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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Sep 12. 2016

운전자 없이 달리는 ‘진짜 자동차’

2020년 도로가 달라진다

2020년에는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시작하는 해가 될 거라고 하는군요. 운전자 없이 달리는 무인자동차,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이 미래의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가동시켜 봅시다.


먼저 자동차(自動車)의 어원을 볼까요? 영국식 영어인 ‘car’는 라틴어 ‘carrus(바퀴달린 탈것)’에서 왔어요. 그리고 미국식 영어 ‘automobile’은 그리스어 ‘autos(스스로)’와 라틴어 ‘movere(움직이다)’가 어원이고요. 그러니까 자동차는 영어로나 한자로나 스스로 움직인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어디 스스로 움직이나요? 자동차는 인간의 조종을 필요로 합니다. 차문을 열고, 도로를 달리고, 좁은 공간에 주차를 하고. 그리고 작든 크든 사고를 내는 것도 인간이 하는 일이지요. 그래서 저는 운전이 두렵습니다. 운전면허도 없고요. 자동차라는 단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가 아니라 ‘반(半)자동차’라 불러야하는 것 아닌가요?


무인자동차의 엔진, 뜨겁게 달궈지다

그러나 이제 제 푸념도 오래된 자동차처럼 곧 촌스러운 것이 돼버릴 것 같습니다. 자동차의 어원을 그대로 ‘실현’시켜 줄 ‘무인자동차(Driverless Car)’가 뜨거운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무인 자동차는 말 그대로 사람의 역할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미국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 EU ‘유레카 프로젝트’, 중국 ‘과학기금위원회’에서 무인자동차를 차세대 핵심 기술로 선정하고 육성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KISTEP(과학기술평가원)에서 지난 2011년 미래유망기술의 하나로 무인자동차가 선정했습니다. 많은 언론과 연구자는 2020년이 되면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각국의 지원 아래 글로벌 자동차 회사도 무인자동차 경쟁에 촌각을 다투고 있습니다.


아우디는 Shelly라 불리는 무인자동차 기술을 발표했는데, Shelly는 거친 산악도로를 성공적으로 자율주행 할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습니다. 일본의 토요타는 차선이탈 방지, 돌발상황 대응 등 도로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는 ‘AASRV’ 기술을 발표했고, 자동차의 명가 포드도 무인자동차 퓨전 하이브리드 시험 차량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한국 기업도 이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현대차 2013 지속가능성 보고서’ 중 공유가치창출 부문에서 무인자동차를 핵심 사업으로 꼽으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인자동차 산업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다름 아닌 구글입니다. 인터넷기업 구글이 무슨 자동차냐 의아하겠지만 구글의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는 다른 기업보다 빨랐고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구글은 ‘구글 로봇카’를 선보인 이후, 네바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에서 10여 대의 무인자동차를 시험 운행했고, 작년 3월 기준으로 80만km 테스트를 주행 완료했다고 합니다.


구글은 무인자동차 개발을 위해 무인자동차 대회에서 우승한 팀을 영입해 사업을 전담하게 했으며, 4년 전인 2010년부터 일본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개조한 무인자동차 개발에 착수해왔습니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구글 로봇카를 타고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사 집까지 무사히 돌아오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구글은 18년까지 무인자동차를 상용화할 것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구글 로봇카’라 불리는구글의 무인자동차.사람이 모는 차량보다안전성과 승차감이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발표됐다.

사람 없이도 달리는 기술, 그리고 새로운 시장

무인자동차는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 걸까요? 기본적으로 자동차 외부에 레이저 센서와 GPS, 카메라, 인공지능 시스템 등이 부착돼 있습니다. 카메라와 센서는 주변 주행 상황을 감지하고, GPS는 운행정보를 인식합니다.


벤츠에서 연구용 자동차로 만든 ‘S500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를 살펴봅시다. 이 차에는 앞부분과 뒷부분에 각각 2개와 1개의 장거리 레이더가 장착돼 있어요. 또한 4개의 단거리 레이더, 1개의 컬러 레이더가 달려 있지요. 이것들은 로터리나 폭이 좁은 도로, 좌·우회전 등 어려운 주행 상황을 인지하고, 주차 중인 차량이나 전차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호등의 색도 판단합니다. 특히 주행 방향과 도로 차선의 수, 교통 표지판, 신호등 위치 등을 GPS를 통해서 인식하도록 3차원 디지털 카드를 개발해 정확한 주행을 돕습니다.


다른 무인자동차도 이처럼 로봇, 컴퓨터공학, GPS, 전자제어 등 수많은 기술을 활용합니다.


무인자동차 시장에서 기업들은 특별한 ‘카드’로 승부를 봐야 할 것입니다. 벤츠의 3차원 디지털 카드처럼 말입니다. 디자인이나 브랜드는 뒷전이 될 가능성이 크지요. 그렇기 때문에 레이저 센서, 인식용 카메라, 네비게이션 등 관련 부품시장이 차세대 핵심 성장 영역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한편 무인자동차 시장에 새롭게 부상하는 새로운 업종이 있는데요. 이동시간에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이동 중 즐길 수 있는 각종 엔터테인먼트나 콘텐츠 시장이 확대될 전망입니다. 또한 보험사의 경우 사고원인에 따라(차냐 사람이냐) 보장내용을 달리하는 보험 상품이 등장할 것이고, 정부는 스마트한 차와 잘 호환할 수 있는 도로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인프라를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이걸 타? 말아?

무인자동차가 확실히 매력적이긴 합니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알아서 핸들이 돌아가고 주차도 척척이니, 이 정도면 운전면허 정도는 따두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아무리 첨단 기술로 무장했어도 과연 무인자동차가 안전한가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습니다. 나도 못 믿는데, 자동차를 믿을 수 있을까요?


그러나 통계는 그런 고민 따위는 내려놓으라고 하는군요. ‘포보스’지에 따르면 자동차사고의 93%는 사람의 실수로 인한 것으로, 무인자동차가 상용화될 경우, 사람에 의한 사고는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인구고령화로 노년층의 취약한 운전 능력을 자동차가 보조할 수 있고, 장애인 등 운전능력이 없는 사람도 운전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무인자동차의 장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기계운전으로 인해 급출발 등이 없어지면서 연비가 향상되고, 자동차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주차면적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따라서 도로사용률이 높아지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지금보다 에너지를 절약하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쯤 되면 무인자동차의 매력에 넘어가도 되겠지요?


맥킨지보고서에 따르면 25년에는 전체 운행자 중 10~20%인 1.2억대~2.4억대가 무인 자동차로 대차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운전을 무서워하는 저도 곧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물론 핸들은 놓고 말이죠.



이 글은 청소년 인문교양 매거진 <유레카>에 2014년 12월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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