팅 등의 혁명적인 제조방식을 통해 제조업을 부흥하고 선도할 것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3D프린팅 기술에 주목하고 있는데, 지난 6월 미래창조과학부가 ‘3D프린팅 활용기술’을 2013년도 기술영향평가 대상으로 선정했고, 7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 포럼’을 발족,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어요.


3D프린팅이란 디지털로 디자인한 3차원 도면을 3D프린터로 전송해, 재물을 적층(하나씩 포개어 쌓아 올리는 것)함으로써 사물을 만드는 것인데요, 기존 프린터가 종이나 사물의 표면에 평면적 이미지, 그림이나 문자를 그려냈다면, 3D프린터는 2차원 단면을 연속적으로 쌓아올려 입체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3D프린팅은 재료와 제작방식에 따라 크게 액체형·분말형·고체형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에서 분말형은 나일론이나 유리섬유,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재료 활용이 가능하다고 해요.


사실 3D프린팅은 혜성처럼 등장한 신기술이 아닙니다. 3D프린팅은 1984년 미국의 찰스 훌이 액체 상태에서 빛을 받으면 굳어지는 플라스틱을 이용한 3D프린터를 만들면서 시작됐고, 이미 항공과 자동차산업에서는 시제품을 만드는 용도로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3D프린팅이 주목받는 이유는 리처드의 사례처럼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120만원에서 25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보급형 프린터가 만들어지고 있고, 아마존 같은 곳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3D프린팅과 관련된 특허가 만료되면서, 기술 공유가 시작됐고 그로 인해 성장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3D 프린팅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화, 맞춤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의료업계에서 가장 성장이 큰 기술로 평가받는다.사진은 개인용 의료기.

3D프린팅이 혁명인 이유

많은 전문가들은 3D프린팅이 산업의 구조를 바꿔놓을 것이라 예견합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하나의 제품을 만나기까지는, ‘상품의 기획-제조(생산)-유통-판매-소비자’의 단계를 거쳐야 했어요. 하지만 3D프린터 사용이 일반화되면 제조와 유통 과정은 사라집니다. 3D프린터로 물건을 만들 수 있으니 소비자가 제조와 생산을 맡기 때문입니다. 유통단계는 아예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가령 칫솔을 생각해봅시다. 칫솔이 필요할 때 마트에 가려고 겉옷을 입는 대신, PC나 스마트폰에서 칫솔 도면을 다운받습니다. 그리고 3D 프린터로 전송 후 기계가 칫솔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봅니다. 비용도 사는 것보다 저렴하고,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니 브러시의 형태나 손잡이 색도 지정해 줄 수 있어요.  나는 턱관절이 안 좋으니 입을 크게 벌리지 않도록 솔의 길이가 짧고, 솔이 지그재그로 배치돼 개운함을 높이는 도면을 선택하겠습니다.


아이디어가 좋고 도면을 그릴 줄 안다면 직접 디자인을 해도 좋습니다. 제품이 마음에 들면 그 도면을 온라인 마켓에 팔 수도 있지요.


누구나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개인 생산자’ 세상


이것이 3D프린팅을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요, 3D프린팅이 우리에게 선사할 미래입니다.


현재 전 세계 기업들이 3D프린팅 생태계 구성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과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3D프린팅 제조 대행업체, 디지털도면 거래 사이트, 3D프린팅용 소재 산업 등 기존에는 없었던 다양한 분야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프로그래밍이 능숙하고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여기에 목표를 둬도 괜찮겠습니다.


한편 국가도 이 시점에서 한몫 거들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기술을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꼭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3D 프린터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이 제일 먼저 총을 만들 거라고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관련법을 공고히 해 기술이 악용되는 것을 막고, 제조업과 유통업 등 기존 산업을 지탱하는 기둥들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헤드사진

MILAN, ITALY - MARCH 30: 3d scanner on display at Robot and Makers Milano Show, event dedicated to robotics and makers on MARCH 30, 2014 in Milan. @Tinxi / Shutterstock.com



이 글은 청소년 인문교양 매거진 <유레카>에 2014년 12월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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