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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해정 Sep 21. 2016

통신하는 사물,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

IoT, 기술이 아닌 일상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난 2월, 바르셀로나에선 ‘모바일 올림픽’이라 불리는 MWC가 열렸습니다. 2014 MWC의 화두는, 단연 사물인터넷이었습니다.


MWC(Mobile World Congress)는 세계 유수의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 업체가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 산업전시회입니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됐는데, 행사 기간 동안 이동통신과 관련된 신제품과 신기술이 발표됩니다. 그래서 ‘모바일 올림픽’ 또는 ‘모바일 월드컵’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요.


ICT 강국인 우리나라도 이 전시회를 통해 매년 신제품과 신기술을 발표합니다. 올해 MWC에선 삼성은 갤럭시 S5를 처음 공개했고, SK텔레콤은 LTE보다 네다섯 배 빠른 속도 기술을 선보이며 LTE 공헌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MWC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은 것은 최신 스마트폰도, 최신 통신기술도 아닌 ‘사물인터넷ʼ이었습니다.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란 스마트폰과 테블릿, PC외에 새롭게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을 칭합니다. 자동차 회사 포드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주변의 정보를 검색하는 차량을 공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배고파’라고 말하면 맛집을 검색해 그곳으로 안내를 시작하는, 특별한 네비게이션이 부착된 차량입니다. 삼성과 LG, 그리고 소니는 헬스케어 기능이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선보였습니다. 이동시간과 거리, 칼로리 소모량은 물론이고 운동법을 코치해주기도 합니다. 또한 P&G는 칫솔질 시간, 압력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양치 습관을 확인할 수 있는 전동칫솔을 공개했고, 일본의 통신업계 NTT는 온도센서를 통해 농장에서 소의 분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사물에 날개를 달아주는 사물인터넷

명칭은 새롭지만 사실 사물인터넷이란 개념은 낯설지 않습니다. 기존에는 고성능 기기들 즉 PC나 스마트폰에서만 통신(인터넷)이 가능했지만, 언젠가부터 mp3나 카메라도 통신이 가능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웹서핑을 하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카메라를 통해 직접 SNS에 올리거나 메일로 보내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휴대폰으로 CCTV가 보내온 영상을 보거나, 문을 여닫는 일도 별로 놀라운 기술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사물인터넷은 이런 사물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물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르게 된 것은 스마트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물인터넷의 시대를 ‘스마트 2.0 시대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다양한 네트워크 및 인터넷 연결기술이 발달되고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모든 사물을 제어하고 상호 정보를 교환하기를 원하게 됐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건강을 체크하기를 원했습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보급은 사물인터넷의 기술개발에 불을 지피는 불씨가 된 것입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의도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사람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해야 제대로 된 사물인터넷이 나올 수 있겠죠. 그래서 팔에 차는 밴드나 운동화에 센서를 단 헬스케어 제품이 뜨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건강관리만큼이나 귀찮으면서도 중요한 게 없으니까 말이죠.


또한 정밀한 센서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 그리고 고속 무선통신을 위한 인프라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물인터넷 제품은 스마트폰이나 PC처럼 사용자가 특정 정보를 입력해서 작동되는 것이 아닙니다. 용도에 맞는 센서를 부착하고, 주위에서 자동으로 정보를 얻는 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센서가 얼마나 정밀한가에 따라 정보의 질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빅데이터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쌓입니다. 가상의 데이터 공간인 클라우드에 쌓인 데이터는 다시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쓰입니다. 예를 들어, 포드 사의 자동차는 외관에 센서가 부착되어 있어 주변의 장애물을 인식합니다. 정밀한 센서로 장애물을 인식했을 때, 사용자가 취하는 행동들은(핸들을 오른쪽으로 꺾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중요한 정보로 저장될 수 있습니다. 그

렇게 정보들이 쌓이면 똑같은 장애물을 사용자가 인식했을 때,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라든지, 브레이크를 밟으라든지 구체적인 경고가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한 다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빅데이터 처리 기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좀더 빨리,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통신망 속도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사물인터넷이 활용되기에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야말로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이 가장 잘 하는 것이니까요.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미 100mbps 인터넷보다 속도가 10배 빠른 기가(Giga) 인터넷망을 2017년까지 전국 84개 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가 인터넷은 대용량 콘텐츠를 주고받기 때문에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 네트워크로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사물인터넷을 구현한 재미있는 사례와 서비스


코벤티스_심장박동 모니터링 기계

내 심장을 누군가가 감시한다.

코벤티스(Corventis)의 심장박동 모니터링 기계가 그렇다. 이는 미국식품의약국(FDA) 공식 승인을 얻은 제품으로 환자의 심장 운동을 감시한다.

심장 부근에 밴드 모양의 제품을 부착하면, 심전도 결과를 코벤티스의 중앙관제센터로 보낸다. 관제센터에선 전문가가 데이터와 증상을 토대로 임상보고서를 작성하고, 의료진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이로써 부정맥으로 인한 돌연사를 예방해준다.



제라드 플레밍스_호프

여행은 좋지만 가방은 무겁다? 그렇다면

호프(Hop)가 희망(Hope)이 되어줄 것이다.

여행용 슈트케이스 호프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사용자를 따라다닌다.

케이스 내부에 신호를 추적하는 3개의 수신기가

내장돼 있어 컨트롤러를 통해 사용자와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다른 사람이 케이스를 훔쳐가

가방을 연다면? 스마트폰으로 경고도 해준다.







스페로_장난감 골프공


스페로(Sphero)는 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접속되는 장난감이다. 앱으로 조종할 수 있는 스페

로는 처음부터 각종 소스(API)를 오픈해둬 누구라도

스페로와 관련된 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기도 하다. 사용자는 스페로를 구입해 원하는

용도의 앱을 설치한 후 이용하면 된다.


Internet of Everything

기업과 정부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이미 마쳤습니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2013년 10대 전략 기술의 하나로 사물인터넷을 꼽았고, 2015년에 센서형기기 150억 개가 인터넷에 연결돼 상호 소통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Things를 넘어 Everything(IoE)이라는 범위까지 연구개발이 확대되어 진행될 것이라고 합니다.


센서를 단 150억 개의 사물이라니 그 숫자가 놀랍습니다. Everything이라는 단어는 모든 것이 연결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죠. 사물인터넷이 만들어내는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불 꺼라’, ‘문 잠궈라’, ‘음악 크게 듣지 말아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먼저 제어하면 되니까요. 혹은 이미 엄마의 높은 톤을 감지하고 알아서 조절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인간과 사물의 대화는 확실히 늘어날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의 대화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가끔은 엄마의 잔소리도 그리우니까요.



*이 글은 2014.03월 <유레카>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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